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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부동산 대책에서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

  • 허완
  • 입력 2017.08.03 12:07
  • 수정 2017.08.03 12:13
ⓒ뉴스1

정부가 발표한 '8·2 부동산대책'은 여러 부분에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닮아있다. 집값을 잡겠다며 야심차게 덤벼들었지만 결국 실패했던 그 대책들 말이다. 결과까지 닮은 꼴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청와대는 "두번의 실패는 없다"고 말한다. 자신감일수도, 의지의 표현일수도 있다.

대책 발표 다음날인 3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브리핑에 나섰다. 그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설계하는 데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종부세(종합부동산세)'도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은 명백한 실패였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참여정부가 왜 실패했는지, 어떤 실패였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때 아파트 가격이 굉장히 많이 올랐다"며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합쳐서 17번이나 발표했다. 그렇게 여러 번 정책을 폈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수석은 당시 "실패가 있을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정부는 출발과 동시에 부동산 가격 급등을 경험했다. 전임 김대중 정부 후반부부터 가격이 오르고 있었고, 김대중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포함해 모든 규제를 풀어서라도 (IMF로 침체에 빠진) 경기를 부양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참여정부 출발 당시 거의 모든 부동산 규제들이 다 풀려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이 부동산 가격을 안 잡으려고 한 것은 아니고 어느 수준으로 정책을 펼쳐야 할지 처음부터 고민이었다. 그때 준거가 노태우 정부 당시 정책들이었다."

김 수석은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면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 늘린다는 공식이 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일단 노태우 정부 시절 가장 강력했던 수준을 참고삼아 수요 억제와 공급확대 정책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 사회가 갖고 있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본틀, 수요억제를 억제하고 공급을 확대한다는 기본틀로 부족한 게 있었는데 그걸 뒤늦게 알았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수석이 말한 '부족했던 것'은 바로 "전 세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과잉 유동성과 부동산 거품"이었다.

그는 2009년 경향신문 칼럼에서 "경기회복을 앞당기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유동성을 높여야 된다는 것이 이른바 '시장의 요구'였다"며 "결국 노무현 정부는 유동성은 손을 못 댄 채 시장 투명화, 세제 강화, 서민주택 공급확대와 같은 '부동산 내부'의 정책에 묶이게 된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김 수석은 "참여정부가 당시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을 포함한 대출규제를 다른 나라보다는 더 선제적으로 강하게 했기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가 겪은 폭락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책적 실패는 있었지만 '최악은 피할 수 있었다'는 것.

이어 김 수석은 이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를 꼬집으며 "지난 3~4년간 바로 그 '초이노믹스'(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 기조)를 통해서 부동산 경기 부양을 한 결과가 어떻게 되었느냐를 잘 기억해야한다"고 말했다.

"수요-공급의 문제가 아니다. '머니게임'이다."

김 수석은 최근의 서울 강남·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급등을 "비정상적"으로 규정했다. 그는 "강남권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지역의 비정상적 가격 급등은 비정상적"이라며 "이미 2008년 위기와 유사한 비정상적인 현상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작년 말부터 전세계적으로 수도와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수요-공급의 문제를 떠나 다른 차원에서 과도한 양적완화에 따른 머니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수석은 "지금의 시장환경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전세계적 흐름을 볼 때 양적완화의 규모나 유동성의 규모를 볼 때 상당한 위기요인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대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수석은 또 같은 맥락에서 '공급이 부족해서 가격이 오르니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김 수석은 "지난 3년간 공급된 양이 단군 이래 최대 공급량이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수도권 포함 연말과 내년 입주량도 사상 최대치다. 강남에서도 재건축 시행인가가 지난 몇년간 평균치 비해 3배 허가가 나왔다"고 반박했다.

"한쪽에서는 불이 나서 불을 꺼야 하는데, 그 자리에서 왜 집을 짓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것은 온당치 않다. 지금은 불을 꺼야 할 때"라는 얘기다.

"최소 5년 동안 시간이 있다. 정부는 물러서지 않는다."

김 수석은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 정부는 출범 석 달이 안 됐다. 정책 일관성이라는 점에서 최소 5년 동안 부동산 시장을 새로운 구조로 안착시키는 데 대해 확고하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시간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참여정부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소개하기도 했다. "8·2 부동산 종합 대책을 소리 소문 없이 발표할 수 있었던 요인은 참여정부 시절의 가격불안, 투기, 과잉 유동성 문제 등 혹독한 경험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준비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덧붙여 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보유세가 갖는 속성을 새 정부는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신중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참여정부의 '종부세 논란'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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