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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인터뷰] 김소영 MBC 아나운서가 사의를 표명한 이유를 말하다

  • 원성윤
  • 입력 2017.08.04 05:59
  • 수정 2017.08.07 17:36
ⓒ김소영

김소영 MBC 아나운서가 MBC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 현재 퇴사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 만 5년 간의 'MBC' 아나운서 생활을 마치는 그는 "제게 있었던 일을 자랑하듯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래도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는 MBC 간판 아나운서였다. 2012년에 입사해 '뉴스데스크'를 비롯해 '통일전망대', '뉴스24' 'TV 속의 TV' 등 뉴스와 시사교양프로그램을 맡았다. 라디오 '잠 못 드는 이유, 김소영입니다', '김소영의 FM 영화음악' 등 DJ로써도 활약했다. 예능 '복면가왕'에도 나갈 정도로 활발하게 방송 생활을 했다. 파업 참가 아나운서로 찍혔지만, 시청률을 견인해온 그의 능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어 쉽게 방송에서 배제되지는 않았다. 그러다 2016년 10월 아침 뉴스 '뉴스투데이'에서 하차했다. 그리고 방송이 완전히 끊겼다.

여전히 아나운서국 소속이었지만 방송이 없었다. 10개월 동안 꾸준히 수많은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왔다. 모두 '취소'됐다. 이유는 들을 수 없었다. 달리 묻지도 않았다. 제작진 미팅까지 다 끝난 프로그램이 그렇게 날아가기 일쑤였다. "미안하다"는 메아리만 돌아왔다.

출근하면 모니터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한숨만 푹푹 나왔다. 그러다 최소한의 일이 주어지곤 했다. "9시를 알려드립니다" 5초면 끝나는 녹음. 1분 남짓한 라디오 퀴즈, 이름을 걸지 않는 게스트 참여 등. '김소영'이라는 이름은 MBC에서 그렇게 점차 사라져갔다. 10개월을 버텼지만, 무너지는 자존감을 복구할 방법이 없었다. 대단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해 스타가 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마이크는 빼앗겼다.

조심스럽게 인터뷰가 시작됐다.

- 오면서 보니까 MBC 시사제작국 PD, 기자들이 제작거부 피케팅을 하고 있던데요. 이런 시기에 사의를 표명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 피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이제 떠나는 상황에서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습니다.

- 퇴사를 결심한 건 지난 10개월간의 업무배제가 가장 컸습니까.

= 제 삶에 있어서 주체성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제가 있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왔고요. 10개월 정도 동안 브라운관에서는 사라졌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노력했습니다.

- 남편과 퇴사에 대해 상의하셨나요.

= 남편은 언제나 저를 존중해주는 사람이라 듣고 있다가 '너의 뜻이 정 그러하다면….' 하고 제 생각을 받아들인다고 했어요. 그래도 아마 걱정이 많을 거 같아요.

오상진 아나운서는 파업 참가 이후 2013년 4년 만에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어쩌면 그랬던 오 아나운서와 올해 결혼한 이유가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 MBC 입사는 언제 했나요.

= 대학 졸업 후 1년 쯤 지나 2012년 신입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 MBC가 가장 오고 싶었던 방송사였습니까?

= 제가 시청자일 때 가장 좋아했던 방송사였습니다.

- 입사할 때 MBC 아나운서 가운데 롤모델이 있었나요?

= 어릴 적부터 손석희, 박혜진 선배를 보고 MBC에 들어오고 싶었어요. 물론 제가 들어오고 나서 두 분께 많이 배울 기회는 없었죠. 결과적으로 제가 생각했던 그분들의 모습을 닮을 수 있었던 기회나 상황이 지난 5년간 주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스스로 아쉬움이 있어요.

- 흔히들 앎과 삶이 일치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하죠. 아나운서로서의 정체성을 잘 구현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큰 것 같습니다.

= 방송을 하냐, 못하느냐보다 제가 생각하는 대로 삶을 찾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큰 재미를 드리는 방송을 할 테니까 저 좀 사랑해 주세요' 이렇게는 말하지 않을 거예요. 인연이 닿으면 방송을 할 거지만, 아니어도 저에게 중요한 건 그런 삶을 사는 게 중요하죠.

- 가장 하고 싶은 방송이 뉴스였나요.

= 그렇진 않았습니다. 제가 선배들을 좋아한 건 실력으로봐도 그렇지만, 평소에도 자기가 알고 믿는 바를 실천하는 용기와 품위를 갖고 살아가는 분들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뉴스든 시사프로그램이든 예능이든 형식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진솔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일전에 인스타그램에 민중총궐기 시위와 파리 테러 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예전 MBC에서는 앵커가 클로징멘트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MBC 뉴스가 망가지고 이런 것들이 금기시되면서 뉴스에서 풀지 못한 것들을 이렇게나마 표명한 것으로 보였는데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조그만 일에도 해고가 자행되는 MBC 안에서는 이마저도 굉장한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로 보였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글을 올렸나요.

= 사실 제가 쓴 내용이 대단한 것이 아니었고, 누구라도 의아할 만한 일이기에 쓴 거예요. 뉴스를 하는 사람이 그 정도의 말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당시 그렇게 화제가 될 지도 몰랐습니다.

- 주변에 사표 낸 사실이 알려지고 반응이 어떤가요?

= 제가 워낙 겉으로 허허실실한 스타일이에요. 평소에 힘들다 말 없이 무덤덤한 캐릭터여서 더 놀라신 거 같아요. 사실 좀 충격받으시게 만든 것 같아 걱정도 됩니다. 당장 보자고 하시는 분들도 너무 많고, 아직 사표를 내지 말라고 하는 분들도 있고 그렇습니다. 감사하고, 죄송하죠.

- 아나운서 국장의 반응은 어땠나요.

= 별다른 말씀은 없었고 결정에 대해서 휴직과 같은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물으셨지만, 휴직한다고 결심이 달라질 거 같지는 않았습니다.

- 고민은 얼마나 하셨나요.

= 사표를 내자고 결심한 건 얼마 안 됐어요. 어느 날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 출근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던가요.

= 출근했을 때는 늘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벽을 계속 보고 있었으니까(t쓴웃음). 그래도 감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의식중에는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도 계속 있었죠. 생각이 오락가락했지만, 최근 와서는 생각이 굳어졌어요. 내가 여기 있는 이유가 뭘까. 방 안에 있지만, 방송은 할 수가 없고. 결혼하고 나서도 방송을 할 수가 없고 이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결론이 그렇게 됐어요.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영방송 정상화'를 언급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이제 MBC 싸움이 시작됐고, MBC 정상화가 이뤄지면 파업 등을 이유로 배제된 아나운서들이 다시 방송에서 볼 수 있게 될 수도 있지 않냐는 반응들을 보입니다. 그게 올해나 내년 안에 하기 위해서 이렇게 노조 등에서는 싸우고 있는 거 같습니다만.

= 그래서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 MBC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100% 구현하지 못했다고 보입니다.

= 아나운서가 방송에서 기본적으로는 품위와 진정성을 가지고,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며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도전했는데,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쉬움이 있습니다.

- 지난 5년간의 MBC 생활은 행복했나요?

= 제가 여기 와서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어요. 학창시절에 생각했던 방송을 MBC에서 하진 못했지만, 제가 생각했던 사람들은 다 MBC에 있었어요. 지금도 너무 좋고, 그래서 상처 주지 않고 나가는 방법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됐어요. 왜냐면 저도 안에 있으면서 10명의 아나운서 선배들이 나가는 걸 보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힘든 일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배움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겪은 시간을 자양분으로 삼으려 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인연이 된다면 방송에서 진지함이든, 웃음을 주는 방송이라도 힘껏 도전할 것이고 방송이 아니더라도, 언제까지나 나답게, 삶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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