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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휴가가서 일을 하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7.08.02 13:57
  • 수정 2017.08.02 14:13
ⓒ청와대

일찌감치 '올해 연차를 다 쓰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6박7일짜리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진해 휴가지에서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을 만나 양국간 방산분야 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0분가량 진해 해군기지 공관에서 한국산 잠수함 인도식 참석차 방한 중인 리아미잘드 리아꾸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접견해 이러한 대화를 나눴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했다. (뉴스1 8월2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뉴스1에 "대통령이 휴가 중이지만 특히 잠수함 사업에 우리가 참여해 잠수함을 팔아야 하는 의지가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하겠다. 그래서 대통령도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도 이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휴가 첫날에도 강원도 평창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들과 함께 스키점프대 등을 둘러봤다. 이희범 조직위원장,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도 동행했다.

다음날인 31일에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전자결재'로 임명하기도 했다. 물론 일만 한 건 아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오대산 등산도 했다.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시험발사의 '후폭풍' 때문에 문 대통령이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번 휴가를 말 그대로 '푹 쉬는' 휴가로 계획했었다. 국내외 상황 보고는 받지만 그야말로 '휴식'을 취하는 데 초점을 뒀다. 지난 5월 취임 직후 두달간 쉼없이 달려온데다, 국민들에게 '쉼표 있는 삶'을 공약했던 만큼 본보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컸다.

문 대통령은 이에 따라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이번 휴가에 대해 어떤 구상이나 의도, 책이 없는 '3무(無)휴가'를 선언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8일 북한의 도발에 따라 국내외 상황이 긴급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온전한 쉼'은 어렵게 됐다. (뉴스1 8월2일)

'이렇게 엄중한 때에 한가하게 휴가를 떠났다'는 식의 비판도 있긴 하지만, 대통령이든 누구든 휴가는 그대로 존중되는 게 맞다. 주요 국가들 중 한국 만큼 대통령이 휴가를 안 가는 나라도 없다.

매일경제 이진우 기자는 2일 칼럼에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화려한 휴가' 이력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어차피 대통령은 긴급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휴가지에서도 회의나 업무지시를 수시로 하기 때문에 국정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도 아니"라며 "(문 대통령이) 좀 더 쉬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잘 쉬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기본인식이라고 하니 앞날이 자못 기대가 된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공직사회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의 휴식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대통령이 휴가를 제대로 가면 장차관과 고위 공직자들도 휴가를 제대로 갈 수 있게 된다. (이른바 휴가의 낙수효과다. 2016년 기준으로 장관 등 정무직 공무원이 1년 동안 사용한 휴가는 4.1일에 그쳤다. 고위공무원단도 8.2일에 그쳐 전체 공무원 평균 휴가일수인 10.3일을 밑돌았다.) (매일경제 8월2일)

그러니 부디 "엄중한 상황이긴 하지만 휴가지에서도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하니 가능한만큼 '망중한'을 즐겨주시기 바란다"는 정의당의 당부를 문 대통령이 기억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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