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tvN '문제적 남자'에 출연한 마법사 최현우가 인간들에게 '머슬 리딩'이라는 마술을 선보였다.
마술의 과정은 간단하다. 김지석에게 두 권의 책 중 하나를 고르게 하고, 고른 책 중에서 알파벳 6개 이상의 긴 단어를 고르게 한다.
단어를 고른 김지석이 최현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 최현우는 김지석의 근육을 읽어 그가 고른 단어를 맞힌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최현우는 김지석이 선택했던 'Knowledge'라는 단어를 맞힌다.
아마 현명한 사람이라면 '저 두 권의 책에는 26개의 각 알파벳을 첫 글자로 하는 6 철자 이상의 단어가 딱 하나씩밖에 없고 최현우는 단지 26개의 단어를 외웠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면 사실 알고 보니 철자 6개가 넘는 단어가 'Knowledge' 뿐인 책을 따로 제작했다고 최현우를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경험상 최현우는 진짜 마법을 쓴다. 이걸 어떻게 아냐면 실제로 당해봤기 때문이다.
때는 4~5년 전쯤 한 술 시음행사에서였다. 당시에도 유명세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누구나 아는 사람은 아니었던 최현우가 막간에 등장했다.
그는 자리에 모인 약 서른 명의 기자들에게 '최근에 다녀온 여행지를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라'고 말했다. 그 여행지를 종이에 써 두라고 했는지 그냥 기억만 해두라고 말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그때 쯤 다녀 온 두 여행지 중 무엇을 고를까 고민했던 것만 기억난다.
당시 최현우는 확실히 그 누구와도 짜고 치지 않았다. 그걸 어떻게 아냐면, 최씨가 나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기자님 머릿속으로 여행지를 고르셨죠?"라고 내게 물었던 것 같다.
참고로 174cm에 72kg, 까만 뿔테에 매사에 불편해 보이는 눈매를 가진 남자는 나 말고도 그 방에 가득이었고 이름표를 붙이거나 패용하지 않는 행사였다.
그때까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내가 최근에 다녀온 여행지를 맞히겠다고 장담한다는 사실이 솔직히 좀 우습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명확하게 장면이 떠오르진 않지만, 아마 최씨는 나를 지목하고 나서 자신이 정한 답을 상자에 넣었던 것 같다.
그후 그는 내게 상자에 손을 넣어 종이를 펴보라고 말했다.
종이에는 '뉴 칼레도니아'라는 삐뚤빼뚤한 글씨가 쓰여 있었다.
발리도 아니고, 괌도 아니고, 패션 기자들이 자주 간다는 밀라노, 파리, 런던, 뉴욕도 아니고 하루에 직항 노선이 두 개 밖에 없던 '뉴 칼레도니아'가.
등에는 소름이 돋았는데 이마에서 땀이 나는 상황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그건 마지막까지 '후쿠오카'와 '뉴칼레도니아'를 두고 마음속으로 고민했던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공포와 환희가 쿠키 앤 크림처럼 섞인 멋진 감정이었다.
하여튼 나는 이날 이후 적어도 최현우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진짜 마법을 쓰는 중이라고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