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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HIV 양성이다. 사람들은 아직 내 손을 만지는 것도 두려워 한다

Sample blood collection tube with HIV test label in laboratory.
Sample blood collection tube with HIV test label in laboratory. ⓒGam1983 via Getty Images

벌써 2017년이다. 그러나 HIV가 성적이 아닌 접촉으로 옮을 수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라이언 화이트 시절과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받아들여지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하다. HIV 양성 환자들이 오늘날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얼마 전 캘리포니아 주 롱 비치 근처의 네이플스 섬에 있는 의료용 마리화나 진료소에 갔다(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그 곳은 HIV 양성인 사람이 진단서를 제시하면 몇 그램을 더 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었다. HIV와 AIDS 환자들에게 마리화나를 제공하고 응원한다는 의미로 게이 깃발도 달아놓고 있었다. 나는 1그램보다는 훨씬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추가로 의료용 마리화나를 주문했다.

나는 HIV 양성인 사람들만 들 수 있는 프로그램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그 곳 직원은 내가 HIV 양성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내가 20달러 지폐를 꺼내자 그는 뒤로 살짝 물러났고, 그의 얼굴은 창백해졌으며 패닉에 빠진 표정이 떠올랐다. 내가 건넨 지폐를 만지지 않을 방법을 열심히 생각하는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그는 “그냥 테이블에 놓고 가요.”라고 말하며 거스름돈을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는 다음 손님에게 시선을 돌리며 나를 보지 않고 말했다. 그는 내 손에 닿았던 20달러 지폐를 만지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 마치 청산가리가 묻어있는 것처럼 대했다.

의료용 마리화나를 파는 사람들은 중증 환자들에게 익숙할 거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HIV와 AIDS에 대한 오명은 어디에나 퍼져있다.

지금 이 시대에, HIV는 성적 접촉이나 수혈을 통해서만 옮을 수 있다는 걸 아직도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니? 우리는 HIV가 포옹, 키스, 잔 돌리기 등 성적이 아닌 접촉으로 옮지 않는다는 걸 1986년부터 알고 있었다. 무려 31년 전이다.

혈우병을 앓던 라이언 웨인 화이트는 1984년 12월에 수혈을 받았다가 HIV에 감염되었다. 당시 13세에 불과했다. 80년대에 인디애나 주 코모노에서 HIV 양성으로 산다는 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화이트는 HIV 바이러스에 노출될까 두려워하는 지역 사회 전체에서 따돌림을 받았다. 코모노 근처의 웨스턴 미들 스쿨의 교사와 학생들은 화이트의 복학을 반대했다. 학부모 117명, 교사 50명이 화이트를 다른 학생들로부터 격리시키자는 청원에 서명했다. 화이트가 마침내 학교로 돌아온 날, 151명이 결석했다. 학생과 교사들이 공포를 버리지 않아, 화이트는 체육 수업은 참가할 수 없었다.

화이트는 그뒤 4년 동안 학교 아이들과 이웃들에게 ‘퀴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화이트 가족의 집 앞에 차를 몰고 지나가며 총을 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화이트는 게이도, 라틴계도, 흑인도 아니었다. 그래서 화이트는 미국에서 AIDS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이해력이 있는 미국인들은 AIDS가 흑인과 라틴계 동성애자 커뮤니티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는 걸 갑자기 깨닫게 되었다.

화이트가 HIV 진단을 받았을 무렵, HIV 바이러스는 이미 AIDS로 진행된 뒤였다. 의사들은 화이트가 6개월 후 죽을 것이라 말했다. 화이트는 그뒤로 6년을 더 살았고, 고등학교 졸업 직전이던 1990년 4월 8일에 사망했다. 화이트 사망 후 가족들은 응원하는 편지 6천 통을 받았다.

화이트 사망 후 불과 4개월 뒤인 그 해 8월 18일, 미국 의회는 라이언 화이트 CARE 법을 통과시켰다. 현재 나는 그 법을 통해 치료비 보조를 받고 있다. 이 법은 1996년, 2000년, 2006년, 2009년에 재인증 받았다.

HIV 말고도 위험한 성병은 많다. 인유두종(HPV)이나 매독으로 죽을 수도 있고, HIV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거의 모든 다른 성병을 능가하는 HIV에 대한 비이성적 공포는 사라져야 한다. HIV를 범죄화하는 것 역시 사라져야 한다.

HIV 양성이지만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undetectable) 환자는 콘돔을 쓰지 않고 섹스한다 해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검출되지 않으면 옮길 수도 없다’는 캠페인은 HIV 양성인 환자들에게 검출되지 않으면 타인에게 전염시킬 수 없음을 알린다. 2017년 3월 6일에 AIDS 공공 정책 위원회(AIDS United Public Policy Committee)는 HIV 양성이지만 꾸준히 검출되지 않은 사람은 콘돔을 쓰지 않고 섹스해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없음을 강조하는 성명을 냈다. “HIV에 대한 획기적 발전이다. 이 메시지를 접하고 이에 따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HIV 양성이지만 바이러스 수준을 꾸준히 낮게 유지해온 사람은 HIV를 옮길 위험이 없다.” 제시 밀란 주니어 위원회장 겸 CEO의 말이다. NAM 에이즈맵, 캐나다 AIDS 치료 익스체인지, 미국 건강 연구소 AIDS부서도 모두 이에 동의한다.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의 HIV 전염 위험 실험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있었다. 사우스 웨일스 대학교의 커비 연구소 학자들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브라질, 태국, 오스트레일리아의 동성 커플 358쌍을 인터뷰했다. 한 명은 HIV 양성이고 한 명은 음성인 커플들이었다. 양성인 사람들은 모두 혈류에서 HIV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17,000회 이상 콘돔없이 섹스했지만 단 한 명도 HIV에 전염되지 않았다. 7월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HIV 과학에 관한 IAS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결과다.

HIV 양성 환자와 접촉하여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는 아무 근거도 없다. 이제 다시 HIV 양성 환자들을 포옹해주기 시작해야 한다. 걱정마라. 당신은 안전하다.

허핑턴포스트US의 I’m HIV-Positive — And People Are Still Afraid To Touch My Han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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