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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직접 아들의 러시아 회동에 대한 '거짓 해명'을 지시했다

  • 허완
  • 입력 2017.08.01 10:1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변호사와의 회동에 대해 거짓 해명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을 요청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정보를 공개해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측근들의 결정을 뒤집고 '중요하지 않은 만남이었다'고 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변호사의 회동 사실에 대해 트럼프 측이 대응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언론 보도가 나오기 몇 주 전이었다.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법무팀이 의회에 제출할 답변서를 작성하느라 조사를 하다가 이 회동의 존재를 파악한 것. 쿠슈너도 이 회동 참석자 중 하나였다.

트럼프 일가 측 변호사와 측근들은 정보를 공개해 트럼프 일가와 러시아의 연루 의혹이 초래할 파장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논의됐던 방안 중에는 아예 이메일 내용 전체를 주요 언론에 공개하자는 것도 있었다. 트럼프의 외곽 법무팀은 트럼프에게 친화적인 특정 언론사에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 회동의 존재를 보도한 뉴욕타임스(NYT)가 기사를 발행하기 전 백악관에 해명을 요청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WP는 전했다. 이 때는 트럼프와 쿠슈너, 이방카 트럼프가 독일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을 때였다.

쿠슈너와 이방카, 호프 힉스 백악관 전략공보국장 등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쿠슈너 측 법무팀도 전화로 논의에 참여했다. 논의 결과, 이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고 결론 내렸다. 전체 내용이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귀국길 에어포스원에 오르기 전, 트럼프는 이 결론을 뒤집었다고 WP는 전했다. NYT에 보낼 트럼프 주니어의 입장문을 '당시 회동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다'는 내용으로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 이에 따라 입장문에는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정보는 없었고 러시아 어린이입양 정책 등에 대해서만 논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NYT는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측과 주고 받은 이메일 전문을 이미 확보한 상태였고, 트럼프가 지시한 '거짓 해명'은 통하지 않았다.

트럼프 주니어는 NYT가 이메일 전문을 공개할 것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은 뒤에야 부랴부랴 자신의 트위터에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또 힐러리 클린턴에게 타격을 입힐 정보를 약속 받고 이 회동에 참석한 것이라고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WP는 트럼프 주니어의 입장문을 수정할 것을 지시할 당시 트럼프가 2016년 6월에 있었던 이 회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WP에 따르면, 트럼프 측근들은 트럼프의 이같은 행동이 수사팀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언가를 숨기려 한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불필요한(?)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현재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과 트럼프 측의 공모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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