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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예능이 더 재미있다는 편견에 속시원한 반격이 시작됐다

  • 구세라
  • 입력 2017.08.02 11:48
  • 수정 2017.11.01 05:32
ⓒ온스타일

‘26 VS 3’

이 숫자는 현재 방영되고 있는 ‘남성 프로그램 대 여성 프로그램’ 개수다. 허무한 현실이다. 방송계엔 “여성 예능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오랜 속설이 있다. 하지만, 애초에 씨를 말려 놓고 여자들이 나와서 재미가 없다는 시선은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지점이다. 때마침 ‘할말이 많으면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당당한 여자 6명이 그 주의 핫이슈를 갑론을박하는 새 예능 프로그램 <뜨거운 사이다>가 등장했다. 톡 쏘는 취지에 걸맞게 첫 방송에서 다룰 주제 역시 ‘여성 예능 부재’에 대한 것! “왜 여성 예능은 시작하기가 무섭게 자취를 감추는 것일까?”, “알쓸 신잡에 왜 여성들은 나오지 않을까?”, “예능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는 여성 출연자들에게 당당하게 말하고, 시원하게 웃길 기회를 충분히 만들었을까?” 방송에서 쟁쟁한 6명의 여성들이 직접 짚어줄 ‘여성 예능 부재’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5가지 정도로 풀어봤다.

오해1. 남성 출연자가 훨씬 더 능력 있다.

여성 출연자에 비해 남성 출연자가 ‘실력’이 더 출중해서 남성 예능 프로그램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성 예능이라서 잘 안 된다’는 식의 평가들이 당연하게 쏟아진다. 그동안 남자들이 서로 놀리고 우스꽝스러워지고 치고받으면 ‘제대로 보여준다’며 칭찬하고, 여자들이 몸 개그를 하고, 너무 똑똑하거나, 예쁘지 않으면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건 아닐까. 게다가 방송은 ‘어린 여자’를 선호하기까지 한다. 지난 3월 조사된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은 30대~50대까지 연령별로 출연 비중이 고른 반면 여성은 20~30대가 비슷하고 50대 이후 그 비중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여성 예능인이 충분한 시간 능력을 쌓고 활약할 수 없도록, 애초부터 싹수를 잘라버린 것 아닐까. “씨가 마른 여성 예능, 애초에 뿌릴 씨가 있나?!”라는 이슈를 던진 박혜진 앵커의 한마디가 의미심장해진다.

오해 2. 시청자가 여성 프로그램을 원하지 않는다.

그럴듯한 변명처럼 들린다. 예능 프로그램의 주 시청층이 여성이라 그들이 선호하는 남자 예능인 위주로 섭외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지난해 화제가 된 <언니들의 슬램덩크>(KBS)만 봐도 주시청층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걸크러시’라 하여 여성들이 카리스마 있는 여성들의 활약을 주목하는 상황. 시청자들의 의식도 변했다는 얘기다. ‘여성들이 나오니까 재미가 없을 거야’라는 편견을 깨트려야 하는 이유가 이미 증명된 셈이다. 그럼에도 KBS, MBC, SBS, JTBC, tvN 5개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와 고정 출연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34명 중 74명(22.15%)이었다.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모두 더해도 32.6%인 슬픈 현실. 그나마 등장하는 여성 MC 역할마저도 한정적이고, 남성 출연자의 보조를 맞추거나 러브라인으로 등장한다니 말 다 했다. “안 만들어요!”라는 김숙의 토로에 이여영 CEO는 “왜 안 만드는 줄 아세요? 만들 줄을 몰라요”라고 일갈한다.

오해 3. 여성은 망가지지 못한다.

예쁘지 않아서, 나이가 많아서, 잘 망가지지 못해서 문제라는 식. 그러다 한번 제대로 망가지거나 웃음거리가 되면, 또 추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그래서 여성 예능이 재미가 없다고? 이 모든 것이 여성 탓이란 말인가. 그럼 따져보자. 왜 여자는 예능에 나와서 애교를 잘 부려야 하고, 항상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야 하며, 그 와중에 또 가끔씩 쿨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걸까. 그렇게 애를 써도 왜 여성 예능인은 생활 정보, 패션 뷰티쇼에만 등장하고, 정통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걸까. 이렇게 여성 출연자들에게는 박한 태도를 보이고는 <무한도전>, <1박2일>, <런닝맨> 등 수많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의 애초 기획단계에서 여자 예능인에게 제대로 기회를 줘본 적이 있었을까. “개인의 문제로 가면 안 된다. 개인의 역량이 부족하고 용기가 없어서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라는 영화 저널리스트 이지혜의 지적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오해 4. 여성은 괜찮은 캐릭터를 소화할 수가 없다.

그 연장선에서 기존 방송 현장의 제작자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괜찮은 캐릭터를 소화할 여성 예능 인력 풀이 너무 적다”고. 하지만, 예능의 세계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여기서 경주하는 여성 예능인은 실력을 쌓을 기회도 없이 자꾸 미끄러지기만 할 뿐이다. 이젠 남성 중심의 프로그램만을 고집하는 제작자도 의식을 바꾸고, 남성 예능인들도 동료 여성 예능인들에게 애정을 가져야 할 때다. 예능 판에서도 남성만의 카르텔이 빈틈없이 견고한 것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알쓸신잡>처럼 흥미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여성 예능인을 배제하지 말고, 포맷 개발에 제대로 투자해 다양한 여성 예능인을 발굴하고 북돋을 수 있어야 한다. 남성 예능이 흥하면, 그 포맷을 살짝만 바꿔 여성들을 ‘끼워 넣기’, ‘1+1’ 식으로 재구성하는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배우 이영진이 언급한 영화와 만화 등에서 활용하는 ‘백델 테스트(Bechdel test)’와 같은 성평등 테스트를 예능 제작 프로세스에도 적용해 체계화, 정교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좋은 요리사는 절대 재료 탓을 하지 않는다”는 이여영 CEO의 말처럼 정말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한껏 여물 수 있도록 기다려 줘야 한다.

오해 5. 여성의 무기는 웃음과 애교, 눈물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우리 스스로 ‘남성적인 시각’으로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더 이상 남성의 시각으로 여성을 대상화해 ‘웃음’, ‘애교’, ‘눈물’이 여성의 최대 무기인 것처럼 캐릭터화해서는 안 된다. “여성 연예인에게 남성에겐 요구하지 않는 애교를 더 강요하는 느낌”이라는 배우 이영진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지점. 그동안 한국 예능이 ‘홍일점’, ‘꽃병풍’, ‘우리 예쁜 누구’와 같은 약하고 예쁜 존재로만 여성을 대했던 히스토리를 반성하자. 그래서 ‘김숙’, ‘이효리’와 같은 다양하고 당당한 캐릭터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실질적인 판을 만들어 줘야 한다. “당당한 여자가 드물어서 당당한 여자, 걸크러시에 열광하는 거 아니냐”는 김숙의 말처럼, 여성 출연자가 아직도 너무 드물기만 한 예능 현실이 바뀌어야 할 때다. 어느 곳에서나 유리 천장에 부딪혀 스러져야 했던 여성들에게 무게를 실어주자. 무엇보다 여성 예능인들 역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1995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숙이 개인 팟캐스트 활동 등을 하면서 20년만에 ‘낭중지추’처럼 대중에게 인정받았듯, 여성 예능인들 스스로도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문을 두드려야 할 것이다.

‘여성 예능 부재’에 대한 이슈로 시작해 매주 핫한 이슈를 여성들의 토크로 풀어보는 프로그램 <뜨거운 사이다>. 그 속시원한 이야기는 지금부터 늘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앵커 박혜진, 코미디언 김숙, 영화 저널리스트 이지혜, CEO 이여영, 변호사 김지예, 배우 이영진의 활약을 지켜보자. 8월 3일 첫방송 ‘뜨거운 이슈’ 코너에서는 ‘여성 예능 부재’에 대한 이슈뿐만 아니라 ‘정치판 닮아가는 아이돌 팬덤’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어 ‘문제적 인물’ 코너에서는 미소녀 전문 사진작가로 불리는 ‘로타’가 출연한다. 서태지, 설리, 구하라, 다이아, 우주소녀 등 연예인들과 사진 작업 외에 광고, 뮤직비디오, 음반 재킷, 출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인물.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은 사진작가’ 혹은 ‘여성들이 제일 싫어하는 사진작가’로 호불호가 갈려 그야말로 문제적 인물! 새로운 여성 예능 프로그램의 첫출발선에 선 <뜨거운 사이다>의 귀추가 주목된다.

* 이 콘텐츠는 온스타일의 지원으로 제작된 네이티브 애드 (Native A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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