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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를 마냥 '갓뚜기'라고만 할 수 없는 이유

  • 원성윤
  • 입력 2017.07.28 07:10
  • 수정 2017.07.28 07:20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의 만남에서 중견기업인 오뚜기가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 "젊은 사람들이 갓뚜기(God+오뚜기)라고 부른다면서요?"라며 세간의 관심을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도 그렇고, 상속을 통한 경영승계도 그렇고,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아마도 아주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에게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뚜기가 모범적인 기업이 되려면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 등 개선할 지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경제개혁연대 자료 등을 보면, 지난해 오뚜기라면의 매출액 5913억원 가운데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액은 5892억원(99.64%)이다. 오뚜기라면은 오뚜기, 오뚜기제유, 오뚜기물류서비스, 상미식품, 오뚜기SF, 오뚜기냉동식품 등과 거래해 돈을 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왼쪽 두 번째부터),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비상장사인 오뚜기라면의 최대주주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35.63%)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오뚜기라면의 경우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35%가량인데 대부분의 매출이 오뚜기를 비롯한 계열회사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며 “삼성·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집단이었다면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지탄이 되었을 거래”라고 비판했다.

오뚜기라면뿐만 아니라 오뚜기물류서비스(72.6%), 오뚜기SF(63.9%), 상미식품(97.6%), 알디에스(86.4%) 등 다른 계열사도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자료: 경제개혁연구소 * 표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 일가의 지분이 일정 비율을 넘는 계열사와 거래하면 이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일감 몰아주기는 경쟁을 저해하는 행태라는 점에서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통제돼야 한다”며 “오뚜기가 진정 ‘갓뚜기’가 되려면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를 자체적으로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료: 경제개혁연구소 * 표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상호출자 문제도 있다. 오뚜기의 주주는 계열회사인 알디에스, 오뚜기제유, 상미식품, 오뚜기라면, 풍림피앤피, 오뚜기물류, 애드리치 등이고, 거꾸로 이들 계열회사는 오뚜기의 지분을 9.8∼46.59%를 보유하고 있다. 또 ‘오뚜기→오뚜기라면→오뚜기물류→ 오뚜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도 발견된다. 경제개혁연대는 “문제 제기가 되지 않았을 뿐, 올바른 경영방식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오뚜기 스스로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해야 참다운 모범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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