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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재용 재판의 핵심인 '최순실의 딜레마'에 대해 알아보자

  • 박세회
  • 입력 2017.07.27 10:52
  • 수정 2017.07.27 10:53

지난 26일 최순실 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재판부와 신경전을 벌였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순실 씨는 이날 재판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오늘 자진해서 출석하려 했는데 구인장(拘引狀)이 발부돼 당황스러웠다. 저는 자진 출석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조선일보(7월 27일)

내 발로 나올 거였는데 왜 강제로 끌어내려 했느냐는 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가 전날(25일) 최씨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한 것을 문제 삼은 것.

그러나 결국 증인석에 앉은 최씨는 증언을 거부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특검이 신문에 나서자 최씨는 재판부에 할 말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 이 재판에 나오려 했는데 갑자기 유라(정유라)가 나오는 바람에 혼선을 빚었습니다. 걔를 새벽 2시부터 오전 9시까지 어디에 유치했는지 부모로서 당연히 물어봐야 할 사항입니다. 그건 위법한 증인 채택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특검에서 두 가지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습니다.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경제공동체를 인정하라, 그리고 삼족을 멸하고 우리 손자까지 가만 안 두겠다. 그런 무지막지한 얘기를 1시간 들었습니다. 제가 특검에 증언할 수가 없어 증언을 거부하겠습니다.” -최순실/세계일보(7월 26일)

여기까지 요약하면 '재판부가 나를 강제로 나오라고 구인장을 발부했지만, 나는 원래 내 발로 나오려고 했고, 증인석에 앉긴 했지만, 특검이 위법하게 내 딸을 증인으로 세우고 나를 협박했으니 증언은 할 수 없다'는 것.

대체 왜 이런 행동을 보일까?

JTBC는 최씨가 이처럼 횡성수설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최씨와 정씨가 안고 있는 딜레마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 씨는 지난 12일 이재요 부회장의 재판에 불출석하겠다는 전날의 통지를 번복하고 출석해 "엄마가 말을 내 것처럼 타라고 했다", "말 세탁 직전, 엄마와 황성수 전 삼성 전무 등이 만났다"는 등의 증언을 한 바 있다.

정씨가 이렇게 최씨보다 먼저 증언을 하게되면 최씨가 하는 모든 증언이 '폭탄'이 된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최씨의 측근은 "최순실이 '정유라와의 인연을 끊어버리겠다'라고 말했으며 '굳이 증언하겠다면 내가 먼저 하고 난 다음 나중에 하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듣는다'며 격노했다"고 전했다.

최씨가 최소한 딸보다 먼저 증언하고 싶어 했던 이유는 일종의 '게임 이론'의 딜레마에 빠지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씨의 증언이 어머니 최씨와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이기는 하지만 '선서'를 하고 이를 반박하는 증언을 하면 정씨가 위증죄의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역시 비슷한 보도를 내보냈다.

법조계에선 최씨의 증언 거부를 놓고 "그간 최씨 측 입장을 보면 정유라씨와 배치되는 증언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위증 혐의를 받게 될 수 있고, 그렇다고 딸과 같은 얘기를 하면 뇌물 수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조선일보(7월 27일)

한편 조선일보는 재판 말미에 최씨는 다시 김 부장판사에게 "제가 몇 가지만 말해도 될까요"라며 발언권을 달라고 했으나 김 부장판사가 "증언을 모두 거부했으니 더 이상의 발언은 무의미하다. 듣지 않겠다"며 잘랐다고 전했다.

'모녀의 딜레마'를 헤쳐나가기 위해 증언을 거부하는 최씨와 재판부의 신경전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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