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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주사위는 던져졌다

과연 이 검찰개혁이 대통령의 뜻대로, 많은 국민들의 염원대로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우려되는 바가 크다. 그것을 증폭시키는 것은 검찰의 태도다. 문총장은 어제 임명식 후 대통령과의 대화 중 한시를 읊었다고 한다. 대통령 앞에서 공직자로서의 확실한 다짐을 말하지 않고 알쏭달쏭한 시를 읊는다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선 상상하기 힘든 행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은 시대의 대세다. 지금과 같은 검찰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다.

ⓒ뉴스1

1.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검찰개혁이 본격적으로 우리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것은 문대통령의 주요 선거공약 중 하나였고 지난 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과제다. 대통령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그 중요성을 명확히 강조했다. 특히 어제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 임명식에선 "국민이 검찰의 대변화를 바라는데 그것은 검찰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국민께 신뢰받는 기관이 되길 바라는 애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만큼 사회정의 중추인 검찰에 대한 기대가 큰 걸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이 검찰개혁이 대통령의 뜻대로, 많은 국민들의 염원대로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우려되는 바가 크다. 그것을 증폭시키는 것은 검찰의 태도다. 문총장은 어제 임명식 후 대통령과의 대화 중 한시를 읊었다고 한다. 대통령 앞에서 공직자로서의 확실한 다짐을 말하지 않고 알쏭달쏭한 시를 읊는다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선 상상하기 힘든 행보다.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

이 뜻이 무엇일까? 개혁을 바라는 사람이 많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상황이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는 또 다른 의지의 표현일까? 논자마다 다른 평을 내놓지만 문총장이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전폭적으로 따를지는 의문이라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은 시대의 대세다. 지금과 같은 검찰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다.

2. 검찰개혁의 본질은 무엇인가?

다 아는 것 같지만 확인 차 물어보자. 도대체 검찰의 문제가 뭣이란 말인가. 무슨 문제가 있길래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이렇게 요란한가.

검찰개혁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동안 검찰권이 편파적으로 운용되었기 때문이다. 법집행 그 중에서도 범죄를 발견해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검찰이 국민들 눈엔 매우 불공정하게 보인 것이다.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검찰은 권력의 충견처럼 행동했고, 때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행동했다.

수사해야 할 사건에선 석연치 않은 이유로 덮어버리고, 수사하지 않아도 될 사건에선 사돈의 팔촌까지 뒤져가며 수사했다. 기소하지 않아도 될 사건은 과감하게 기소해 무죄를 받고, 기소해야 할 사건은 기소하지 않아 국민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지난 정권 시절 발생한 사건 몇 건만 생각해 보라. 국정원 댓글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 세월호 사건, 정윤회 문건유출사건 등등... 어느 것 하나도 국민들은 수긍할 수 없다. 검찰개혁은 바로 이런 부당하고도 편파적인 권한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3. 검찰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검찰권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지난 수십 년간의 검찰권 행사를 관찰하면서 얻은 결론은 하나다.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두 권한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상한 사건을 만들어 낼 수 있고, 그럼에도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여기에 검찰을 유일하게 (인사권으로) 통제할 수 있는 대통령이 개입하면 검찰은 권력의 충견이 된다. 살아 있는 권력엔 칼을 대지 못하고 죽은 권력엔 야비할 정도로 잔인하다. 그런 이유로 강력한 권력을 원하는 역대 대통령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제외하고) 검찰을 요리할 수 있는 강력한 민정수석비서관을 옆에 두어 검찰을 직접 통제했다. 그 가장 좋은 예가 바로 박근혜 정부의 우병우 민정수석의 역할이었다.

만일 수사권을 경찰이 갖고, 기소권을 검찰이 갖는 상황이라면 사태는 매우 달라질 것이다. 권력이 분할된 상황에선 권력의 속성상 견제할 수밖에 없으므로 한 기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두 기관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순 있지만, 이제까지 해오던 방식보단 훨씬 복잡한 경로를 거쳐야 하므로, 쉽게 충견으로 만들 수 없다. 여기에다 기소권까지 갖는 공수처를 만들면 검찰은 더욱 견제 받을 것이다.

검찰개혁의 방향을 한마디로 말하면,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대등하게 만들고, 거기에 공수처를 설치해, 국가 권력 간의 균형과 견제를 작동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 검찰개혁의 과제는 무엇인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방향이 정해졌지만 이것을 현실화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일단 검찰은 이를 완강히 반대한다. 적정한 기소를 하기 위해선 반드시 직접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 대통령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수사 기소 분리 원칙을 제시하면서도 검찰의 직접수사를 염두에 둔 예외적 수사(보충적 수사)를 언급하고 있다.

청문 절차에서 문총장이 조심스럽게 발언한 것을 정리하면, 대체로 검찰이 원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그림이 무엇인지 추측할 수 있다. 검찰은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일반적 수사지휘는 여전히 원하고 있고, 경찰 수사권과 관계없이 검찰 역시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길 원한다. 혹시나 그게 어려워진다고 해도 소위 거악척결이란 명분으로 이제까지 해온 특수수사는 결코 경찰에 넘겨줄 수 없다는 태도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본의 검찰과 경찰 관계 정도로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처리하자는 게 현재 검찰의 속셈인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위에서 본 검찰개혁의 본질과 방향은 근본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경찰수사권의 독자성만 부각될 뿐,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검찰권의 본질적 문제는 그대로 남게 돼, 구각을 탈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 검찰과 경찰의 합의를 통한 개혁이 가능할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 방식은 노무현 정부 때도 시도해 보았지만 실패했다.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청와대)이 방향을 제시해 제도적 개선안을 만든 다음 의회를 설득해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엔 없다.

5. 검찰개혁은 경찰개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검찰개혁의 원칙대로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 일체를 경찰에 이양하는 것도 국민들 입장에선 선뜻 찬성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것은 다른 측면에서 국민들로 하여금 또 다른 불안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검찰보다 더 인권 친화적일까? 아니다, 이제까지 우리 사법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인권침해는 압도적으로 경찰에서 많이 일어났다. 당장 수사권 일체를 경찰이 행사하면 국민입장에선 인권침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에게 검찰에게 요구한 수사 독립성을 바랄 수 있을까? 아니다, 이것도 쉽게 믿을 수 없다. 사실 경찰은 검찰보다 독립성이란 측면에선 훨씬 더 취약한 조직이다. 수사권 일체를 경찰이 독자적으로 행사하면 더 편파적인 운용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경찰은 검찰보다 수사를 더 잘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제까지 검찰이 욕은 먹었지만 그들이 해온 특수수사를 보면 그래도 검찰이 경찰보단 전문성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 않은가. 검찰이 수사권을 내려놓으면 경찰이 과연 재벌을 상대로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까?

때문에 경찰이 수사권을 가져오기 위해선 국민들에게 다음 세 가지를 확신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인권경찰로 거듭나야 하고, 수사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며, 수사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제도적으로, 현실적으로 확보하지 않으면, 국민입장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이 지금 상황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나는 지금 경찰개혁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바로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경찰개혁위의 수사분과에 소속해 있는 위원들 모두 경찰이 수사의 주체가 되는 것을 상정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방안을 짜고 있다. 우리는 경찰 수뇌부와 이 문제에 대해서 일주일에 두 세 번씩 만나 장시간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고 있다. 아무리 경찰이 다른 일로 욕을 얻어먹고 있다고 해도 이 문제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의 노고만큼은 쉽게 폄하할 수 없다.

나는 경찰의 입장을 대신하고 숙원사항을 풀어주기 위해 경찰개혁위원이 된 게 아니다.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마 다른 위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관심은 오로지 검찰개혁과 그에 따른 경찰 수사권 행사의 적정성을 담보하는 데 국민입장을 대변하는 일이다. 비록 내 능력의 한계와 무지로 인해 벽에 부딪칠 수는 있지만 이 생각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일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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