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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대통령 앞에서 읊은 한시

ⓒ뉴스1

문무일 검찰총장은 한시(漢詩) 한 편을 읊었다.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자리였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다"는 대통령의 덕담에 이렇게 답했다.

"저에게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정말 잘하겠다"

"인사청문회 때 여야 의원들로부터 각기 다른 많은 주문을 받아서 한시가 생각이 났다"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고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를 기다리며/ 뽕잎 따는 아낙은 흐린 하늘을 바라네(做天難做四月天/蠶要溫和麥要寒/出門望晴農望雨/採桑娘子望陰天)’

이 시는 난화이진의 한시다. 하나의 하늘을 두고도 사람의 입장에 따라 요구하는 것이 다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왜 문 검찰총장은 이런 시를 읊었을까. 표면적으로는 문 검찰총장의 말대로 여야의 각기 다른 주문에 대한 자신의 처지를 풀이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이 같은 시를 읊은 것은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대한 속내를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이 시는 2014년 3월 김진태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당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당시 읊은 바 있다.

하나의 검찰을 두고 결국 문 총장은 문 대통령의 검찰 관련 공약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에 대해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 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검찰의 직접·특별수사 기능은 유지돼야 한다"며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공수처 설치 문제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어 어느 의견이 옳다고 말하기 성급하다"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문 총장의 속내를 알아차린 것일가. 문 대통령은 문 총장이 시 읊기를 마치자 "정치도 검찰을 활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하지만 검찰 스스로 중립의지를 확실히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검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확실히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도 검찰을 활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하지만 검찰 스스로 중립의지를 확실히 가져야 한다. 정치에 줄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일부 정치검찰의 모습이 있다면 통렬히 반성해야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묵묵히 업무에 임해온 검사들도 더 큰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총장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문 총장 부인 최정윤씨 등과 함께 차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임명장 수여식 현장에 있었던 한 참석자는 “문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여야 5당(누에·보리·나그네·농부·아낙네)의 다른 목소리를 빗댄 것이었다. 대통령에게 ‘인사청문회를 해보니 한시간도 힘든데 각계각층의 다양한 요구를 매일 충족시켜야 하는 대통령은 얼마나 힘드시냐’고 문 총장이 말했고, 대통령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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