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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장비는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사진)

  • 박수진
  • 입력 2017.07.25 10:28
  • 수정 2017.07.25 10:32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올해도 '몰래카메라'(몰카) 피해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해수욕장과 워터파크 등 물놀이 복장으로 노출이 많은 데다 야외탈의실, 숙박업소 등 낯선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탓이다. 심지어 휴가철을 타깃으로 한듯한 '물병 몰카'까지 시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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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파크에서 더위를 식힐 생각인 박모씨(27·여)는 "무음 카메라로 수영복 입은 뒷모습을 찍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며 "나한테도 충분히 있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집이 아닌 곳에서 옷을 벗게 되면 한 번쯤 몰카를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떠난 누리꾼 A씨의 사연이 회자되기도 했다. 그는 숙소 침대 위 천장에서 화재경보기형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 카메라에는 그와 여자친구의 일거수일투족이 녹화돼 있었다. 반짝이는 불빛이 수상해 확인해보지 않았다면 감쪽같이 모르고 넘어갈 뻔했다.

몰카 피해 적발 건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로 10년새 15배 폭증하며 불안감도 증폭되는 양상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6년 몰카범죄(카메라 등 이용촬영)가 전체 성폭력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였지만 2015년 24.9%로 급증했다. 발생건수도 2006년 517건에서 2015년 7730건으로 크게 늘었다.

나날이 고도화하는 몰카 특수장비도 우려를 키우는 데 한몫한다. 인터넷상에서는 실제 물병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수병 모양의 카메라에서부터 벽시계, 자동차 열쇠고리, 이어폰, 담뱃갑, 안경, 볼펜, 화재경보기의 겉모습을 한 초소형 몰카장비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지난 2년간 적발된 담뱃갑, 차키, 벽시계 속에 교묘히 숨은 몰래카메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리꾼들은 여행 시 숨겨진 몰카를 찾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팁을 공유하기도 한다. '숙박업소에선 TV 리모컨 수신센서나, 시곗바늘 중앙, 스피커 등 구멍이 있거나 반짝이는 곳을 유심히 보라'라거나 '주변 인테리어와 어울리지 않는 가구를 의심하라'는 식이다.

더 적극적으로 자구책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김모씨(27·여)는 한동안 몰카 탐지용 스마트폰 앱을 애용했다. 전자장비가 있으면 알림이 울리는 앱을 켜고 모텔 등 숙박업소 구석구석을 훑는 것이다. 김씨는 "불안한 마음에 썼지만 숨겨진 카메라를 모두 찾아내기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든다"며 "올해 휴가 때는 차라리 좀더 믿을 수 있는 호텔에 묵을까 한다"고 말했다.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몰카탐지기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안용품 판매업체 아이다헌트 관계자는 "몰카탐지기 판매가 해마다 20~30%씩 늘고 있다. 30만원대 초반 적외선·주파수탐지기가 가장 많이 나간다"며 "여름엔 노출이 심해지다보니 찝찝하다고 느끼는 고객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직원들이 10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동 워터파크 화장실에서 탐지장치를 시연 중이다.]

올해부터는 경찰도 몰카 탐지기를 구매해 단속에 나섰다. 경찰청은 이달 초 전국 16개 지방청에 몰카탐지기 87대를 지급했다. 아직 그 수가 많지는 않아 여름 경찰서를 위주로 시범 운용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미래창조과학부 전파관리소와 협업해 점검을 했다"며 "경찰도 자체 장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획재정부에 요청했고 올해 운영결과에 따라 장비를 추가 보급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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