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허프인터뷰] 드라마 ‘비밀의 숲'의 강부장, 아니 강검사장 배우 박성근을 만났다

  • 강병진
  • 입력 2017.07.24 05:22
  • 수정 2017.07.24 05:33

*이 인터뷰에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 관한 스포일러가 아주 많습니다.

강부장은 승진했다. 이제 그는 검사장이다.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강원철 부장의 승진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부장검사에서 차장을 거치지 않은 쾌속승진이자, 기수파괴다. 그를 연기한 배우 박성근은 “이수연 작가는 검찰 조직이 복종이 아니라, 신념과 능력에 따라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이게 가능하다면, 정말 신념 있는 인물이 기수에 상관없이 우두머리를 맡게 되고,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그럼 좋은 사회가 아닐까요?” 

 

‘비밀의 숲’을 보는 시청자들은 이제 강 검사장을 응원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는 9회 이전까지만 해도 주인공 황시목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보였다. 9회에서는 자리를 내려놓으려는 이창준에게 그는 “책임을 지라면 그 자리에서 지라”고 일갈했다. 이창준의 비겁한 행동이 검사로서 강원철이 가진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입혔던 탓이다. 이어 10회에서 강원철은 정의롭고, 신념이 있고, 심지어 귀여운 ‘츤데레’ 검사의 모습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비밀의 숲’의 팬들은 황시목과 서동재, 강원철이 함께 나누는 3자 대화에서 ‘입덕 포인트’를 찾았을 것이다. “나 간만에 경제통 같으니까 말 끊지 좀 마라.” 드라마 속 서부지검 형사3부 검사들의 흑막을 그리는 이 드라마에서 강원철은 검사들 역시 사실상 일반적인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다.  13회에서 검사장으로서 새로운 의자에 앉아 몇 바퀴를 돌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강원철은 온 힘을 다해 이날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꿈 속에서는 상상해왔을 것이다.

 

강원철 부장의 승진을 맞이해, 배우 박성근을 만났다. 그날 역시 더웠고, 그는 인터뷰 장소인 카페에서 아이스 카페모카를 주문했다. “여기 사장님이 아저씨 입맛을 제대로 아시네요. 달달하고, 쌉쌀하고, 좋네요.” 이미 오래전 ‘비밀의 숲’의 촬영을 끝낸 그는 인터뷰 내내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 ‘비밀의 숲’은 사전제작 드라마였습니다. 지금은 어쩐 작품을 촬영 중이죠?

= ‘협상’이라고 손예진과 현빈이 주인공인 영화에요. 이 작품에서는 ‘작전관’이라는 역할이죠. 직업이 군인이에요. 계급은 중령이고.

- 지난해에는 상당히 많은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협상’외에 또 다른 작품도 있나요?

= ‘협상’ 외에는 안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계속 쉴새 없이 달려서, 지금은 약간 ‘포즈’를 두고 있어요. 뭐, 굳이 쉬고 싶어서 쉬는 건 아닌데… 뭐랄까, 작년처럼 치열하면 에너지가 고갈될 거 같아서요.

- 그동안 ‘비밀의 숲’에 대한 반응은 찾아보았나요?

= 그럼요. 다른 드라마를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는 의견들이 많더라고요. 배우로서 자부심도 느꼈어요. 내가 정말 좋은 작가, 감독을 만났구나 싶었어요. 연기하는 동안에도 그런 생각을 끊임없이 했던 것 같아요.

- 강원철 부장이란 캐릭터에 대한 반응도 보았나요?

 = 사실 제가 쑥스러워서 개인적으로 막 찾아보지는 않았어요. 지인들이 저에게 톡으로 올려줘서 봤었죠. 가장 좋은 반응은 ‘정말 검사 같다’는 의견이었어요. 배우로서 너무 좋은 반응이죠. 제가 보이는 게 아니라, 제 역할이 보이는 거니까요. 강원철 부장이 흔히 있을 법한 사람, 있을 법한 직장상사 같다는 말들도 있더라고요. 겉으로 친절한 건 없는데, 위에서 뭐라고 하던 그냥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심지가 있는 인물이라는 평도 봤어요.

 

- 가족들도 좋아하겠네요.

= 아무래도 우리 아내는 정말 좋아하죠.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들도 신난 것 같아요.

- ‘비밀의 숲’을 처음 제안받을 당시, 받아본 대본은 몇 회까지였나요?

= 5회까지 받았어요. 읽고서 정말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보는 사람들이 따라가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했어요. 사실 배우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우리도 같이 추리를 하면서 연기했으니까.

- 5회까지 한 강부장과 특히 10회 이후의 강부장은 시청자로서 보는 느낌이 달랐어요.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은 어땠나요?

= 아직 대본이 나오지 않은 부분에 대한 설명은 작가님에게 다 들었어요. 그래서 거기에 좀 맞춰갔죠. 강부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신념이 정말 강직한 사람이라고 봤어요. 겉으로 드러내거나, 척하지는 않는 사람이죠.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도 않고, 후배를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생각도 안해요. 아닌 건, 아니라고 끊고 직설화법을 쓰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 이전에도 검사를 연기한 적이 있습니다. ‘강부장’을 위해 그때와는 다르게 준비한 게 있었을까요?

= 대본을 받고서 한 달 정도 시간이 있었어요. 배우들이 다 하는 일인데, 촬영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를 자기 걸로 만드는 트레이닝을 해요. 신체적인 부분에서도 강부장은 배가 나오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준비했었죠. 또 역할에 접근하기 위해 계속 강부장을 연상하면서 지냈어요. 법원도 매일 다녀보고, 아침 일찍 일어나보기도 하고요. 나만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 과정이 많이 도움이 됐죠. 그 이후에 작가님을 만났는데, 자기가 생각했던 강부장의 모습으로 와서 너무 좋다고 하셨어요.

- 범인의 정체를 안 건 언제였나요?

= 거의 끝물에 알았죠. 배우들 대부분이 그랬어요.

- 배우들도 범인의 정체를 알고 놀랐겠네요.

= 그런데 이것도 일종의 페이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우리는 대본으로 보니까, 대사 하나하나를 보면서 이 캐릭터가 왜 이런 대사를 하지? 하고 계속 추리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수연 작가님이 그런 대사 하나를 허투루 쓰는 분이 아니니까요. 혼자 추리를 하다보면, 함정에 빠져버려요. 배우들끼리도 서로 너가 범인 아니냐고 했었어요.

- 12회에 윤과장의 캐릭터가 가장 유력한 범인으로 등장했습니다. 물론 그가 드라마 속 2개의 범죄사건에 모두 연루됐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공범이 있는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는지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윤과장을 연기한 이규형 배우도 나중에 자신이 범인인 줄 몰랐었나요?

= 배우는 알고 있었죠. 자기가 처음부터 범인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끼리도 철저하게 감춘 거예요. 내가 왜? 내가 왜 그랬을 거 같애? 이러면서요. 완전 마피아 게임이었죠.

- 상상해보니, 진짜 마피아 게임이네요.

= 진짜 재미있었어요. 처음에는 강부장이 범인이 아니냐는 의심도 했었어요. 윤과장과 인간적인 친분을 가진 게 강부장이니까요. 공범이 있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면 딱 강부장인거죠. 그런 식으로 추리하기도 했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법무부 장관을 내려앉게 만든 이윤범을 치려한거다? 이윤범이 치기 위해서 이창준을 같이 엮으려 했다? 이런 식이죠. 하지만 정말 답이 안나왔어요. 이규형도 끝까지 감췄으니까요. 가끔 이규형이 카톡을 보내면서 “형님 뭐하세요?” 이렇게 묻는데, 그때마다 “왜, 이 나쁜놈아..”이러고 답하고 있어요.(웃음)

- 자, 이제부터는 ‘비밀의 숲’에서 강원철 부장의 캐릭터가 도드라졌던 몇몇 장면에 대해 코멘터리를 부탁하겠습니다. 첫 장면은 2화에서 황시목에게 짜장면을 시켜주는 장면입니다. 언뜻 보면 그냥 식사하는 장면인데, 안에는 여러 레이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원철은 황시목에게 메뉴를 물어보지도 않고, ‘짜장면’을 시켜요. 그런데 옆의 윤과장은 볶음밥 같은 걸 먹고 있어요. 유일하게 볶음밥을 먹는 걸 보면 그에게는 취향을 존중해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은 황시목에게 ‘내부감사’가 들어갈 것이라는 걸 알리는 장면인데, 어딘가 경고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름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이때 연기를 하면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입니까?

= 그 장면은 이 드라마에서 강원철이 나오는 첫 장면이었어요. 저에게도 첫 촬영이었죠. 참 많은 그릇의 짜장면을 먹었어요. 여러 각도로 찍다보니까 그랬죠. 그 이후로 며칠 동안은 짜장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지금 돌이켜보니 그 장면을 연기할 때는 강원철 부장이 짜장면을 먹는다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황시목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죠. 만약 상대가 후배가 아니라 직장상사였다면 그렇게 해석하지 않았을 거예요. 내 아랫사람이고, 또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는 사람이니까, 몇마디 하면서 그냥 식사를 하는 거죠.

- 이 대목에서 질문을 덧붙인다면, 강부장이 황시목을 대하는 감정은 무엇이라고 해야할까요?

= 대사에도 들어가 있어요. 못된 송아지 뿔인지, 가만히 있어도 그냥 눈에 띄는 놈인지, 알수 없다는 거죠. 뛰어난 놈인 걸 알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의심을 해요. 저놈이 차장검사랑 붙어서 서동재처럼 그 라인으로 갈려나 보다, 이런 생각도 하고. 그러니 그닥 탐탁치 않게 여기는 거죠.

- 다음 장면은 9화입니다. 이창준은 황시목을 특임검사로 임명하고 자신은 검사장직에서 내려오겠다고 말합니다. 이때 강부장이 일어나 “책임을 지려면 온전히 그 자리에서 져라”고 일갈하죠. 강부장이란 검사가 이전에 알던 것과는 다른 인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부분이었어요. 또 아무래도 배우로서도 상당히 강렬하고 멋있는 부분이었을 것 같고요.

= 저는 좀 머리가 나빠서 여기서 내가 돋보이겠다 싶은 장면을 몰라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여기서는 사실 이창준이라는 배우가 더 돋보여야 하는 거고 저는 양념을 뿌리는 거죠. 그런데 제가 약해버리면 오히려 상대가 못 살 거든요. 이게 부각되기 위해서는 제가 오히려 더 강하게 나갔어야 했어요. 시청자는 통쾌하다고 하시는데, 어쨌든 그럴 정도로 강하게 어필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할수 있는 건 거기까지가 아니었나 싶네요. 

 

- 그리고 이제 대망의 10화 입니다. 황시목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한 강부장이 종이뭉치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 캐릭터에 없던 귀여움이 묻어났다고 할까요? 그렇게 스펙트럼이 넓어진 느낌이었어요.

= 처음에는 종이컵으로 축구를 하라고 그랬어요. 그런데 공간이 좀 협소해서 제가 농구로 바꾼 거죠. 그 부분은 저도 마음에 들어요.

- 다음 장면은 10화에서 화제가 된 황시목, 서동재, 그리고 강원철의 3자 대화 장면입니다. 그렇게 세 사람이 한 자리에서 정보를 공유한다는 설정부터가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서동재와 강원철이 서로를 갈구면서 대화를 하는데, 꼭 황시목이란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학생들 같기도 했죠. 이 장면은 배우들도 준비를 많이 했을 것 같은데요.

= 굉장히 오래 준비했어요. 합을 맞추려면 일단 내가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마침 그 장면만 촬영이 연기 됐어요. 이미 준비는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곱씹어 보는 기회가 된 거죠. 그리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배우들끼리 준비한 것을 맞춰봤어요. 톤이 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대화가 되어야 하니까요. 뭐, 다들 워낙 잘하는 배우들이라 촬영을 할 때는 별 일이 없었어요. 준비가 어려웠던 거죠.

- 나중에 방송으로 봤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 짜릿했죠.(웃음) 보통 연극에서는 쌓아간다는 표현을 해요. 상대 툭 던지면 받아던지고 그러는데, 계속 탑을 쌓듯이 가는 거죠. 그러면 배우들도 재밌어요. 쫙쫙 붙는다고 해야하나, 연기하는 맛이 나죠.

- ‘비밀의 숲’ 이전에도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개인적으로 박성근이라는 배우의 얼굴을 알게 된 건, ‘미세스 캅’(2015)이었어요. 점잖은 외모와 달리 상당히 나쁜 짓을 많이 하는 기업형 조직 두목의 비서를 연기했죠.

= 정말 나쁜 비서였어요.(웃음) ‘미세스 캅’은 이쪽 업계에 제 이름과 얼굴을 알려준 작품이에요. 사실 저 안에 있는 다른 모습을 끄집어 내는 게 관건이었던 캐릭터였어요. 생긴 건 그렇게 안 생겼는데, 악인으로 나오니까, 그런 의외성 때문에 시청자분들도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전국구 건달 출신의 사람치고 저는 좀 선하게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 원래 연극을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나 드라마를 통털어서 가장 첫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 ‘고양이를 부탁해’(2001)였어요. 꽤 비중있는 조연이었죠. 거기서는 극중 이요원의 직장 상사를 연기했어요. 배경이 증권사였어요. 극중에서는 이요원이 맡은 배역이 저를 좋아하는 거였는데… 아니, 좋아한다기 보다는 신분상승을 노리고 접근했다고 할까. 거기서 제 직업이 애널리스트로 나오거든요. 아무튼 저도 그렇게 연기를 했었는데, 나중에 편집을 한 걸 보니까 제가 이요원을 좋아하는 걸로 나오더라고요. 분명 나를 좋아하는 거였는데, 내가 찝쩍대는 역할이 됐었어요.(웃음)

- 배두나씨와 그때부터 인연이 있었던 거군요.

= 아, 그러네! 사실 그때 촬영장에서는 한 번도 본적이 없었어요.

- 연극무대 생활은 몇 년 정도 하신 거죠?

= 꽤 오래 했죠. 고등학교 때 부터 연극반 활동했고, 아동극도 하고 서울예전 졸업 한 후로 20대에는 쭉 연극만 했으니까요.

- 연극배우로 활동하는 분들 중에서 외길만 걸었던 분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연극 외에 다른 일도 병행했었나요?

= 저는 외도를 많이 했어요. 아버님이 제조업을 하셨는데, 흔히 사출업이라고 플라스틱 제품을 찍어내는 일이죠. 저도 평소에 많이 도와드렸는데, 갑자기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그럼 이제 내가 해야하나, 이런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그 일을 꽤 했어요.

- 그럼 공장 사장님이었던 거네요?

= 그렇죠. 엄한 짓을 많이 한 거죠. 한 4,5년 했나? 나중에는 김밥처럼 말아먹었어요. 계속 쭉쭉 떨어지더라고요.

- 그래도 연극 배우로서의 생활보다는 그쪽이 좀 더 안락하지 않았을까요?

= 전혀요. 내가 꿈꾸거나, 원하는 삶이 아니니까 불행하더라고요.

- 그리고 다시 연극무대로 복귀한 건가요?

= 다시 갔다가, 생활고 때문에 또 식당도 했어요. 직접 경영도 하고, 동업도 했죠. 그리고 또 다시 돌아갔죠. 그때는 고민 안 했어요.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이미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을 때 였어요.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으로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대로 다 받았어요. 그 돈을 아내에게 주고, 나 연극 할 테니까 그동안 이 돈으로 생활하라고 했었죠. 그리고서 대학로로 갔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려니 시스템이 바뀌어있더라고요. 예전처럼 극단 시스템이 아니라, 기획작품이 많이 생겼어요. 인기있는 배우들과 연예인을 함께 출연시키는 작품들이 많아졌는데, 저는 그때 1년 동안 한 작품도 못했어요. 대신 몇몇 영화에 기회가 생겨서 조금씩 출연했던 거죠.

-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면 어떤가요?

= 오히려 운이 좋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몇 년 동안 공장과 식당 주방과 연극무대를 오가다보니까,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어요. 연극계를 객관적으로 보고, 저 자신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배우가 아닌 다른 삶도 그렇게 보게 됐죠. 그래서 덕분에 오히려 그런 시간을 만회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 지금까지 검사를 비롯해 의사, 경찰, 비서 등의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아무래도 전문직이 많은 것 같네요. 캐릭터의 영역을 넓혀본다면 어떤 캐릭터가 좋을 것 같나요?

= 제가 제 역할을 규정지은 건 없어요. 저는 뭐, 그냥 다 합니다. (웃음) 한 번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찌질한 동네 아저씨? ‘완득이’의 선생님 같은 캐릭터라고 할까요? 저는 사실 눈에 막 힘주는 건 잘 못 해요. 그런데 주로 그런 걸 해온 거죠. 사실 저는 참 수다스럽고, 또 유쾌한 구석이 많아요. 가끔 혼자 동굴에 들어가 있을 때가 있지만, 그외에는 뭐… 유쾌하지 않으면 술도 안 마셔요. (웃음)

사진 : 윤인경

동영상 촬영 및 편집 : 이윤섭, 윤인경

장소제공 : 레코드 카페 '라디오 데이즈'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비밀의 숲 #박성근 #배우 #허프인터뷰 #엔터테인먼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