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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땐 감기처럼 지나가고, 어른이 걸리면 고생하는 병

  • 박수진
  • 입력 2017.07.20 08:24
  • 수정 2017.09.12 15:36
Stressed business man at the office. He is casually dressed and looking distraught. He looks very uncomfortable and could also have a headache. He is has his head in his hand and looks very upset. Hi is sitting at a desk with a computer and phone. Copy space.
Stressed business man at the office. He is casually dressed and looking distraught. He looks very uncomfortable and could also have a headache. He is has his head in his hand and looks very upset. Hi is sitting at a desk with a computer and phone. Copy space. ⓒcourtneyk via Getty Images

[김양중 종합병원] A형 간염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감기 같았는데 황달 등이 심해져 결국 입원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다행히 잘 회복되기는 했는데, 처음 들어본 에이(A)형 간염에 입원까지 해야 해서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입니다.”

3년 전에 A형 간염을 앓은 이아무개(41)씨는 그 전까지 A형 간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는 비(B)형 간염은 어릴 때 예방접종을 받았기 때문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별다른 걱정 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또 신문이나 방송에서 종종 시(C)형 간염에 대한 보도가 나올 때도,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일이 거의 없어 별다른 감염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C형 간염에 대한 보도는 주삿바늘이나 주사약을 재사용하면서 걸리는 것으로 나와, 거의 병원을 가지 않지만 어쩌다 가더라도 주사는 싫어해 맞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염려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는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지도 않았으며,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습니다. 건강검진에서도 다소 몸무게가 많아 과체중이라는 진단만 나올 뿐 나머지는 모두 정상 범위였기 때문에 스스로 건강하다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간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알려진 술은 많이 마시는 편에 속했는데, 일주일에 3~4번씩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또 한번 마시면 소주 2병까지는 거침없이 마실 정도로 음주는 즐겼습니다. 이씨는 “아버지를 비롯해 집안 대대로 술을 많이 마셨어도 간 질환을 앓거나 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없었다”며 “간은 튼튼하게 태어났다고 자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잦은 과음으로 간 질환이 걱정이 됐는지, 간염이나 간암에 대한 언론 보도 등은 꼼꼼히 챙겨 봤다고 했습니다.

이씨가 2년 전 가을철에 A형 간염에 걸렸을 때, 첫 증상은 몸에 열이 나는 정도였습니다. 또 피로감을 다소 느껴 단순한 감기로 생각했습니다. 그는 “평소 감기와 다소 다른 점은 입맛이 없고 구역질이 나는 정도였고, 피로감은 그동안 업무가 많아서 생긴 것으로 생각했다”며 “‘곧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열이 좀 더 난다 싶으면 해열제를 먹은 것 빼고는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옮겨가는 환절기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기로 여긴 것입니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감기가 낫지 않아 그는 다소 의아하게 여겼지만, 당시 업무가 많아 과로 탓으로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피로감이나 열감을 느낀 지 거의 열흘쯤 됐을 때, 자고 일어 났더니 피로감은 더 심해진데다가 눈이 좀 노랗게 보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른바 황달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때 저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습니다. 발열이나 피로감 등과 같은 증상에 대한 설명 없이 곧바로 황달 증상만 얘기했기 때문에, 그가 평소 술을 과하게 마시는 것으로 판단해 간이나 담낭(쓸개)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싶어 곧장 병원 방문을 권했습니다. 종합병원 등을 찾아 소화기내과에 가 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는 동네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 이튿날 소화기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가 보인 임상 증상으로 A형 간염 의심 판정이 내려졌고 황달까지 나타난 것으로 볼 때 증상이 다소 중한 편이니 입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설명과 함께, 간기능 검사 등 피 검사를 비롯해 복부 초음파 검사 등을 받았습니다.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는 아직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나, 혈액 검사는 하루 정도 기다려봐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다음날 간기능 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이 나왔고, 혈액 검사에서는 A형 간염 항체 양성 판정이 내려져 결국 A형 간염으로 진단됐습니다. 최종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형 간염에 걸렸을 때 일반적으로 6살 이하는 약 절반에서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증상이 있다 해도 매우 가벼워 간염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는 경우가 많다”며 “6살 이후에 걸리면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황달이 나타나는 등 전형적인 간염 증상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A형 간염에 걸린 나이가 많을수록 심각한 증상을 보이고 치명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입니다.

이씨의 경우 감염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주로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 B형이나 C형 간염과는 달리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로 전파됩니다. 즉 음식을 잘못 먹어 걸리는데, 오염된 음식을 함께 먹어 집단 발병하기도 합니다.

김정희 한림대의대 한강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주로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식수로 씻은 채소나 과일 등을 먹거나 오염된 물에서 채취한 어패류를 날로 먹어 감염될 수 있다”며 “사람들 사이에서도 감염 전파가 잘 돼 가족이나 군대, 유치원 등 같이 생활을 하는 곳에서 집단 발병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씨의 경우에는 다행히 직장 동료들이나 가족들에게서 A형 간염은 나타나지 않았고, 함께 술자리를 한 다른 사람들도 A형 간염에 걸린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는 “A형 간염에 걸리기 전 한달을 살펴봐도 음식을 혼자 먹은 적은 없었다”며 평소 별다른 질병도 없는 자신이 A형 간염에 걸린 것에 대해 몹시 의아해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자료를 봐도 A형 간염은 20~40대가 많이 걸립니다. 특히 치료를 받은 사람은 30대가 많고, 이어 40대가 2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보유의 차이로 설명이 됩니다. 최종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최근 20여년 동안 위생 및 생활환경이 크게 개선되면서 영유아, 청소년층 그리고 젊은 성인층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며 “이 때문에 현재 20~40대의 경우 항체를 가진 비율도 낮을뿐더러 나이가 많을수록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 병원을 찾거나 입원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혹시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같이 먹었던 사람이 있어도, 어릴 때부터 위생환경이 상대적으로 더 나았던 대도시에서 자라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접촉할 일이 없어 이에 대한 항체가 없었던 이씨만 A형 간염에 걸린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시골의 자연 속에서 산 아이들이 도시에서 자라난 아이들보다 면역력이 더 낫다는 설명이 들어맞는 경우가 바로 A형 간염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씨는 A형 간염에 걸려 입원한 기간이 그다지 싫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A형 간염에 대한 치료가 잘 먹고 잘 쉬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정희 교수는 “아직까지 A형 간염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약은 개발되지 않았다”며 “일반적으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치료를 하고, 식사 내용물 중에 단백질 양을 늘리는 고단백 식이요법을 하거나 간에 휴식을 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환자가 안정을 취하는 것이 스스로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씨는 입원 기간 동안 별다른 고민 없이 휴식만 취했습니다. 그는 “입원한 다른 환자들은 끙끙 앓고 있는데 무작정 쉬자니 좀 미안하기까지 했지만, 회사의 막중한 과로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A형 간염 치료제가 없다는 것에 대해 거의 대부분의 환자가 잘 쉬면서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면 저절로 낫기 때문에 굳이 치료제는 개발될 필요가 없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하지만 간염이 심해져 사망하는 사례도 매우 드물긴 하지만 해마다 1~3명가량 나타난다는 사실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닷새 정도 입원 치료를 받은 뒤 퇴원한 그는 의사에게 반가운 말을 들었습니다. 다시는 A형 간염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B형이나 C형 간염에 걸린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만성으로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A형 간염에 걸렸다가 회복되면 후유증이 남지 않고 평생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얻기 때문입니다. 이씨는 “어릴 적에 흙에서 놀다가 걸리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간다는데, 나이 들어 걸려서 고생을 하기는 했다”면서도 “그래도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B형이나 C형 간염이 무서운 이유는 만성으로 진행되면 10~20년 뒤에 이 가운데 일부에서 간암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간암에 걸리는 주된 이유는 바로 B형 간염에 노출된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서양처럼 C형 간염에 걸려 간암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행히 B형 간염의 경우 1980년대 중반에 예방접종이 나왔으며, 필수예방접종으로 지정돼 대부분이 맞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신규 간암 환자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C형 간염의 경우 아직도 예방접종이 개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주사기를 재사용하거나 감염자와 성 접촉을 하는 등과 같은 위험 행동은 삼가야 예방할 수 있습니다.

A형 간염의 경우에도 예방접종이 나와 있습니다. 이씨가 걸린 당시에도 예방접종은 나와 있었지만, 예방접종은 영유아가 맞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꽤 비싼 돈을 들여 아이들에게 A형 간염에 대한 예방접종을 했던 기억이 있다”며 “예방접종은 어릴 때만 맞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이를 맞을 생각은 아예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A형 간염이 치료된 뒤에 이씨에게는 작은 변화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술을 많이 줄인 것입니다. 그는 “집안 내력도 그렇고 술을 마시는 것으로 봐도 간 건강만큼은 어디에 뒤지지 않는다고 여겼는데, A형 간염 바이러스 같은 미세한 존재에 입원까지 하는 등 몸이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고 많이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술자리를 갖기는 하지만, 맥주 한두 잔에 그친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습니다. 또 과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그가 얻은 교훈 중에 하나였습니다. 질병으로 통증 등 고통을 당하고 치료비 등 경제적인 비용도 많이 치렀지만 무언가를 남겼다는 것이 이씨의 사례에서 설명이 됩니다.

A형 간염의 경우 어릴 때 일찍 걸려야 큰 문제 없이 지나가기 때문에 일찍 걸려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손씻기 등 위생 습관을 지키지 않으면 A형 간염을 약하게 앓고 지나갈 수 있지만 손으로 묻혀서 옮기는 인플루엔자, 수두, 홍역 등 각종 바이러스 질환에 걸릴 수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위생 습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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