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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나서도 ‘아토피'를 겪는 사람의 절실한 고백

  • 구세라
  • 입력 2017.07.20 12:15
  • 수정 2017.11.01 05:32
The woman touches finger-tips to the mouth
The woman touches finger-tips to the mouth ⓒgolubovy via Getty Images

전 세계 성인의 1~3%가 아토피피부염(이하 ‘아토피’)을 앓고 있다. 대부분 영유아기에 발생해 점차 호전되는 질환으로 알고 있지만, 성인 아토피 발병률은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방식, 대기오염 등을 원인으로 추정한다.

아토피는 유전적, 환경적 원인 및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면역질환이다. 가벼운 증세로 시작한 환자의 61%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증 환자 가운데 63%가 12시간 이상 가려움이 지속된 경험이 있다. 이런 증상은 수면장애를 유발할 뿐 아니라 불안, 우울 및 사회적 고립감으로 이어져 자살 충동까지 불러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단순 피부질환으로 여기고 적절한 치료방법과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민간요법이나 허위광고로 인한 피해 사례도 빈번하다.

아토피는 병의 경과에 따라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 따라서 올바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성인 아토피로 고통을 겪은 여러 사람의 사례를 모아 한 사람의 목소리로 재구성했다. 내가 혹시 아토피인지 한 번이라도 의심해봤다면, 혹은 아토피를 이미 앓고 있는 당신이라면 글 말미에 담긴 전문가가 권하는 치료법까지도 주목해 보자.

저는 벌써 20년째 아토피를 앓고 있는 만성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입니다

고2 겨울방학을 앞두고 몸 구석구석이 간지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말겠지’하고 넘겼지만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 만큼 정도가 심해졌죠. 2주 정도 지나자 팔과 무릎 안쪽이 벌겋게 부어올랐습니다. 동네 피부과를 찾았더니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아토피로 보인다고 하더군요. 처방받은 약과 연고는 금세 가려움을 가라앉혀 주었습니다. 여기서 끝인 줄 알았죠. 하지만 간지러움은 또다시 튀어나와 시도 때도 없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온몸을 긁느라 새벽에 두세 번씩 깨면서 잠을 설치는 날도 점점 늘어갔습니다.

간지러운 범위가 다채로워진 건 대학교 2학년 때였죠. 무릎, 팔 안쪽은 물론 목 뒤, 겨드랑이, 손가락 마디까지. 간지러움은 온몸 구석구석 퍼져 나갔습니다. 가까운 병원을 다시 찾으니 아토피가 심해졌다고 하더군요. 염증 부위만 국소적으로 치료하는 연고를 발랐습니다. 보기 흉했던 상처들이 서서히 들어갔어요. 피부도 예전처럼 맑아지더라고요. 보습에 신경 써야 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덜해지니 귀찮아졌습니다. 하지만 방치한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예전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가려움 증세가 나타났어요. 결국 피가 나기 시작했고, 피가 멎자 그 위에 부스럼 딱지가 생겼습니다. 살이 맞닿는 곳엔 딱지가 생기지 못하고 진물이 흘러나왔어요. 아토피라는 병이 무서워진 건 그즈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았습니다. 약만 바르면 몰라보게 호전됐으니까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토피 관련 입욕제와 보습제 종류가 무궁무진하더라고요. 아토피에 좋다면 무조건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극적인 변화는 없었어요. 바를 때뿐이고 증상이 완화되지는 않았어요. 관련 카페에는 ‘어성초, 목초액 등이 효과적이다’, ‘찬물로 목욕을 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가려운 부위에 요거트를 바르면 가려움이 사라진다’는 글이 올라오면 무조건 그대로 따라 했어요. 어떤 반응도 없는가 하면 부작용 때문에 죽다 살아난 적도 있었습니다. 항균이불이 좋다면 바꿔보고, 시골에 가서 며칠 머물기도 하고, 추천해주는 공기정화 식물도 사보았어요. 하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유명한 한의원을 추천해줬어요. 한의원에서는 제 상태를 보더니 당장 체질과 환경을 바꾸라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다 정리하고 무작정 시골로 내려갈 순 없잖아요. 타고난 체질이 그토록 쉽게 바뀌지도 않고요. 그 사이 아토피는 나의 얼굴까지 점령해버렸습니다. 저는 만성이 되어버린 온몸을 긁적거리며, 아토피로 고생하던 또래 여자의 완치 수기를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사진 속에서 몰라보게 말끔해진 얼굴로 웃고 있었죠. 아토피가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다면,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고 싶을 만큼 부러웠습니다.

타인의 불편한 시선까지 감내해야 하는 외로운 질병입니다

아토피로 얻게 된 불안과 우울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피폐하게 만들었어요. 학창시절, 아토피를 앓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남들 앞에서 얼굴에 붙어있는 각질을 떼어내는가 하면 쩍쩍 갈라진 팔 안쪽을 피가 맺히도록 긁기도 했습니다. 진물이 흥건한 반창고를 떼어낼 때마다 다른 친구들은 징그럽다 소리치며 도망쳤어요. 전 한 번도 그 친구 곁에 가지 않았습니다. 종일 이곳저곳을 긁적거리는 그 친구가 불쾌했거든요. 그 친구가 떠오르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징그럽거나 불쾌하게 볼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더워도 상처 부위를 긴 옷으로 가리고 다녔어요. 진물 난 상처 부위가 옷에 쓸리고 땀이 날 때마다 짓무른 상처가 따끔거렸습니다. 바지가 흥건해질 정도로 진물이 묻어나온 적도 있어요. 추운 겨울엔 하염없이 각질이 쏟아지거나 히터 바람 때문에 피부가 찢어질 것처럼 당겼습니다.

좋아질까 기대하면 다시 재발해버리는 아토피 때문에 누군가에겐 아주 평범한 일상이 제겐 딴 나라 이야기였죠. 친구들과 수영장에 가고, 가족들과 목욕탕에 가는 일상은 어느새 꿈이 되어버렸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내 몸 구석구석을 살피는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은 “그만 좀 긁으라”며 내가 제발 좀 참아 주길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도무지 가려움을 참을 수 없는 제 자신이 비참하고 외로웠습니다.

어느 날, 6년 동안 아토피피부염을 앓던 대학생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아토피 때문에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제 전문의는 아토피 환자들 대부분이 심한 가려움증으로 인해 심각한 수면 부족에 시달릴 경우, 누구나 공격적인 성향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요. 특히 성인 아토피는 입시, 결혼, 취업, 출산 같은 일이 심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유발해 더 재발하기 쉽다고 하더라고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적절한 치유방법을 천천히 찾아 나갈 때만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해주셨어요.

연간 치료비만 1,600만원, 중증 아토피를 이겨내고 일어설 수 있을까요

아토피가 재발해 병원에 갈 때마다 늘 3~4만 원은 나갔어요. 정도가 심해 스테로이드가 들어간 주사를 맞으면 병원비는 배로 올랐죠. 한의원에서 체질개선을 위한 약을 지었을 땐 몇십만 원이 약값으로 치러지곤 했어요.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보습제나 입욕제 등을 구입해 사용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부모님께 의존했을 때는 몰랐는데, 직장에 들어가 약값이 전부 내 몫이 되고 나니 아프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도무지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 공포였죠. 원하는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열정을 다 바쳐 일해서 꼭 정규직이 되고 싶었어요.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금세 아토피가 올라오더라고요. 급한 대로 회사 근처 피부과를 찾아 증세를 가라앉혀줄 주사를 맞았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어요. 일도 힘든데 아토피까지 겹치니 악순환의 반복이었죠. 결국 몇 번의 조퇴와 결근을 반복하다가 인턴직을 포기했어요. 나중에 들어간 직장에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릴 때마다 아토피 증세가 나타났어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일에 자꾸 차질을 빚으니까 싫은 내색을 하더라고요. 임시방편으로만 치료하다 보니 증세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결국, 직장을 그만둬야 할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아토피는 정말 여러 사람의 삶을 갉아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주 가는 성인 아토피 환자 커뮤니티에서도 누군가 승진에서 밀려나 속상하다며 올린 글을 보았습니다. 누군가는 눈치만 보다가 스스로 회사를 나와 버렸다고 했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아토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정말 아토피를 치유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너무 답답합니다.

당신이 올바른 치료법을 공유해야 하는 이유

아직까지 아토피를 낫게 하는 완벽한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아토피 증상을 완화시키고, 조기 단계에서 병변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는 있다. 더 중요한 건, 환자가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위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낫는 피부 질환으로 여겨왔지만, 아토피는 환경이나 면역체계를 바꿔가며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이다. 장기적으로 내 몸에 맞는 올바른 치료 방법을 계속 찾아 나간다면 극복할 수 있다. 아토피 환자라면 누구나 다 알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올바른 치료법을 정리했다. 그저 괴로워만할 뿐 자신의 병을 들여다보지 않고 방치했던 아토피 환자라면 이제부터라도 전문가가 권하는 치료법을 공유하고 근본적인 치료에 나서 보길 바란다.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

아토피피부염에는 여러 가지 내인적, 외인적 요인들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피부의 건조증, 정신적 스트레스, 덥거나 땀이 나는 환경, 소파, 모직으로 된 옷, 지질 용해제, 소독제, 먼지 혹은 집먼지진드기, 햇빛 노출, 자극적인 음식 혹은 술, 곤충 자상 등이 주요 악화요인이다.

<전문의들이 권하는 아토피피부염 치료법>

1. 피부에 묻어있는 자극성 물질이나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해 가벼운 샤워나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가라. 이때 피부에 자극을 주는 행위는 피할 것. 목욕 후 3분 이내에 자극이나 부작용이 없는 보습제를 선택해 발라줄 것. 보습제는 증상이 없더라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

2. 자신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음식을 분석하라. 흔히 아토피를 유발하는 음식으로는 우유, 계란, 콩, 땅콩, 밀가루, 생선 등이 있다. 또,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동물의 털, 진균 등에 과민반응을 보이는지 분석한 후 유발 원인을 제거할 것.

3. 증상이 경미할 경우, 국소 치료제(국소 면역 억제제와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라. 증상이 급속히 악화되었을 때 적절한 강도의 제제를 사용하면 증상을 신속히 호전시킬 수 있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장기간 사용은 금물.

4. 가려움으로 인해 심신이 괴롭다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라. 심각한 부작용은 없지만, 효과가 제한적이긴 하다.

5. 황색포도상구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감염으로 인해 피부염이 심해지는 경우 전신적으로 항생제 또는 항바이러스제 등을 투여해야 한다.

6. 감마리놀렌산 같은 치료 보조제(건강기능식품)도 부작용이 거의 없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단, 효과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아예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는 보고도 있으니 주의할 것.

7. 일반적 외용제를 이용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등도, 중증의 환자일 경우 전신적인 스테로이드제, 면역 억제제, 면역반응 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 전신 치료를 통해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잘 조절되지 않는 중등도 및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위한 생물학적제제들이 임상연구를 통해 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받고 있으며, 국내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 이 콘텐츠는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의 지원으로 제작된 네이티브 애드 (Native AD)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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