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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상조는 삼성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 허완
  • 입력 2017.07.14 16:36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커튼 뒤의 조직’이자, 구태의연한 조직이다.”, “삼성그룹은 성공의 역설에 빠져있다.”

‘삼성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특유의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는 이미 완성됐다”는 삼성 쪽 논리를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이날 열린 이 부회장 등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 고위임원들과 대화 채널을 통해 수차례 삼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전했지만, 상당 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막강한 권력 뒤에 숨겨진 커튼 뒤의 조직”, “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대관창구를 하면서 금력 등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구태의연한 조직”이라며 혹독하게 비판했다. 또 이 부회장을 향해서도 “삼성그룹은 성공의 역설에 빠져 있다”며 “(현재 삼성그룹 지배 구조를 유지하는 한) 이 부회장은 우리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경영자(CEO)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 쪽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 쪽은 경영권 승계 작업이 오래전에 완성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뇌물을 건넬 필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삼성의 출자구조는 국내외 규율 변화에 따라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을 정도로 취약해서 (삼성으로서는) 승계구도를 안정화하기 위해 추가 작업을 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 등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한 개별 계열사의 결정이었다는 삼성 쪽 주장에 대해서도 “계열사 이사회가 이를 결정할 권한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합병은 이후 진행될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의 한 부분으로서, 미전실 기획 하에서 결정이 이뤄지고 집행된 작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삼성그룹의 의사결정 구조를 미래전략실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로 규정했다. 그는 김종중 전 미전실 사장이 “이 부회장, 최지성 미전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과 함께 매일같이 회의하는데 이 부회장의 경영지도력, 카리스마가 확립되지 않고 자신감도 부족해 아직 이재용 체제는 완성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집단지도체제로 (사안의) 10개 중 4개만 이 부회장 뜻을 따르고 나머지는 참모들 건의대로 결정되는 정도”라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공정위원장으로서 아니라 한국사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서는 것”이라며 “내가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고통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부회장과 삼성 나아가 한국경제에 축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하루 정식으로 휴가를 내고, 공정위원장 신분을 나타내는 배지도 뗐으며, 관용차 대신 개인 차량을 타고 법원에 나왔다.

한편, 이날 재판엔 장관급인 김 위원장 지위 등을 고려해 박영수 특검이 직접 법정에 나왔다. 다만 그는 법정에서 직접 신문에 나서지는 않았으며, 재판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단순한 증인 신문”이라며 말을 아꼈다. 박 특검이 공소유지에 직접 나선 것은 지난 4월 이 부회장 첫 정식재판 이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증언을 이어나가는 동안, 이 부회장은 분주하게 서류를 검토하거나 변호인들과 귓속말을 이어나갔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차분하게 정면을 응시하던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을 비판할 땐 헛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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