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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지하철이 '신사·숙녀 여러분~' 안내방송을 '젠더중립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 허완
  • 입력 2017.07.14 12:33
  • 수정 2017.07.14 13:53
London, UK - April 22, 2015: People waiting at underground tube platform for train arrives
London, UK - April 22, 2015: People waiting at underground tube platform for train arrives ⓒIR_Stone via Getty Images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이자 영국 런던의 상징 중 하나인 런던 지하철(London Underground)에서 앞으로는 "신사 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으로 시작하는 안내방송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된다. '신사'와 '숙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다양한 젠더를 포용하는 의미에서 안내방송 문구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13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런던교통국(TfL)은 안내방송 문구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Hello everyone)~"로 바꿀 것을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모든 승객들이 "환영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TfL의 고객전략 담당 마크 에버스는 "안내방송과 다른 곳들에 사용하는 표현들을 검토했고, 런던의 다양성을 반영하도록 포용적인 표현들이 사용되도록 할 것"이라는 말로 이 변화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같은 변화는 런던 전역의 대중교통망에서 사용되는 모든 안내방송에 적용될 예정이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TfL이 "보다 젠더중립적인 방식"으로 안내방송을 하는 것을 "간절히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TfL은 활기차고 다양성 넘치는, 다문화 도시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며, 포용적인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TfL의 핵심 사명"이라고 말했다.

칸 시장은 "그러나 일부 승객들은 특정 안내방송 문구에서 배제당했다고 느끼거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LGBT 단체들은 1년 가까이 안내방송 문구를 바꾸자는 운동을 벌여왔다.

모든 건 트랜스젠더 여성이자 성평등 활동가인 에이미 찰레노어가 겪은 하나의 '불쾌한 사건'에서 시작됐다. 그는 교통카드 관련 문의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TfL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그가 이름을 불러주자 상담원은 "여자이름처럼 안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이 "충격적"이었다며 이후 사디크 칸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칸 시장은 사과하며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약 6개월 전, 칸 시장은 새로운 인사말을 도입할 것을 지시했다.

찰레노어는 "사람들은 이건 정말 작은 것에 불과하니까 유난 떨지 말라고 하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야말로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이브닝스탠다드에 말했다. 이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19세기가 아니라."

영국의 대표적인 성소수자단체 '스톤월(Stonewall)'은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게 표현은 매우 중요하다"며 "젠더중립적 안내방송이 TfL 네트워트 전역에 사용되도록 한 조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정체성과 상관 없이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TfL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표현을 쓰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면서도 일부 직원들이 여전히 '신사 숙녀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다시 한 번 직원들에게 주의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호주의 한 대학교는 젠더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응답자들에게 33개 젠더정체성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기도 했다.

세상에는 '레이디스'와 '젠틀맨'만 있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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