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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의 달을 맞아 봐야 할 퀴어 영화 8편

  • 박수진
  • 입력 2017.07.14 14:05
  • 수정 2017.07.19 13:14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병헌과 여현수가 손을 잡고 눈을 맞추는 엔딩 장면은 팬들 사이에서 한동안 로맨스 영화 명장면으로 회자했다. 커뮤니티와 블로그 여러곳에 엔딩 장면만 잘라낸 영상이 공유됐고, 그 아래에는 거의 매번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게이 영화로 폄하하지 마세요' 같은 항변의 댓글이 있었다. 15년이 지나 2016년, 레즈비언 로맨스 영화 '아가씨'가 나왔다. 박찬욱 감독이 "한국의 기존 인디 LGBT영화에 빚을 졌다"고도 부연한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의 행복한 앞날과 또 한 번의 시저링(scissoring)을 암시하며 아름답게 끝났다.

2017년까지도 성소수자란 여전히 너무나 특이한 존재인 한국에서 특별히 더 의미가 있는 퀴어물들이 있다. 3편의 한국영화를 포함, 변영주 영화감독, 허지웅 작가, 김도훈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이 '앰네스티X허프포스트 퀴어토크: 히든 퀴어스'에서 '프라이드 달'을 맞아 볼 만한 퀴어 영화, 드라마들을 소개했다.

1. 롱타임 컴패니언 Longtime Companion, 1989

[영화 속 친구들이 모여 YMCA 노래를 부르는 장면]

미국의 게이 커뮤니티에서 에이즈가 급속도로 퍼진 1980년대 초반, 게이 친구들과 이들 중 한 명의 이성애자 여동생이 서로의 투병과 죽음을 지켜보고 격려한다. 레이건 정부는 1981년 미국인 첫 에이즈 환자 발견 이래 에이즈와 HIV를 '동성애자들의 병'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적대시했으며, 1983년 레이건의 보좌관은 "가난한 동성애자들이 자연과의 전쟁을 선포했으며, 이제 자연이 보복을 하고 있다"는 기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에이즈 광풍'은 이후에도 몇 년 간 지속됐다. 텍사스 배경의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1980년대 중반을, 뉴욕 배경의 뮤지컬 '렌트'는 198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다.

2. 필라델피아 Philadelphia, 1993

"욕망이 아닌 연대에 관한 영화" (허지웅)

홍석천의 공개 커밍아웃이 있기 전인 1997년 12월, 15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 두 명은 '동성애자들의 인권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영화를 언급했다.

"영화 ‘필라델피아’를 보았다. 나는 한국 사회가 동성애 운동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 여건을 갖추었고, 당국 역시 이러한 사회 조류에 발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권영길

"동성애는 아주 미묘한 문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영화 ‘필라델피아’에 나타난 것처럼 동성애자를 하나의 신성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다." - 이인제

출처: 1997년 11월 28일 한겨레 14면

3. 내일로 흐르는 강, 1995

"한국영화 최초로 '낙원상가'를 다뤘다" (변영주)

1990년대 한국의 남성 동성애자들은 '게이'가 아닌 '호모'로 불렸다. 이 영화를 소개한 1995년 중앙일보 기사의 제목은 "호모 세계다룬 영화 첫선"이다.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라 '노총각'이 되고, 종로 게이바에서 연상의 애인을 만나 가족에게까지 소개하기까지 한 사람의 인생을 3부작으로 다뤘다. 이대연 주연.

4. 해변의 신밧드 渚のシンドバッド, 1995

'청춘 성장 퀴어 영화'의 클래식으로 불린다. 하시구치 료스케 감독은 이후 '허쉬!(2001)', '세 가지 사랑 이야기(2015)' 등에도 성소수자들을 꾸준히 등장시켰다. 김도훈 편집장은 이 영화의 팬들을 향해, 이송희일 감독의 '야간비행(2014)'을 "'해변의 신밧드'가 오랫동안 당신의 가슴속에서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대체할 퀴어 영화"로 추천하기도 했다.

5.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 1998

"토드 헤인즈는 아직까지 메인스트림에 남아서 스타들과 퀴어 영화를 찍고 있는 유일한 감독" (허지웅)

'캐롤'의 감독 토드 헤인즈가 1970-1980년대 영국의 글램록 스타를 주인공으로 만든 작품. 허지웅 작가는 "이 영화 덕에 '헤드윅'도 국내에 들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6. 후회하지 않아, 2006

"당시 한국영화의 지형도에서 나올 수 없었던 '갑툭튀' 영화" (허지웅)

"관객들이 돈을 지불하고 보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한국 퀴어 영화" (김도훈)

경제적 상황이 다른 두 청년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이 '신파 멜로'가 관객들의 공감을 얻은 데 대해, 일다는 "‘어디에서 많이 본 이야기’ 같지만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이한'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김남길이 출연했다.

7. 런던 프라이드 Pride, 2014

마거릿 대처의 광산 폐쇄 정책에 항의해 광부들이 파업을 한다는 소식이 퍼지고, 주인공은 '광부들을 지지하는 레즈비언과 게이들'을 조직해 레즈비언·게이 퍼레이드에서 모금 활동을 한다. 웨일스 광산 노조에서는 모금액 전달 의사를 받고 고민에 빠진다. 국내에서는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4월 말 개봉해 대선 토론 중 불거진 후보들의 동성애 발언과 관련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8. 불온한 당신, 2017

1945년생인 주인공은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라는 말이 없던 시절부터 "여자를 좋아하는" "바지씨"로 살았다. 제목은 '세상의 눈에는 그저 불온한 존재'로 비친 채 살아왔다는 의미다. 오는 7월 20일 개봉한다. 실화고, 다큐멘터리다.

[히든 퀴어스] 프라이드의 달을 맞아 봐야 할 퀴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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