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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지명한 FBI 후보자는 옳은 말만 했다. 트럼프가 그를 내버려둘 것인지가 문제다.

  • 허완
  • 입력 2017.07.13 10:50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의 뒤를 이를 인물로 그의 이름이 처음 거론됐을 때,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 지명자는 트럼프 시대에 다른 공화당 주요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딜레마를 마주하게 됐다.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대통령의 정부에 합류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의 문제 말이다.

특히 레이의 상황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는 트럼프가 다짜고짜 해고한 남자와 매우 가깝게 일해왔고, 코미 전 국장의 해임으로 사기가 저하되어 있는 조직을 이끌어야 하며, 전통적으로 FBI와 백악관 사이에 존재했던 장벽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대통령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12일(현지시간)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레이는 (막대한 변호사 월급을 포기하고) FBI 국장이 되겠다고 결국 결심한 건 FBI라는 조직과 구성원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지명을 받기 전이지만 내 이름이 언론에 처음 나왔을 당시 나는 각각 다른 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 검사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들로부터 쏟아졌던 지지와 격려는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보를 지냈다. "나는 그 사람들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싶다."

레이 지명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섬세하게 균형을 맞춰야만 했다. 한편에서는 자신을 지명한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난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이 이끌려고 하는 조직의 정책 및 관례와는 직접 배치되는 트럼프의 몇몇 행동들과는 거리를 두어야만 했다.

첫째, '충성 맹세'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있었던 이례적인 일대일 회동에서 자신에게 충성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레이 지명자는 자신은 그런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충성하는 건 헌법, 사법체계, 그리고 FBI의 사명이다." 레이가 말했다. "내가 있는 동안 누구도, 단 한 번도 나에게 어떤 종류의 충성맹세를 요구하지 않았고, 내가 그렇게 할 일도 없을 것이다." 또 그는 자신이 트럼프와 일대일로 만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어 레이 지명자는 정당한 수사를 중단시킬 수 있도록 "로비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큰 쟁점들에서도 그는 트럼프와 거리를 뒀다. 트럼프는 전 FBI국장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맡고 있는 2016년 미국대선 러시아 개입 의혹 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본다. 레이 지명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코미 전 국장을 "주의를 끌려는 사람(showboat)"이자 "박수를 받으려고 과장된 행동을 하는 사람(grandstander)"이라고 지칭했다. 레이 지명자는 코미가 "멋진 변호사이자 헌신적인 공무원, 훌륭한 동료"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레이 지명자는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해킹을 했다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결론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레이 지명자는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코미와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해임한) 샐리 예이츠 전 법무장관 대행을 비롯해 공화당과 민주당 출신 전직 법무장관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예이츠는 레이 지명자가 "명예, 독립성, 사법체계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FBI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의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희망은 코미 전 국장과 마찬가지로 진실성과 독립성을 갖춘 인물을 트럼프가 후임자로 지명하는 것이다.

레이 지명자와 법무부에서 함께 일했던 빌 마테는 허프포스트에 "여러가지 면에서 크리스토퍼는 제임스 코미와 비슷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대단한 윤리 기준을 갖췄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옳은 일을 하겠다는 의지로 충만해있고 그렇게 할 인물들이다."

레이 지명자는 상원의원들에게 대통령의 명령으로 법을 어기거나 무언가 비윤리적인 일을 해야 한다면 그 전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관건은 코미 전 국장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했던 사건에서 트럼프가 과연 배운 게 있는지 여부다.

트럼프는 레이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을 또 만들 것인가? 그것이 바로 문제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Trump’s FBI Pick Said All The Right Things. The Question Is Whether Trump Will Let Him B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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