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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월스트리트를 처벌하지 못한 것이 트럼프의 승리를 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 허완
  • 입력 2017.07.12 14:33
  • 수정 2017.07.12 14:34
President-elect Donald Trump, left, and President Barack Obama arrive for Trump's inauguration ceremony at the Capitol in Washington, D.C., U.S. January 20, 2017. REUTERS/J. Scott Applewhite/Pool
President-elect Donald Trump, left, and President Barack Obama arrive for Trump's inauguration ceremony at the Capitol in Washington, D.C., U.S. January 20, 2017. REUTERS/J. Scott Applewhite/Pool ⓒPOOL New / Reuters

버락 오바마는 8년 동안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시민 평등권 르네상스를 이끌었고,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한 기반을 다졌고, 대공황 이래 최악의 금융 위기를 돌파했다.

그러나 주택 시장 붕괴를 초래한 월스트리트의 간부들을 처벌하지 못해 포퓰리스트가 들끓는 시대가 시작됐고, 이에 따라 선동가이자 리얼리티 TV 스타가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미국에서 발간된 제시 아이싱어의 책 ‘겁쟁이 클럽(The Chickenshit Club)’의 내용이다.

프로퍼블리카의 베테랑 금융 기자인 아이싱어는 위기 당시의 월 스트리트의 수상한 관습에 대한 기사로 2011년에 퓰리처 상을 받았다. 아이싱어는 허프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들이 처벌받았다면 미국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는 금융 위기를, 오바마 정권을 다르게 생각했을 것이다. 정부가 옳다는 느낌이 있었을 것이다. 위기 후에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진다는 느낌이 있었을 것이고, 개혁은 더 단호했을 것이다.”

그는 또 “(그랬다면)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책은 20년에 걸친 법무부의 무능함을 추적한다. 2000년에 닷컴 버블이 무너졌고, 고평가되었던 초기 인터넷 기업들이 갑자기 추락하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회계 감독이 깐깐해졌다. 거의 90년 동안 미국 최고의 회계 기업 중 하나였던 시카고의 거대 회계 기업 아서 앤더슨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001년에 아서 앤더슨은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에 대한 거짓 발표를 한 것을 증권 거래 위원회에 인정했다. 2002년에는 이동통신 대기업 월드콤의 38억달러 사기 스캔들에도 휘말렸다.

흔들리는 경제를 안정시키고 싶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그 해에 법무부 내에 기업 사기 담당 TF를 만들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검사팀의 수사 끝에 엔론은 결국 세계 최악의 회계 사기 스캔들로 파산했다. 법무부는 엔론을 무너뜨리고 엔론 최고위급 인사들을 구속시키기 전, 엔론의 회계부정을 은폐한 아서 앤더슨부터 해체했다. 세계 5위의 회계법인은 사법방해로 기소된 후인 2002년 6월 문을 닫아야 했다.

아서 앤더슨에서 일하던 수많은 직원들이 실직하면서, 이 판결의 영향은 업계 전반에 퍼졌다. 기업 로비스트와 피고측 변호사들은 이 충격파에 강력히 반발했다. 그들은 실직을 일으키고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카우보이로 검사들을 묘사하는 PR 캠페인을 펼쳤다. 미국상공회의소 등의 단체가 돈을 대 상고한 끝에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고, 2005년에 결국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법무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검사들이 아서 앤더슨이 어떤 법을 어겼는지 배심원단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음을 밝혔다. 사실상, 중요하지 않은 세부 사항에 근거해 아서 앤더슨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아이싱어는 주장한다. “지금도 검사들은 대기업들이 파산할까봐 기소를 꺼린다. 다른 모든 대기업들이 기소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앤더슨이 죽어야 했다.” 아이싱어가 책 초반에서 내리는 결론이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법무부는 화이트 컬러 범죄를 훨씬 더 가볍게 다뤘다. 기업사기 TF는 2002년부터 2009년에 오바마가 이를 금융사기 수사 TF로 대체할 때까지 1300건 가까운 사기 사건을 기소했다. 새로운 팀은 법무부, 주택도시개발부, 증권거래위원회, 재무부의 힘을 합친 조직이었다.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티모시 가이트너는 “공격적, 선제적으로 힘을 합쳐 금융 사기와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기업사기 TF가 가졌던 집중력도, 기소재량도 없던 금융사기 수사 TF는 ‘다른 정부 기관의 집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정보와 자원의 정보 센터’가 되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전 법무부 직원 한명은 아이싱어에게 금융사기 수사 TF는 ‘거북’이라고 조롱했다.

책 제목은 2002년 당시 검사였던 제임스 코미가 법무부 신입 직원들에게 했던 말에서 따왔다. 후에 J. 에드거 후버 이후 가장 유명한 FBI 국장이 된 코미는 당시 월스트리트를 포함하는 지역인 뉴욕 남부 담당 검사였다. 이 지역은 오래 전부터 기업의 부정 행위를 기소하는 곳이었다. 미국의 가장 야심찬 젊은 법조인들을 자석처럼 끌어 당기는 곳이다. 코미는 이 연설에서 ‘겁쟁이 클럽’에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길 것이 거의 확실한 사건만 찾는 검사들을 일컫는 코미의 표현이었다. 정의는 시스템을 유리하게 조작한 사람들에게 덤볐을 때 이루어지지, 쉬운 표적을 골라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고 코미는 주장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코미의 조언이 무시당했던 좋은 사례는 현 정권과의 공개적 불화로 유명해진 인물과 관계가 있다. 트럼프는 2009년부터 맨해튼 검사였던 프릿 바라라를 2017년에 불쑥 해고했다. 바라라는 부정직한 헤지 펀드 매니저들과 내부 거래 사건들을 기소해 ‘월스트리트의 보안관’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싱어의 설명대로 이 별명은 과장된 것이었다. 금융 대기업들의 무모한 모기지 저당 거래에 비하면 내부 거래는 ‘월스트리트의 체계적 부패와는 무관한 하찮은 저급 범죄’라고 아이싱어는 말한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 위기가 일어났는데, 프릿이 감시해야 하는 담당 구역에서 은행들은 지독한 실수를 저지르고 무모한 행동을 했다. 내가 보기에 은행들은 여기저기서 범죄를 저질렀다. 그런데 프릿은 기소하지 않았다. 이건 스캔들 감이다. 조사했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대충 훑었거나 충분히 수사하지 않은 것이다.”

‘겁쟁이 클럽’에서 묘사한 광범위한 사법 시스템에 대해 냉소적 기분을 느끼게 되기 쉽다. 법무부 예산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 자금이 풍부한 TF가 혹시 모를 기업 범죄의 가능성을 뒤지고 다닌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기업 범죄 수사의 첫 단계는 보통 수사 대상 기업이 고용한 로펌이 맡는다. 예를 들어 2006년에 베어 스턴스의 CEO는 월스트리트 최초로 10억 달러 어치의 주주인 간부가 되었다. 2008년에 베어 스턴스는 모기지 관련 헤지 펀드 붕괴 수사를 위해 로펌을 고용했다. 그 해에 JP모건 체이스는 파산 직전의 베어 스턴스를 헐값에 사들였다.

“기업 범죄 기소의 큰 비밀은 우리가 기소를 민영화하고 해당 기업 자체에 하청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들은 기업의 클라이언트의 뜻을 따르고, 클라이언트는 CEO나 이사들에게 이어질 수 있는 수사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들은 중간 관리자나 쳐내도 되는 사람을 지목하고, 그 사람이 정부에 의해 기소당한다.” 아이싱어의 말이다.

회전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로펌들은 정부가 줄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법무부 검사들을 데려온다. 그래서 법무부는 엘리트 로스쿨과 대기업 사이의 중간 단계에 불과하게 된다. 현재 이는 정치와는 무관하게 벌어진다. 윌머헤일, 코빙턴 & 벌링 등의 로펌은 민주당 성향이고, 존스 데이는 공화당 성향이다.

“지금 민주당원들은 공화당원들과 다를 바가 거의 없다. 양 당 모두 똑같은 엘리트 법조계 문화에서 사람을 뽑고, 같은 판사들, 같은 법원에서 사람을 뽑는다 … 같은 우물에서 길어내는 셈이다. 이념적으로, 주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아주 조금 의견이 다른 사람들일 뿐이다.”

이를 바꿀 수도 있는 방법이 있다. 법무부 검사들의 연봉은 최고 15만 달러 정도다. 뉴욕이나 워싱턴 등 물가가 비싼 도시에 사는 사람에겐 민영 기업이 제시하는 100만에 가까운 연봉을 거부하기가 힘들다. 아이싱어는 검사들의 연봉을 40만 달러로 올릴 것을 제안한다.

“현실적으로 뉴욕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넉넉하게 살려면 돈이 엄청나게 든다. 정부에서 일하고 싶다면 지위나 물질적 부가 부족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해선 안된다. 그래선 최고의 공무원을 얻을 수 없다.”

‘겁쟁이 클럽’은 영웅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엔론 TF의 전 부팀장 캐시 루믈러는 엔론의 전직 간부 케네스 레이와 제프리 스킬링을 기소했던 재판에서 마지막 발언을 했고, 오바마의 백악관 고문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정부 법 집행자들이 기업을 기소할 때 기골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제드 라코프 판사도 있다. 뉴욕 주 전 금융국장 벤자민 로스키는 기소 없이 대형 은행에 수억 달러의 벌금을 물리고 수십 명을 사임하게 만들었다.

오바마 정권의 잘못이 많긴 했지만, 트럼프 정권은 ‘10배는 더 나쁠 것’이라고 아이싱어는 말한다. 이미 제프 세션스 국무장관은 기업의 악행보다 길거리의 범죄와 마약 수사를 더 중시하고 있다. 백악관에서는 AT&T와 CNN을 소유한 타임 워너의 합병 이후 독점금지법 때문에 직원 교체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 밝혔다. 공격적인 보도 때문에 트럼프의 노여움을 산 사람들이 나가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자신의 개인 기업을 팔기를 거부해서, 법무부가 대통령의 파트너와 라이벌에게 보상 또는 처벌을 주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우리는 기업 범죄에는 눈을 돌리고 연방 정부를 기업들에게 넘겨 온갖 불법 행위를 저지르게 할 약탈형 정권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우리 인생 최악의 법무부가 들어설 것이라 본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How Obama’s Failure To Prosecute Wall Street Set The Stage For Trump’s Wi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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