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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제6의 대멸종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 김도훈
  • 입력 2017.07.12 06:33
  • 수정 2017.07.12 12:40
Visitors look at a cheetah, in a private zoo called
Visitors look at a cheetah, in a private zoo called ⓒGleb Garanich / Reuters

인간 활동이 원인인 ‘생물학적 절멸’로 여섯번째 진행되는 지구 대멸종이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멕시코 국립자치대와 미국 스탠포드대 공동연구팀은 11일(한국시각) “척추동물들의 개체수와 서식 면적 변화를 분석해보니, 그동안 멸종에만 주목해 추정해왔던 제6의 대멸종 진행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이날치에 발표됐다.

개체수가 감소하는 척추동물 가운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한 동물과 멸종위기종이 아닌 부류(최소 관심종)로 분류한 동물의 비율. 개체수 감소가 멸종위기가 아닌 동물들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조류의 경우 멸종위기종이 아니면서 개체수가 감소하는 경우가 55%로 더 많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알려진 척추동물의 절반인 2만7600여종에 대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자료를 분석해, 동물들의 개체수와 서식 면적 감소를 계량화했다. 그 결과 약 32%인 8851개 종의 개체수가 최고 절반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종에는 멸종위기종이 아닌 종들도 포함돼 있었다.

개체수 감소가 일어나는 정도는 동물류마다 조금씩 달라 포유류나 조류, 파충류에서는 30% 이상이 감소 현상을 보이는 데 비해 양서류는 15% 정도에 그쳤다. 또 지역별로도 차이가 나타나, 감소가 일어나는 포유류는 주로 열대지방에 집중해 있는 데 비해 파충류의 감소는 주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일어났다. 양서류는 멕시코 등 중앙아메리카와 북부 안데스산맥, 서부 아프리카, 인도, 서부아시아 등지에 집중돼 있었다. 개체수가 감소하는 조류는 지구 전반에 걸쳐 분포했다.

또 연구팀이 177종의 포유류를 정밀분석해보니, 모든 종에서 1900년부터 2015년 사이에 30% 이상의 서식 면적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80% 이상의 서식 면적이 줄어든 종도 절반 가까이나 됐다.

개체수와 서식 면적의 감소는 멸종위기종이 아닌 동물들에서도 일어났다. 예로 10~20년 전 멸종위기가 아니었던 몇몇 종들은 이제는 멸종위기종에 포함됐다. 2016년 현재 치타는 7천마리밖에 남지 않았고, 보르네오와 수마트라 오랑우탄은 5천마리가 채 남지 않았다. 아프리카 사자 수는 1993년의 43%에 불과하고, 천산갑은 거의 멸종했다. 기린은 1985년 11만5천마리에서 2015년 9만7천여마리로 줄었다. 연구팀은 이런 재앙적인 감소 현상이 일어난 원인으로 서식환경 축소, 남획, 인공미생물, 공해, 독성물질, 기후변화 등을 꼽았다.

과학 논문들이 통상적으로 연구 결과를 냉정하게 서술하는 것과 달리 연구팀은 발표 논문에서 동물의 대규모 감소를 ‘인류세의 생물학적 절멸’이라고 지칭하고, ‘인류 문명의 뿌리에 대한 끔찍한 폭거’라는 표현을 썼다. 논문 제1저자인 제라도 세발로스 멕시코 국립자치대 교수는 “강한 용어를 써도 (연구) 윤리에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워낙 심각하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학계에서는 5억여년 전 지구에서 생명이 출현한 이래 다섯차례의 생물 대멸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왔다. 가장 먼저는 4억4천만~4억5천만년 전에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멸종이 일어났으며, 데본기말 멸종(3억6천만~3억7500만년 전),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멸종(2억5100만년 전), 트라이아스기-쥐라기 멸종(2억500만년 전)이 잇따르고 가장 최근으로는 공룡 멸종으로 잘 알려진 백악기-제3기 멸종(6600만년 전)이 일어났다.

학계 일부에서는 지질학적 시대 구분에서 신생대 제4기(홀로세)에 해당하는 지금 시기를 인간에 의해 지배되는 ‘인류세’로 지칭하고 있다. 또 현재 관측되는 여섯번째 대멸종의 원인이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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