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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영국판 전 패션 디렉터가 패션계의 잔혹한 현실을 꼬집다

  • 김태우
  • 입력 2017.07.06 12:24
  • 수정 2017.07.06 12:54

이번 주, 보그 영국판의 패션 디렉터였던 루신다 챔버스는 해외 각종 매체의 헤드라인을 휩쓸었다. 'Vestoj'에 게재된 폭로 인터뷰 때문이었다.

루신다 챔버스.

영국 보그 전 패션 디렉터인 챔버스는 지난 3일(현지시각) 공개된 'Vestoj'와의 인터뷰에서 패션계의 잔혹한 현실을 꼬집었다. 무려 36년간 보그에서 근무한 그는 "약 한 달 반 전, 보그에서 해고됐다. 해고당하는 데는 약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라며 운을 뗐다. 챔버스는 이어 "건물에 있던 그 누구도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25년간 함께 일한 에디터나 사업부도 몰랐다. 인사팀과 회사 대표도 몰랐다고 말했다. 아무도 알지 못했다. 나를 해고한 남자를 빼고는. 새 편집장 말이다."라고 전했다.

WWD에 의하면 오는 8월 1일부터 보그 영국판의 편집장으로 근무를 시작하는 에드워드 에닌풀은 정식 입사 전부터 편집부를 갈아엎고 있다. 챔버스는 그가 해고한 베테랑 에디터 중 한 명이었다.

챔버스는 "단물만 빼고 뱉어 버리는" 패션계의 현실도 폭로했다. 그는 "사실대로 얘기하자면, 지난 몇 년간 단 한 번도 보그를 읽어본 적이 없다"며, "보그에서 굉장히 오래 일했지만, '보그스러운' 생활을 이끌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보그에 나오는 옷은 대다수의 사람과는 동떨어졌다. 말도 안 되게 비싸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챔버스는 또한, "패션계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소셜미디어 시대에서는 특히나 성공적이고 완벽한 삶을 요구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실패가 걱정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도대체 실패를 축하해서는 안될 이유는 뭐지? 실패는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데 말이다."라고 되물었다.

챔버스는 요즘 패션지들이 이전의 매력과 권위를 잃어버렸다며,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패션지가 사람들이 필요 없는 물건을 사도록 "꼬드기고, 괴롭"히곤 한다며, "우리에게 새 가방이나 셔츠, 신발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해고 전 기획한 화보를 언급하기도 했다. 알렉사 청이 마이클 코어스의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지난 6월호 커버 화보는 "쓰레기"였다며, "마이클 코어스가 보그 영국판의 대형 광고주 중 하나이기 때문에 화보를 찍어야만 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알렉사 청 화보.

챔버스를 해고한 에닌풀은 지난 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할 말이 없다"며 해당 기사 언급을 거부했지만 컨데나스트 측은 "새 편집장이 팀에 변화를 불러오는 건,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편집장의 모든 결정은 고위 간부들이 이미 알고 있는 상태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 인터뷰는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업계 종사자들은 '해고당한 에디터의 불평에 불과하다'고 의견을 낸 반면에, 다른 이들은 '무려 36년이나 몸담은 회사의 잔혹한 진실을 밝혔다'며 챔버스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한편, 보그 영국판의 모기업인 컨데나스트 영국이 소송을 걸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Vestoj 측은 인터뷰 게재 당일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다"며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그러나 기사가 삭제된 후, 캡쳐본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챔버스의 폭로는 더욱 이목을 끌게 됐고, Vestoj는 결국 기사를 다시 게재하기로 했다.

인터뷰 전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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