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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의 수첩을 재판부가 '정황증거'로 채택했다는 말의 의미는?

  • 박세회
  • 입력 2017.07.06 10:58
  • 수정 2017.07.06 10:5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36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그동안 '결정적 증거'로 여겨졌던 '안종범 수첩'을 정황증거로 채택했다.

지난 30일 34차 공판을 앞두고 법정을 향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정황증거는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를 일컫는 말로 증명하고 하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추인할 수 있는 증거'를 말한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개별면담에서 수첩에 기재된 내용대로 대화를 했다는 직접ㆍ진술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로서 수첩 만으로는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에 오간 청탁 여부 등을 입증할 수는 없게 되었다.

다만 대판부는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존재하고 독대 당시 대화에 대한 내용이 있다는 것은 간접사실로 증거능력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이를 직접증거가 아닌 정황증거로 본 이유에 대해 머니투데이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당시 안 전 수석이 배석해 대화를 직접 듣고 기록한 것이 아니라 독대 뒤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받아적은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첩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느냐가 문제였다.

안 전 수석의 수첩이 정황증거로 채택되기까지 이어진 증인신문에서는 양측이 수첩의 내용이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특검은 수첩에 '이재용, 삼성, 국민연금, 재단' 등의 단어가 기재되어 있다는 점을 들며 이 부회장이 독대 자리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최순실, 정유라, 삼성승계, 중간금융지주사' 등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부정 청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다.-아시아경제(7월 6일)

그렇다면 무슨 내용이 들어 있는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의 '7월 25일 독대'를 전후해 수첩에 적힌 내용이 중요하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면담 직전일인 7월 24일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1. 제일기획 스포츠담당 김재열 사장 메달리스트 황OO 빙상협회 후원 필요 3. 승마협회 이영국 부회장 권오택 총무이사 임원들 문제 예산지원, 사업추진X 위 두사람 문제->교체 김재열 직계 전무 - 2015년 7월 24일/안종범 수첩/뉴스타파

7월 27일에는 이러한 내용도 담겨 있다.

‘7·25 독대’ 이틀 후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직접 독일로 출국했다.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도 안 전 수석에게 삼성 관련 지시를 내린다. 삼성과 엘리엇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하라는 내용이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7-27-15 VIP 1. 삼성-엘리어트 대책/ M&A 활성화 문제, 소액주주 권익, Global standard X⇒대책 지속 강구’라고 쓰여 있다. 7월17일 삼성은 헤지펀드 엘리어트 등의 반대에 부딪혀 가까스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인수합병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가 있었다. -시사인(1월 16일)

결정적인 건 안 전 수석의 거듭된 부인이었다. 지난 4일에 이어 열린 5일 특검의 안 전 수석 신문에서 안 전 수석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제가 본 수첩에는 '합병'이라는 말 자체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대통령이 지시했거나 회의에서 언급했다면 한번이라도 합병이 기재됐을 것" -아주경제(7월 5일)

한편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안종범의 수첩을 정황증거로 채택한 데 대한 법조계의 해석은 다양하다.

서울의 한 판사는 "일반적으로 정황증거는 사건의 핵심적인 증거로 보기는 어렵지만, 간접적인 자료가 되는 증거로서 간접증거라고도 표현한다"고 말했다. 증거로의 가치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직접 증거보다는 효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직접증거가 아니라 정황증거로 채택했다는 것은 판사의 판단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변호인 입장에서는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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