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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 독일에 '통영 동백나무' 가져간 사연

  • 원성윤
  • 입력 2017.07.06 10:42
  • 수정 2017.07.06 10:44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7월5일(현지시간) 한국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고(故) 윤이상(1917-1995)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며 경남 통영에서 공수한 동백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베를린에 도착한 문 대통령 부부와 함께 공군1호기를 타고 한국 통영에서 공수됐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윤이상은 현대 음악에 족적을 남긴 세계적 작곡가로, 유럽 유학 중이었던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조작 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 2년 뒤 대통령 특사로 석방된 뒤 서독으로 귀화한 그는 1995년 폐렴으로 숨을 거둘 때까지 한국 입국을 허락받지 못했다. 그에게 고향 통영의 동백나무는 각별한 뜻이 담긴 선물이다. (한겨레, 7월6일)

어른 어깨높이의 나무 앞에는 붉은 화강암으로 된 석판에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7.5.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란 금색 글자가 새겨졌다. 또 김 여사는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 조국과 통영의 마음을 이곳에 남깁니다'라고 적힌 원형 꽃다발을 헌화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김정숙 여사는 이날 동백나무를 심으며 이렇게 언급했다.

"윤이상 선생이 생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 오셨는데 정작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 그 분의 마음이 어땠을까, 무엇을 생각했을까 하면서 저도 통영에 가면 동백나무 꽃이 참 좋았는데, 그래서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 고향의 동백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가져오게 됐다. 다행히 검역도 통과된다고 해서 이렇게 큰 나무를 심어도 되나 물어봤는데 된다고 해서 '아 선생님하고 저하고 뭔가 마음이 맞나' 하면서 심었다. 선생의 마음도 풀리시길 바란다" (연합뉴스, 7월6일)

고 윤이상 선생

윤이상 선생은 국내에서는 다소 덜 알려져있지만, 해외에서는 동양적 선율을 서양에 도입한 작곡가로 칭송받는다. 박정희 정권 시절 북한 방문을 이유로 중앙정보부에 체포되자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 당대 유명한 유럽 음악인들이 나서 구명운동을 펼친 일화는 유명하다.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한 김 여사는 윤이상 선생의 음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 음 파괴가 낯설긴 하지만 작곡했던 선배들은 물론이고 저도 관심이 많았다. 학창 시절 음악 공부할 때 영감을 많이 주신 분이다."(연합뉴스, 7월6일)

실제로 윤이상의 음악을 들어보면 그동안 듣던 교향곡과는 내용과 형식에서 많이 다르다. 12음계를 사용하는 서양음악에 동양적인 선율을 도입해 음과 음사이를 표현하려고 했다. 이 때문에 서구음악가들 사이에서 윤이상의 음악은 생소한 동시에 혁신적인 음악으로 찬사를 받았다.

작곡과 출신인 가수 유희열은 '윤이상평화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에 대해 "(한국적인 정체성을 끊임없이 음악에 담으려 노력했고 끝내 완벽한 이론으로 풀어내는데 성공했다"며 이렇게 평가했다.

"우리가 바흐나 베토벤, 윤이상 선생님의 곡을 분석하고 공부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예요. 감히 그분들처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윤이상 선생님이 오늘날 이렇게 위대한 음악가로 거론되는 것도 기존의 유명한 작곡가들과 다른, 자신만의 길을 갔기 때문이잖아요." (다음스토리펀딩, 6월16일)

이처럼 훌륭한 작곡가로 추앙받지만 고향인 경남 통영에는 마땅한 기념관 하나 지어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날 참배에 동행한 발터 볼프강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장, 박영희 전 브레멘 음대 교수, 피아니스트 홀가 그로숍 등 윤이상의 제자들은 “독일에 있는 윤이상 생가를 윤이상 재단에서 2008년 매입했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기념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기념관 건립 지원을 청원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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