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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트레이트 트랜스 여성과 약혼한 스트레이트 시스 남성이다

  • 김도훈
  • 입력 2017.07.04 12:57
  • 수정 2017.07.04 12:58

나는 시스 이성애자 남성이다. 나는 트리니티라는 멋진 이성애자 트랜스 여성과 약혼하여 아주 행복하다. 나는 테네시 주의 인구가 17,000명 정도인, 작고 보수적인 마을에서 자랐다.일요일마다 교회에 나갔고 아버지와 가끔 낚시를 하거나 총을 쏘러 갔다. 모두가 서로 다 알고 지낼 정도의 작은 마을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누구나 공통으로 아는 사람은 있었다.

나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고기능 자폐 진단을 받았는데, 그래서 모든 것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며 분석적인 사람이다. 부모님의 정치 성향은 아주 달랐다. 어머니는 민주당을 지지했고 아버지는 공화당을 열렬히 지지했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우리는 7살 정도에 애리조나로 이사했다. 작고 보수적인 동네에 살다가 큰 대도시로 가니 달라지는 것들이 아주 많았다. 익숙해져야 할 것들이 많았고, 나를 나로 만든 내 경험이 이 무렵 시작되었다.

나는 8살 무렵부터 내가 감정적, 육체적으로 트랜스 여성들에게 끌린다는 걸 알았다. 나는 그들을 여성이 아닌 다른 존재로 본 적이 없었고, 그 나이 때도 이미 그들이 여성이라는 걸 이해했다. 다행히 내가 어렸을 때 애리조나에서 다녔던 교회는 굉장히 개방적이어서, LGBT 커뮤니티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태도 때문에 나는 나의 이끌림을 숨기게 된 것 같지만, 동시에 큰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느끼지도 않았다.

어머니에게 마침내 내가 트랜스 여성들에게 끌린다고 말하자 어머니는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고 내가 게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었다(그 이후 어머니의 시각은 완전히 바뀌어, 이제 내가 이성애자라는 걸 이해한다). 솔직히 내가 걱정했던 사람은 레이건을 존경하고 냉전시대의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알게 되자 내게 했던 말은 “어쨌든 너는 내 아들이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였다. 내가 숨기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을 빼면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나는 내가 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안다.

내 성적 이끌림에 대해 부모님에게 털어놓은 경험은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한 여러 남녀들의 경험을 반영한다. 내가 달랐던 점은 나는 트랜스 여성에게 끌리는 이성애자 남성으로 커밍아웃했다는 사실이었다. 안타깝게도 나 같은 사람은 양쪽 집단 모두에서 아웃사이더로 여겨지곤 한다. 양쪽 모두에서 모욕을 받곤 한다. 나를 게이라고 부르는 이성애자들이 많고, 심지어 LGBT 커뮤니티 내에서도 그렇게들 말한다. 그래서 나 같은 남성들은 양쪽 모두에서 따돌림 받고 배제받을 것이 두려워 솔직하게 이야기하길 겁낸다.

오해는 말길 바란다. LGBT 커뮤니티 안의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과 같은 증오를 나는 겪지 않았다. 그저 경멸적인 말을 몇 번 들어보았고, 약혼녀와 장을 보는데 한 남성이 시비를 걸어 거의 싸울 뻔했던 일이 한 번 있었던 정도다. 나는 내 약혼녀를 응원하고 싶었던 것 뿐인데 프라이드에 이성애자 시스 남성의 자리는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프라이드는 배제가 아닌 포용을 추구한다고 늘 생각해 왔기 때문에, 그 말을 듣고 정말 낙심했다.

나는 늘 아주 공개적으로 연애를 했고, 우리 부모님의 관계라든가 다른 남녀 커플들의 관계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숨기지 않는다. 내 약혼녀의 경우, 사람들은 트랜스젠더가 섹슈얼리티가 아닌 정체성일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LGBT 커뮤니티에서 그녀는 나와 사귀므로 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건 트랜스에 대한 모욕이다. 그녀가 여성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그녀가 그저 ‘드레스를 입은 남성’이라는 낡고 역겨운 생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건 결코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외출하고 우리의 삶을 살려고 하는 것뿐인데, 그녀는 언제나 편견을 경험한다. 그녀는 정말 강하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꺾이지 않는다. 그녀는 그들이 딱하다고, 자기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사람들을 공격하고 모욕하는 그들이 품고 있을 분노와 증오가 딱하다고 생각한다고 내게 말한다.

하지만 나조차도 사회가 그녀를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다. 매체와 헐리우드를 통해서다. 그녀가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내가 처음으로 경험한 것은 몇 년 전 함께 도서관에 갔을 때였다. 말도 안 되는 ‘화장실 법’이 시작도 되기 전이었다.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몇 권 찾았고, 그녀는 여자 화장실에 갔다. 나는 식수대 옆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여성이 나와서 아주 큰 소리로 내 약혼녀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망신을 주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우리가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당신은 다른 인간에게 모욕을 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라고 물었다. 그녀는 “언론의 자유야, ***.”라고만 답했다. 인간에게서 그렇게 강한 증오를 본 경험은 처음이었다.

트리니티를 보며 알게 된 그녀의 경험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성적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어딜 가든 사람들이 그녀를 유혹하려 했다. 다른 여성들처럼 긴 꽃무늬 드레스를 입고 개를 산책시키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그녀가 매춘부이거나 너무나 성적인 존재라 그들을 거절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이러한 관점은 내 경험, 매체가 묘사하는 트랜스 여성, 우리의 연애에 대한 내 마지막 이야기로 이어진다.

최근 ‘애니씽’이란 영화 예고편이 공개되었다. 이 영화는 헐리우드의 잘못된 점을 전부 담고 있다. 트랜스 여성들, 그들에게 성적 및 감정적으로 끌리는 남성들에 대한 묘사도 틀렸다. 그들이 시스 남성 배우에게 트랜스 역할을 맡겼다는 것부터가 잘못되었다. 그 역할에 완벽하게 어울렸을 트랜스 여성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캐릭터가 트랜스이기 때문에 성 노동자일 거라는 낡은 진행을 쓴 것 역시 유해한 편견을 강화한다.

미국인 중 트랜스와 직접 알고 지내는 사람은 16%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인들 대다수가 아는 트랜스에 대한 것은 TV와 영화를 통해 안 것들이다. 만약 트랜스 캐릭터들 대다수가 성 노동자라면, 미국인들은 트랜스 대부분을 성 노동자로 간주하고 그렇게 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애초에 이 글을 쓴 이유가 된 것은 다음과 같다. 바로 이성애자 트랜스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이성애자 남성을 다루는 방식이다. 이런 사랑은 놀랄 일로 묘사된다. “이성애자 남성, 축하해!”하면서 격려해주는 식이다. 그들은 이런 관계를 정상화하려고 하면서 비정상적인 것으로 만든다. 나는 이성애자 여성과 사귀는 이성애자 남성이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게 ‘놀랄 일’도 아니다. 심지어 영화의 홍보 문구조차 “이것은 사랑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다.”다. 그들은 전혀 다른 것으로 간주되지 말아야 할 것을 가져다 플롯 전체의 포인트로 삼았다. 그 자체가 모욕적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공포와 무지 때문에 LGBT 커뮤니티가 싸워서 이룬 모든 것들을 해체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에서, 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옳은 것을 위해 싸우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살고 사랑하고 싶어하는 인간이라는 걸 이해해줬으면 한다. 누구의 연애도 플롯의 포인트로 이용되어서는 안되며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나는 운좋게도 굉장히 포용적인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 핸드북에는 젠더 정체성과 성전환, 트랜스가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며 본인이 선택하는 대명사로 불러야 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된 챕터가 있을 정도다. 일부러 부적절한 대명사를 쓰는 것은 차별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측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아보이지만, 민간에서는 LGBT 인권을 위해 싸우는 단체가 지금도 많다. 나는 트리니티와 그녀 같은 사람들이 피해받지 않도록, 유해한 법에 피해받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My Experiences As A Straight Cis Man Engaged To A Straight Trans Woman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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