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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석탄'은 '건강한 담배'와 같은 얘기입니다

석탄발전소에 설치하려는 첨단 장비는 담배의 '필터'와 같은 격입니다. 품질 좋은 석탄에, 최신식 오염 저감시설을 장착하고, 더 나은 효율의 보일러를 사용해도, '필터' 끼운 담배에 지나지 않습니다.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한 깨끗한 석탄발전소는 불가능합니다. 석탄이 연소하면 공기 중에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그 특성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죠. 다만 조금 줄이는 게 가능할 뿐입니다.

필터를 끼운 담배로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요?

니코틴 함량이 낮고, 참숯 필터가 달린 담배를 '건강에 무해한 깨끗한 담배'라고 부르는 데 동의하는 분은 아마 없으실 듯합니다. 어떤 담배든 피울수록 건강에 해롭다는 건 자명하죠. 그렇다면, 깨끗한 석탄화력발전소는 가능할까요? 석탄화력발전소는 석탄을 태워서 에너지를 내는데요. 석탄을 태우는 과정에서 건강에 위협이 되는 초미세먼지와 각종 대기오염 물질, 중금속, 지구 온도를 올리는 이산화탄소 등이 다량으로 배출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석탄발전소에 고효율 보일러와 대기 오염물질 저감장치, 탄소포집저장시설을 갖춘 "최첨단 장비"를 설치하면 '깨끗한 석탄발전소'로 거듭난다고 설명합니다. '과학의 승리'로 둔갑한 이 장치는, 위험하고 더러운 석탄을 청정 연료로 재탄생시킬 '희망'으로 포장되어 회자되죠.

<그린피스 활동가가 석탄발전소에서 배출한 대기오염으로 병들어가는 폐(장기)를 연출하며, 인도 정부에 배출 기준 강화를 촉구했다. 2017. 5. 29, 인도 델리>

석탄발전소에 설치하려는 첨단 장비는 담배의 '필터'와 같은 격입니다. 품질 좋은 석탄에, 최신식 오염 저감시설을 장착하고, 더 나은 효율의 보일러를 사용해도, '필터' 끼운 담배에 지나지 않습니다.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한 깨끗한 석탄발전소는 불가능합니다. 석탄이 연소하면 공기 중에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그 특성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죠. 다만 조금 줄이는 게 가능할 뿐입니다.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것과 '청정'에너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

업계의 설명에 따르면, 최신식 저감시설을 설치하면 석탄발전소의 먼지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의 90% 이상을 저감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정말 깨끗한 석탄발전소가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TMS 굴뚝 원격감시체계'는 대기 오염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전국 560개 시설의 대기 오염물질 배출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입니다.

환경부가 공개한 '굴뚝 원격감시체계'의 자료를 보면, 대기 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내뿜는 사업장 상위 5위는 모두 석탄화력발전소입니다. 상위 20위 중, 석탄화력발전소가 7개나 있죠.

물론 석탄발전소는 설치시기에 따라 보일러 효율, 대기오염 저감시설 효율, 배출기준이 다르죠. 하지만 한국에 있는 대다수의 석탄발전소가 대기 오염물질 저감시설을 설치하고 일정 효율 이상의 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발전사들의 조치가 석탄발전소의 대기 오염물질의 배출량을 줄일 수는 있지만, 막대하게 줄이거나 아예 없앨 수는 없는 것을 시사합니다. 더구나 대기 오염물질 저감시설과 고효율 보일러는 시간이 갈수록 그 성능이 하락하기 마련입니다.

<2015 TMS 굴뚝 원격감시체계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 중 석탄화력발전소의 비중>

* 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으로 보기

TMS로 감시하는 560개 사업장 대기 오염물질 배출의 43%가 11개 석탄발전소

석탄화력발전소 11개 단지 (총 59기)가 배출한 대기 오염물질이, 560개 사업장에서 낸 오염물질 총량 중 절반에 가까운 43%를 차지합니다. 굴뚝 원격감시체계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해에만 560개 사업장이 배출한 대기 오염물질이 약 4억 kg이었는데, 그중 석탄발전소가 약 1억 7천kg을 배출했습니다.

석탄발전소가 전체 먼지의 45%를, 황산화물 57%를, 질소산화물 37%를 내뿜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 오염물질이 만나서 생성되는 초미세먼지까지 생각한다면,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 오염물질의 양과 피해는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물론 정부도 석탄발전소에 강화된 대기오염 배출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발전소가 가장 강한 대기오염배출 기준을 적용받고 있지요. 현재 대기환경 보전법 시행령상 신규 석탄발전소에 적용된 배출기준은 황산화물 25ppm, 질소산화물 15ppm, 먼지는 5mg/Sm3입니다. 그린피스의 석탄 전문가 라우리 뮐리비르따(Lauri Myllivirta)의 분석에 따르면, 이 배출기준을 적용해도 최신식 기술력이 적용된 석탄발전소는 천연가스발전소보다 수은 189배, 황산화물 24배, 먼지 2.6배를 더 배출합니다.

최근 신규석탄화력발전소가 추가로 제시한 배출기준인 황산화물 15ppm, 질소산화물 10ppm, 먼지 3mg/Sm3을 적용하더라도, 석탄발전소는 천연가스발전소보다 수은을 189배, 황산화물 14배, 먼지를 1.6배 더 배출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석탄발전소가 '청정 석탄발전'으로 둔갑할 수 있을까요? 석탄발전사들이 주장하듯이 천연가스발전만큼 깨끗한 석탄발전일까요?

<석탄발전소와 천연가스발전소의 대기오염 배출 비교>

* 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으로 보기

석탄발전소가 내뿜은 대기 오염물질은 텁텁한 공기와 흐린 하늘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린피스 연구에 따르면, 최첨단 설비로 계획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에서 내뿜는 대기 오염물질로 매년 1,020명이 조기 사망한다고 밝혀졌습니다. 대게 40년간 석탄발전소를 가동하는 게 일반적이니, 이렇게 따지면 총 4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석탄화력발전소의 대기 오염물질로 사망하는 것이죠.

또한,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도 문제입니다. 석탄발전소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단일 배출원이죠. 최근 업계에서 해법으로 제시한 '이산화탄소포집저장시설(CCS)'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이용시설(CCUS)'은 이미 전 세계에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고 기술적으로도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버려진 기술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2015년 2월 서울의 대기오염>

해답을 앞에 두고 먼 길을 돌아갈 필요 없다

석탄발전업계는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담보로 이윤을 올리고 있습니다. 세계는 탈석탄과 탈원전이 진행 중입니다. 우리나라만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담보로 석탄에 중독되어 빠져나올 줄을 모릅니다. 마스터키 마냥 회자되는 최첨단 시설의 '청정'석탄발전소 뒤에서 웃음 짓는 건 석탄발전 업계와 그 이해관계자들뿐이죠.

해답은 간단합니다. 석탄발전소를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100% 재생가능에너지로의 단계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노후 석탄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고, 운전 중인 석탄발전소의 발전량을 제약해야 합니다. 또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을 백지화해야만 합니다. 그린피스의 분석에 따르면, 신규 석탄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현재 연평균 가동률 40%미만인 천연가스발전소를 더 가동한다면 전력부족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률이 1%대에 지나지 않지만, 전 세계는 이미 30%이상 태양과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은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시설운영을 약속했을 뿐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전력이 석탄과 원자력보다 저렴해지는 그리드패리티(Gridparity) 현상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미 많은 나라에서 100% 재생가능에너지로만 전력을 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에너지 대전환'을 선언하면서 탈석탄과 탈원전,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약속했습니다. 이는 곧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통해 국민들에게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약속한 것입니다. 정부는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으로 건강하고 깨끗한 대한민국을 위한 단계를 밟아나가야 합니다. 우리도 석탄업계의 농간에 흔들리지 말고, 정부가 석탄발전을 줄이고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 할 수 있도록 함께 요구해야 합니다.

글: 손민우/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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