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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허프포스트에 밝힌 '옥자'의 원래 결말

  • 강병진
  • 입력 2017.07.04 08:13
  • 수정 2017.07.05 09:06

*’옥자’에 관한 스포일러가 아주 많습니다.

지난 6월 29일, 극장과 넷플릭스에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아름답지만, 어딘가 쓰린 결말을 보여준다. 미자는 옥자를 구해 다시 집으로 돌아와 예전과 같은 목가적인 생활을 하지만, 이미 미자는 또 다른 옥자들의 끔찍한 현실을 목격했다. 미자는 “처음부터 목살, 등심, 삼겹살이 될 운명”인 수많은 옥자들 속에서 자신의 옥자와 또 다른 새끼 옥자만을 구출해 온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 중 한 편인 ‘괴물’의 결말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애타게 찾던 딸은 죽었지만, 딸이 보호하고 있던 또 다른 아이를 거둬들인 강두는 괴물이 사라진 이후에도 지근거리에 총을 두고 괴물을 근심하며 살았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이 생각한 '옥자'의 원래 결말은 더 긍정적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옥자’의 최초 컨셉에서는 슈퍼돼지 공장으로 미자만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북미 전 지역의 동물해방전선(ALF) 대원 수천명이 공장에 잠입해 모든 슈퍼돼지들을 풀어주는 결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현실주의적”이고, 스스로 “비관주의자”라고 말하는 봉준호 감독은 결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탐욕스러운 권력과 비인간적인 목적으로 가득한 미란도 같은 거대 기업이 그렇게 산만한 해방운동에 굴복한다는 건, 그냥 조금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다면 너무 만화같았을 겁니다. 나는 옥자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또 자신은 “여전히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의 쿠키로 등장하는 진짜 마지막 장면에 그의 바람이 담겨있다. 감옥에서 출소한 제이(폴 다노)와 함께 다시 동물해방전선의 대원들이 뭉쳐서 미란도 코퍼페이션의 주주회의장에 시위를 하러 나서는 내용이다. 봉준호 감독은 “그들은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다음 목표는 미란도가 벌이는 이벤트를 파괴하는 겁니다. 바로 현실적인 거짓말이 이루어지는 이벤트죠.”

봉준호 감독의 ‘비관주의자’ 다운 결말은 ‘괴물’과 ‘옥자’에서만 나타난 건 아니다. ‘살인의 추억’의 연쇄살인범은 잡히지 않았고, ‘마더’의 도준이는 엄마와 종팔이 덕분에 감옥을 나올 수 있었다. ‘설국열차’에서도 쓰러진 기차에서 나온 소녀와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는 막막했다. 말하자면 봉준호 감독은 어차피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의 영화를 만들어온 것이다. ‘옥자’의 결말은 어딘가 쓰리지만, 가장 봉준호 감독다운 결말일 것이다.

 

허프포스트US의 '‘Okja’ Nearly Ended Very Differentl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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