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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조언 목사님도 나서 끌어낸 '베리 굿'

반전의 열쇠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의 숨은 활약에도 있었다. 그는 대선 때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고 50개 주에서 집회를 갖고 투표를 독려했다. 특히 박빙의 승리를 거둔 격전지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고 취임식에 초대돼 축복기도까지 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21일 청와대에서 보수 교단의 원로인 김장환 목사와 함께 문 대통령을 만났다. 극우 성향인 프랭클린의 대통령 접견에 소극적인 분위기도 있었지만 전병헌 정무수석이 강력하게 밀어붙여 성사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Jim Bourg / Reuters

'나쁜 남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넥타이 대신 무늬 없는 파란 넥타이로 '좋은 남자' 문재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춘 것은 의외였다. 사실 역대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빨리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분위기가 달랐다. 트럼프는 "아주, 아주 좋다(very, very good)"며 만족해했다.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지만 뇌관인 사드 문제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는 평화통일 환경 조성을 위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 트럼프가 인도주의적 문제를 포함해 남북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였다.

반전의 열쇠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의 숨은 활약에도 있었다. 그는 대선 때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고 50개 주에서 집회를 갖고 투표를 독려했다. 특히 박빙의 승리를 거둔 격전지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고 취임식에 초대돼 축복기도까지 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21일 청와대에서 보수 교단의 원로인 김장환 목사와 함께 문 대통령을 만났다. 극우 성향인 프랭클린의 대통령 접견에 소극적인 분위기도 있었지만 전병헌 정무수석이 강력하게 밀어붙여 성사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장진호 전투와 문 대통령 부모님의 흥남철수 스토리에 두 사람은 감동을 받았고 30분으로 예정됐던 접견은 한 시간으로 길어졌다. 프랭클린은 면담 직후 펜스 부통령과 바로 통화하고 자신이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줬다. 트럼프가 "매우 잘 맞는다(great chemistry)"고 말한 것은 문 대통령이 시진핑과 아베의 쿠슈너, 이방카도 부럽지 않은 황금라인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문재인-프랭클린 라인을 만든 것은 김장환 목사였다. 올해 100세인 빌리 그레이엄과는 그가 "내 장례식은 빌리 김(김 목사의 미국 이름)에 맡겨달라"고 유언장에 적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김 목사는 자신이 시무하는 수원중앙침례교회의 장로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청을 받고 미국의 프랭클린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조언을 청했던 보수 원로 목사가 탄핵의 선봉에 섰던 진보 대통령의 정상회담 준비를 도운 결과가 됐다. 김 목사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워싱턴에 가서 각계 인사를 만나 사전 정지작업을 했다. 특히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정상회담 한 달 전인 4월에 한국에 오게 해 노 대통령과 식사를 하도록 했다. 이후 아버지 부시는 아들에게 "노 대통령을 만나 보니 마음에 든다"며 아들의 오해를 풀어주려 애썼다고 한다.

당시 노 대통령은 김장환 목사에게 도움을 청하자는 김진표 의원의 건의에 마구 웃으면서 "이회창을 도왔던 사람인데 나를 도울 리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대통령께서 당선된 순간 그걸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나라를 위해 대통령께서 잘되기를 기도하고 있을 겁니다"라고 설득했다.

진보인 문 대통령은 극우주의자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이라는 위험한 고비를 잘 넘기고 한·미 동맹의 건재를 확인했다. 하지만 미국발 청구서에 대비해야 한다. 북핵 위기가 깊어 가고 있는 외교안보 상황도 간단치 않다. 미국의 전략전문가들은 정상회담 전부터 "3개월이면 끝날 사드 환경영향평가를 왜 1년씩이나 끌어야 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중국 측에서도 "(대국인) 우리도 미국 말을 잘 듣는데, 왜 소국이 대국 말을 안 듣느냐"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중 갈등은 한국의 입지를 점점 축소시킬 것이다.

이상을 중시하는 진보적 접근에 현실이라는 돌다리를 두들기는 보수가 거들어야 균형 있는 대응이 가능하다. 그래서 개혁보수를 자임하는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의 자기 비판은 경청할 만하다. "보수의 대북 정책은 흑백논리와 강경 비판, 실천 없는 구호에 그쳤다. (중략) 우리의 원칙만 선언해 놓고 핵을 포기하라, 개방하라고 외치는 것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변화의 조건을 만들어주고 대화의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나는 반성한다' 스리체어스)

정 의원은 '썩은 보수'의 안보 장사와 색깔론을 비판했다. 그렇다면 진보 정권도 개혁적 보수를 과감하게 기용해 현실과 거리가 먼 이상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보수 원로인 김장환 목사도 국익 앞에서는 진보 대통령을 돕지 않았는가. 진보와 보수가 손잡고 대처하지 않는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은 헛된 꿈일 뿐이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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