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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당대표로 돌아온 홍준표 앞에는 '지뢰밭'이 가득하다

  • 허완
  • 입력 2017.07.03 16:57
  • 수정 2017.07.03 16:59

자유한국당이 3일 전당대회를 통해 홍준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를 새로 꾸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정현 대표가 물러난 지 6개월 만이다. 홍 대표는 ‘5·9 대선’ 패배 두 달이 채 안 돼 당의 전면에 다시 섰다. 이날 구성된 지도부 면면을 보면 ‘친박 퇴조’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대구·경북(TK)의 구심력이 더 강해지며 ‘영남화’는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홍준표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원외 당 대표와 원내대표단 사이의 충돌, 당직 및 당협위원장 물갈이,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터질 지뢰가 많다고 본다.

전당대회 내내 “당의 인적 청산”을 강조해온 홍 대표는 오후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에서 자유한국당과 보수진영 동반 궤멸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된 친박근혜계 청산에 대해 “선출직의 (인위적) 청산은 어렵다”고 했다. 징계나 출당 조처 등은 없다는 얘기다. 다만 “당의 전면에 핵심 친박들은 나서지 못할 것”이라며 당직 배제 원칙을 밝혔다. 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결과에서 보듯 친박계는 이미 죽어가고 있다. 당직을 안 주는 왕따 전략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박계는 재선의 김태흠 의원이 3등을 차지하며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반면 한 의원은 “친박 퇴조는 분명하지만, 그런데도 최고위원에 당선됐다는 것 자체를 더 크게 봐야 한다. 폐족을 선언해도 모자를 판에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홍 대표는 당무감사를 통한 당협위원장 물갈이 등을 예고했는데, 상당수가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 때 임명됐다. 친박 왕따 전략까지 맞물릴 경우 계파 갈등을 다시 폭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또 다른 이유로 홍준표 체제(임기 2년)의 ‘단명’을 예견하기도 한다. 전통 보수층도 등 돌리게 만드는 막말과 돌출행동, 강경보수를 넘어 극우화한 그의 정치 성향 등이 배경이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2011년 12월 홍 대표가 5개월 만에 한나라당 대표에서 퇴진했을 때는 박근혜라는 대체재가 있었다. 지금은 홍준표를 무너뜨릴 세력도, 대체할 사람도 없다”고 했다.

홍 대표는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연스럽게 ‘더불어민주당 대 자유한국당’이라는 고전적인 양강 구도를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한자릿수를 맴도는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진다면 ‘홍준표 책임론’이 지방선거 전에라도 일찌감치 불거질 수 있다. 다음달 선고가 예상되는 홍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관련 대법원 판결이 고비가 될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는 3선의 티케이 출신의 이철우 의원(경북 김천, 득표율 20.86%), 류여해 수석부대변인(15.47%),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 15.44%),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12.83%)이 뽑혔다. 청년 최고위원에는 이재영 전 의원이 선출됐다. 특히 선출직 최고위원에 원외 인사가 2명(이재만·류여해)이나 들어간 것이 눈에 띈다. 공교롭게도 이재만 최고위원은 ‘찍어내기’ 공천 논란을 부른 지난해 총선 때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을)를 노렸던 당사자다. 전당대회 기간 튀는 언행으로 당원들의 관심을 모은 류 최고위원은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서초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사자들의 정치적 체급 차이가 워낙 크긴 하지만,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이런 최고위원 구성으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 논의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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