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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임대업자'가 늘어나는 건 좋은 현상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 허완
  • 입력 2017.07.03 13:56
  • 수정 2017.07.03 14:10
Kim Keon-hoon, a worker with Byucksan Engineering & Construction, looks out through the window from his empty two-bathroom, four-bedroom apartment before an interview with Reuters, in the middle class suburb in Goyang, north of Seoul April 1, 2013. Kim says he was forced to buy an unsold 800 million won ($716,400) apartment, built by his employer in 2008, as the company teetered on the edge of bankruptcy. Five years after the global financial crisis, South Korean construction workers are feeling
Kim Keon-hoon, a worker with Byucksan Engineering & Construction, looks out through the window from his empty two-bathroom, four-bedroom apartment before an interview with Reuters, in the middle class suburb in Goyang, north of Seoul April 1, 2013. Kim says he was forced to buy an unsold 800 million won ($716,400) apartment, built by his employer in 2008, as the company teetered on the edge of bankruptcy. Five years after the global financial crisis, South Korean construction workers are feeling ⓒLee Jae Won / Reuters

부동산 임대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면, 그 뉴스는 대개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다음은 '한국서 개인사업자 1위는 '부동산임대업자'…"이게 나라냐?"'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 중 일부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최근 개인사업자들이 가장 많이 몰린 산업이 바로 부동산임대업이다.

국세청이 매년 12월에 발표하는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부동산임대업자(법인 제외)는 2013년 도·소매업자를 제치고 개인사업자 1위에 오른 뒤 줄곧 수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5년 기준 개인 부동산임대업자는 141만5000명으로 2위인 개인 도·소매업자 130만5000명보다 10만 명 이상 많다.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3대 업종을 보면, 부동산임대업은 5년 전보다 개인사업자가 28.1% 늘어나 도·소매업(9.6%)과 서비스업(17.2%)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부동산임대업자가 한국사회에서 최고의 직업이라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머니투데이 7월2일)

이 기사가 게재된 포털사이트에는 '이게 나라냐'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게 나라냐'며 분노를 쏟아낼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부는 민간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장해왔다

최근 몇 년 간 정부는 민간임대 사업자 등록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왔다. 공동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을 보유한 집주인들이 정식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하는 것. 월세나 전세를 받으며 임대소득을 올리는 집주인들 중 대부분은 정부에 등록된 사업자가 아니다.

집주인들이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불법은 아니다. 집주인들이 민간임대 사업자로 등록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사업자 등록을 하면 임대소득이 그대로 정부에 노출되고 여러 제약 조건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사업자 등록을 꺼린다.

반면 정부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민간임대 사업자 등록을 권장해왔다. 집주인이 민간임대 사업자로 등록하고 5년 이상 임대를 하면 해당 주택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면제해주고, 재산세와 양도소득세 등을 감면해준다.

또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일 경우 2018년까지는 소득세가 면제된다. (현재 정부는 이 유예 시한을 없애고 아예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소득세를 매기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임대 목적이라면 집을 지을 때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세제혜택을 받는 대신, 일정 기준을 넘는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월급쟁이'들처럼 세무당국에 임대소득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마땅히 세금을 피할 방법도 없다.

또 임대료를 무작정 올릴 수 없게 되고(연 5% 이내로 제한), 세입자에게 최소 4년의 임대기간을 보장해야 하는 등 일정한 규제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정부의 세제 혜택 덕분에 민간임대 사업자로 등록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집주인이 늘어남에 따라 민간임대 사업자 등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추세는 최근 2~3년간 꾸준히 나타났다.

따라서 '부동산 임대사업자가 갑자기 확 늘어났다'는 건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이게 나라냐'고 한탄할 일도 아니다. 그동안 그 어느 통계에도 잡히지 않던 집주인들의 존재가 비로소 '양성화'되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민간임대 사업자로 등록한 집주인은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 등록된 민간임대 등록사업자 수는 13만8천명, 이들이 보유한 임대주택 수는 68만224채에 이른다. 이는 세입자가 살고 있는 민간임대주택 전체 가구수 642만채(2015년 통계)의 10.6%에 그치는 수치다. (한겨레 6월26일)

정부가 민간임대 사업자 등록을 권장하는 이유

정부는 왜 집주인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면서까지 민간임대 사업자 등록을 권장해 온 걸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주택 공급 측면에서 살펴보자. 정부가 공급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국민임대, 행복주택, 영구임대, 매입·전세 임대주택)의 규모에는 한계가 있다. 1년에 고작 10만 세대 안팎이다. 반면 민간 분야의 경우 아파트만 따져도 1년에 공급되는 물량이 전국적으로 40만 세대(2015년) 규모다.

여력이 된다면 누구나 내 집을 장만하는 걸 가장 선호하겠지만, 그럴 상황이 못되는 사람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이 최선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전세나 월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고, 안정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 부족하다. 정부가 매년 6~7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부어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민간임대 시장을 '양성화'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왔다. 민간임대주택을 제도 내로 끌어들여 관리하자는 것.

업계에 따르면 국내 민간임대주택 중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개인공급 임대주택이 80% 달한다. 개인과 법인 및 기타 임대사업자 비중이 6:4의 비중을 보이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높은 수치다. 때문에 민간 임대시장에 대한 통제는 물론 실정 파악을 위한 통계 집계도 어려운 상황이다. (뉴스토마토 1월4일)

세입자 권리보호 측면에서도 민간임대 사업자 양성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서민 주거안정 공약'이기도 한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제를 시행하려면 우선 기본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바로 민간임대 사업자 등록 확대다.

또 현실적으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선 실제 임대료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도 고려됐다. 전월세 상한제 시행을 위해선 주택 가격, 경과연수, 규모 등에 따라 차등적인 표준임대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주택 임대료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겨레 6월26일)

최근 취임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국회의원 시절 다주택 보유 임대사업자에게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3주택 이상 보유자로서 주택을 임대하려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또 민간임대 사업자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해 민간 임대시장을 양성화하는 대신, 임대소득에 적절한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도 함께 발의했다. 민간임대 시장을 '양성화'하자는 취지다.

'주거복지'를 강조한 김 장관 취임 이후, 국토교통부는 민간임대 사업자 등록을 활성화하기 위해 집주인들에게 세제 혜택을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 '정책실 2인자'로 꼽히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과거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적이 있다.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것 중에 ‘전월세 상한제’나 ‘임대료 보조제’가 있다. 선진국에서 다 하고 있다. 그런데 ‘임대차 등록제’를 하지 않는 나라에서 그걸 하는 나라는 없다. 제도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대차 등록제를 하자는 이야기다.

근데 이걸 하자고 하면 등록 받아서 세금 받을 거 아니냐는 얘기가 당장 나온다. 또 그걸 등록하게 되면 일종의 불로소득이 드러나게 된다. 그러니까 엄청난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저항을 ‘전세금이 올라갈 거다’라는 식으로 말한다. 또는 할머니들 집 몇 채 세 놔서 월세 받아 사는데 (세금을 걷어갈 거냐) 하는 얘기도 나올 거다. 그런 문제는 예를 들어 월세 수입이 150만원 이하는 면세로 하는 식으로 일종의 경과조치를 두면 된다. 이걸 안 하니까 수억원짜리 전세를 여러 채 놓고 있는 사람들도 아무런 장치 안에 들어와 있지 않다.

임대차 등록제라는 게 정치적으로는 누구나 하고 싶지 않아 한다. 그러나 이걸 안 하고는 우리 시민단체나 이런 데서 요구하는 전월세 상한제 같은 걸 할 수가 없다. 세계 어느 선진국에서 민간임대주택을 누가 누구에게 얼마에 세놓는지 모른 채, 그냥 집주인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두나.” (미디어오늘 2012년 7월7일)

종합하면, 꼬박꼬박 월세 등 임대소득을 올리면서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던 전국의 수많은 '집주인'들이 정부에 정식으로 사업자 신고를 하고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 정부 정책의 통제를 받는 '임대사업자'로 바뀌어 가는 중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부동산 임대업자'가 늘어나는 건, 얼핏 보기와는 다르게, 바람직한 현상이다. 굳이 따지자면 '이게 나라냐'가 아니라, '나라다운 나라'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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