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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우유급식, 정말 필요할까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바로 유당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증상 '유당불내증'이다. 우유를 마시면 설사를 하거나, 가스가 차서 다른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방해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우유를 먹었을 때 설사를 하거나 속이 편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키가 크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강제로라도 먹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우유를 섭취할수록 키가 크는게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 이현주
  • 입력 2017.06.29 12:06
  • 수정 2017.06.30 05:09
ⓒlisegagne via Getty Images

최근 교육부는 교육복지 정책 가운데 하나로 모든 학교가 우유급식을 시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우유급식에 대한 찬반논쟁이 일어나자,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서둘러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성장을 위해 우유급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제임스 카메론

내가 초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근육질 스타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였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그는 완전채식주의자(비건Vegan)로 알려져 있는데, 2015년 파리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UNFCCC)에서 육식을 줄이는 것이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다며, 기후변화정책에 채식식단을 장려하는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연설하기도 했다.

그에게 이 광고를 의뢰한 곳은 채식관련기업이 아닌 중국정부였다. 심각하게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기 위한 기후변화대응정책으로 중국정부는 2030년까지 국민들의 육류소비를 50% 줄여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고, 이를 위해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채식으로 다져진 근육질몸매를 모델로 세운 것이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또 한 사람의 유명인이 있다. 바로 영화 '아바타'를 제작감독한 제임스카메론 감독이다. 그는 영화 속 나비족의 현실이 현재 열대우림 지역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환경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열대우림은 소들의 방목사육, 공장식 축산, 농경지로의 토지변경, 팜오일과 커피생산을 위하여 주변 숲을 파괴하는 등의 원인으로 70% 이상이 파괴된 상황이다.

중국정부가 제작을 의뢰한 광고의 제목은 'Less Meat, Less Heat' (육류소비를 줄이면,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다)이다. 13억 중국인구가 육류위주의 식습관을 통해 배출하는 엄청난 온실가스 때문에 기후악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OECD 34개국의 육류소비량을 비교해보면, 세계에서 고기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미국으로 연간 1인당 육류 소비량이 89.7㎏이었다. 한국은 1인당 51.4kg으로 중국 47.1㎏, 일본 35.5㎏보다 많은 양의 고기를 소비하였다. 하지만, 13억 중국인구가 소비하는 고기의 총 양은 총 8천250t으로 세계 육류 소비량(2억6천452만t)의 31.2%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육류로 인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가 되었다. (농림수산식품부 제공)

미국 고기없는월요일/ 존스홉킨스대학

우유 많이 마실수록 기후악당이 된다?

육류는 기후변화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식품이다. 식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붉은 살코기가 30%이고, 그 다음이 우유와 유제품으로 18%이다. 이에 비해 채소와 곡류는 11%로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편이다. 육류가 생산되고 소비된 후 폐기될 때까지 이산화탄소 외에도 아산화질소, 암모니아, 메탄 등의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육류 소비와 연관된 온실가스 배출에서 의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폐기 단계이다. 가정과 식당에서 소비된 육류의 20%는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미국에서는 생선 40%, 칠면조 고기 31%, 돼지고기 25%, 소고기 16%, 닭고기 12%가 쓰레기로 버려져 매립되고 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정육점에서는 보통 5% 정도의 고기 부스러기가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버려지는 것은 고기만이 아니다. 2016년 12월 대한급식신문이 실시한 전국 학교 영양(교)사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선 제외되어야 할 영양(교)사의 업무' 중 두 번째가 바로 우유급식이었다. 지속적으로 우유 음용지도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우유의 양이 줄지 않는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또한 과연 우유가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유 마실수록 뼈 속 칼슘이 빠져나간다.

코넬대학 연구소의 소장이자 중국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캠벨 박사는 "칼슘섭취가 높고 칼슘의 대부분을 단백질이 풍부한 유제품에서 얻는 지역에서 골다공증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프로젝트 데이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몸은 칼슘을 덜 필요로 하고, 채소로 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보도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칼슘섭취량은 하루에 241~943밀리그램(평균 544밀리그램) 정도였지만 골다공증이 없었다. 반면 미국인의 칼슘섭취량은 841~1,435밀리그램(평균 1,143밀리그램)으로, 대부분이 유제품을 통해 섭취했다.

의사들의 의사로 알려진 조엘 펄먼 박사는 '네거티브 칼슘 밸런스'라는 개념을 말한다. 만약 하루에 칼슘 1,000밀리그램을 섭취하는 사람이 있다면, 섭취된 칼슘의 약 1/3 정도가 흡수되므로, 나머지 700밀리그램은 소화기관에 남아있다가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섭취한 칼슘의 양 중에서 소화를 통해 흡수되는 양보다, 배출되는 양이 더 많은 것이 네거티브 칼슘 밸런스다. 문제는 소변으로 배출할 때 ,우리 몸은 새롭게 들어온 칼슘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칼슘저장고인 뼈 속에서 칼슘을 배출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뼈의 손실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그는 소변으로 배출되는 칼슘의 양을 늘이는 것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와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식물성 식품은 비록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이라도 산성물질을 만들지 않는 반면, 동물성 섭취는 혈액의 산성도를 높이기 때문에,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뼈에서 칼슘이 방출된다는 것이다. 특히 동물성 식품에 들어있는 황아미노산은 요산 생산과 그에 따른 칼슘 손실의 주요 원인이다.

그렇다면, 성장기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해 뼈를 튼튼하게 하는 식단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까? 우선 동물성 식품과 소금, 설탕, 카페인으로부터 비교적 멀리 떨어질수록 우리 몸은 칼슘을 보유할 여건이 잘 형성된다. 더불어 녹색채소, 콩, 두부, 깨, 오렌지 등에는 풍부한 칼슘이 들어있다. 흡수율이 32퍼센트에 불과한 우유에 비해 녹색채소들은 칼슘흡수율이 50퍼센트 이상이다. 즉 우유를 마시는 것보다 채소를 먹는 것이 칼슘을 몸에 더 많이 남겨놓는다는 것이다. 과일과 채소는 뼈 건강에 필수적인 칼륨, 마그네슘, 칼슘, 그밖의 기본 영양소들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유제품을 적게 먹어야 할 이유는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바로 유당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증상 '유당불내증'이다. 우유를 마시면 설사를 하거나, 가스가 차서 다른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방해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장기적으로 소화기관에 문제를 유발하는 식품을 강제로 섭취했을 경우 소화기능이 점점 상실되고, 우리 몸의 면역력이 저하되며 성장과 균형잡힌 영양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어려워진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우유를 먹었을 때 설사를 하거나 속이 편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키가 크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강제로라도 먹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우유를 섭취할수록 키가 크는게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고기없는월요일

식물성 우유를 포함한 다양한 우유급식의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주자

선진국들은 이미 우유를 대체할 다양한 곡물유와 견과유를 국민들에게 권장하고 공급해왔다. 대형마트에는 채식인들을 위한 대체고기 외에도 두유, 코코넛유, 아몬드유, 귀리유, 캐슈넛우유, 현미유, 햄프씨드유 등등 영양이 풍부한 식물성 우유들이 활발하게 생산 유통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시판되고 있지 않는 제품들이라 실망하지 말고, 직접 만들어보자. 생각보다 만드는 법도 간단해서 누구나 집에서 건강한 식물성 우유를 만들어 즐길수 있다. 만약 내 아이가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거나,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거나, 알러지성 비염으로 환절기마다 고생을 한다면 안전하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식물성 우유로 당장 바꾸길 권한다. 실제로 나를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우유와 유제품을 중단한 이후, 소화장애, 알러지성 질환의 여러증상들이 개선되었다고 말했다.

국내 학교급식에 있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나가야 하는 이 시점에서, 세계 각정부가 앞을 다투어 친환경식단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이때, 반환경적 식품이면서 건강상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우유를 전면급식으로 시행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과연 낙농업계의 위기를 우유급식 전면시행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매년 끊이지 않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의 근본원인은 바로 공장식 축산방식의 사육에 있다. 이것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기도 하다. 동물배설물로 인한 토질오염, 수질오염 또한 심각하다. 동물들을 병들게 하는 환경속에서 생산된 우유를 우리의 자녀들에게 먹이는 것이 윤리적으로는 과연 옳을까?

오히려, 우유급식에 있어서 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다양한 식물우유들을 포함시킨 우유급식 정책을 시행해주길 바란다. 자신의 체질과 취향에 따라 아몬드유, 두유, 현미유, 캐슈넛유, 햄프씨드유, 귀리유와 함께 우유를 선택해서 마실 수 있는 급식이라면 누구나 환영할 것이다.

세계정부의 친환경식단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정책

최근 포르투갈에서는 모든 공공기관 내 식당 메뉴에서 채식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덴마크의 대안당과 녹색당에서는 정당의원 전원이 22일간 완전채식식단으로 식사하면서 친환경정책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건으로 알려진 헐리우드 스타 비욘세가 함께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벨기에 헨트시에서 시작된 채식의 날 캠페인이 전세계로 확산된 이후, 현재 53개국 나라에서 일주일에 하루는 채식을 하는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고, 국내에서도 서울시를 비롯하여 전북교육청, 광주시교육청 등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지난 정부의 반환경정책을 되풀이 하지 않을 새로운 차원의 정부를 원한다. 무엇보다 세계시민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 싶다. 기후문제에 있어 대한민국은 늘 최악의 평가를 받아왔다. 반환경정책인 우유급식, 재고해주기를 바란다.

미국 고기없는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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