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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담당 경찰은 "살수차 운용지침을 집회 전날 처음 봤다"고 했다

  • 허완
  • 입력 2017.06.28 20:50
ⓒ공무원U신문 제공

경찰이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농민 백남기씨를 끝내 숨지게 한 살수차가 허술하게 운영됐던 사실이 사건발생 580여일이 지나 경찰의 내부 감사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23일 당시 현장에서 살수차를 지휘, 운영한 관계자들에 대한 청문감사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제출된 '백남기 청문감사 보고서'에는 2015년 11월14일 백씨가 물포에 맞아 쓰러졌을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의 진술이 담겼다.

백씨가 물포에 맞아 쓰러진 사건이 있은 직후인 11월15일 오전0시43분부터 진행된 청문 조사 내용과 진술서에는 당시 살수차를 운용했던 경찰 요원들이 전혀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된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백씨에게 물포를 쏘았던 살수차(충남 살수 9호)를 운용했던 최모 경장은 당시 조사에서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을 "집회 전날인 11월13일 처음 봤다"고 진술했다. 본래 경리업무를 담당하던 최 경장은 2015년 하반기 지위검열을 위해 2~3회 정도 살수차 운용을 준비했던 정도여서 실제로 조작에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 경장은 작년 9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서 "충분한 교육을 받았고, 밤 살수 경험이 있다"고 진술했다.

당시 살수차의 운전과 물포의 강도를 조작했던 한모 경장 역시 실제로 살수차를 운용했던 경험은 1번 밖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경장은 청문 조사에서 살수차 안에 설치된 모니터를 확대해서 보는 방법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한 경장은 "후에 리모컨으로 화면을 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리모컨이 어딨는지 몰라 찾다가 후에 사무실에서 발견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한 경장은 '훈련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월 1회 살수와 급수 훈련을 받았다"며 "서울 기동본부에서 상·하반기 2번에 걸쳐서 교육을 받아 훈련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보고서를 통해 당시 사용된 살수차의 수압제한 장치가 고장 나 있던 것도 확인됐다. 한 경장은 "엔진 출력을 높여가면서 최대 출력으로 살수했을 때 지침에서 허용한 15bar를 넘어서서 수리업체에 수리를 맡겼지만 차량이 노후돼 수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조사를 받은 경찰들은 "백씨가 쓰러진 지 정말 몰랐다"며 자신들의 행위가 고의가 아니었으며 죄송한 마음으로 백씨의 회복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경찰 지휘부가 '사실확인'을 전제로 이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미뤄온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58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국회와 법원의 요구에도 청문 감사 보고서 제출을 거부해왔다. 청문 조사 보고서 공개로 경찰이 그동안 자신들의 잘못과 실수를 감추려 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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