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베네수엘라 경찰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헬기를 탈취해 정부·법원을 공격했다

  • 허완
  • 입력 2017.06.28 14:22

최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수개월째 진행되는 베네수엘라에서 경찰이 27일(현지시간) 훔친 헬기를 동원해 정부 및 사법 기관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이를 '테러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군사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 아날리시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저녁 대법원·내무부·법무부를 겨냥한 헬기 공격이 발생했다. 헬기 조종사는 대법원에 총격을 퍼붓고 최소 4개 수류탄을 떨어뜨렸는데 이중 한 개는 불발됐다. 헬기는 내무부 상공에서 15발, 법무부 인근에서도 수발의 총격을 감행했다. 총격과 수류탄 공격으로 인한 부상 신고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용의자는 범죄수사대(CICPC) 소속 경찰 헬기 조종사 오스카 알베르토 페레즈로 알려졌다. 카르카스 라 카를로타 공군기지에서 에어버스 뵐코브 105 종 헬기를 훔쳐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헬기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확산됐는데 여기엔 헬리콥터 조종사의 동료가 '헌법 350조, 자유'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헌법 350조는 민주적 정치 시스템을 위협에 빠뜨리는 지도자에 불복할 수 있는 시민 권리를 허락하고 있다.

이날 공격은 마두로 대통령이 내달 치러지는 제헌의회 선거 유세를 위해 지지자들과 만난 지 수시간에 발생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유세에서 만약 정부가 "비(非)민주적 힘"으로 전복되고 볼리바르 혁명이 무너지면 무력을 쓰겠다고 말했다.

헬기 공격 용의자는 공격 당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신들이 누구인지, 공격 의도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복면을 착용한 무장 남성 4명을 뒤로하고 앞에 선 페레즈는 "우린 군·경찰·시민간 화합을 도모하는 연합군으로 범죄자와 일시적인 정부에 대항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영상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과 조기 총선을 촉구했다. 그가 어떤 정당을 지지하거나 소속되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영상 속 왼쪽 팔에 차고 있는 보라색 리본에는 "진리와 그리스도"라고 적혀있었다.

현재까지 페레즈 일당은 도주 중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군 전력을 준비시켰다"며 조만간 배후를 잡아내겠다고 공언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탄핵을 추진하는 반정부 야권 선거연합인 민주연합원탁회의(MUD)를 겨냥, 이번 헬기 공격을 '쿠데타'로 칭하면서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두로 반대파에선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법원에 대한 오랜 불만이 있었다. 대법원은 그간 야권이 추진한 국민소환투표 등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에는 반정부적 성향인 검찰총장의 면책 특권까지 박탈하며 노골적으로 친정부 성향을 드러냈다.

대법원은 또 지난 3월엔 의회 대신 입법 활동까지 하겠다는 판결을 내려 반정부 시위가 더 거세졌다. 대법원은 이후 이 판결을 취소했으나 미국은 지난 5월 대법관 8명을 권력 남용 등에 대한 혐의로 제재를 결정했다.

지난 4월 초 시작된 마두로 퇴진 시위에서 정부측의 강경 진압에 의해 발생한 사망자는 최소 8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