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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들의 공간을 전용하는 이성애자 여성들에게

ⓒFlashpop via Getty Images

내 여동생의 생일이라, 내 파트너와 나는 동생을 데리고 토요일에 다셀 XV 쇼플레이스에 갔다. 다셀 XV은 서해안에서 가장 오랫동안 드랙 쇼를 열어온 곳이며, 이곳의 설립자이자 쇼 출연자는 86세로, 세계 최고령 드랙 퀸 공연자인 상징적 존재다.

나는 커밍아웃하던 무렵인 25년 전에 다셀에 처음 갔다. 당시 오리건의 LGBTQ들은 차별적 투표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 다셀은 안전한 곳, 통과 의례, 퀴어 문화와 퀴어들의 안식처였다. 물론 브라이덜 샤워도 가끔 열렸고, 이성애자 커플들이 쇼를 즐기러 오기도 했다. 하지만 100명 정도의 고객들은 게이 남성, 레즈비언, 드랙 퀸 몇 명, 어쩌다 드랙 킹 한두 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성애자들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이곳은 퀴어들의 공간이었다.

이번 토요일 밤의 경험은 전혀 달랐다. 들어가려고 줄을 서 있는데, 기다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결혼을 앞둔 (이성애자) 신부거나 신부 친구들이었다. 나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나는 왜 이 이성애자 여성들이 이 곳이 자기들이 있을 곳이라 느꼈는지 궁금했다. 특히 의례 중에서도 가장 이성애규범적인 의례인 브라이덜 샤워를 할 곳이라 생각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매니저에게 퀴어 문화가 이렇게 전용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그들은 그저 쇼를 보러 온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그런 존재다. 그저 쇼에 불과하다.”고 대답했다.

쇼다. 하지만 이것은 쇼 이상의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남성이 여성 역할을 연기하는 쇼는 고대 사회에도 존재했고 엘리자베스조 영국에도 있었지만, 현대의 드랙은 주로 게이 남성과 연관이 있다. (드랙 킹으로 연기하는 여성도 일부 있긴 하다.) 20세기에 드랙은 게이 남성들이 다양한 섹슈얼리티의 자기 표현을 주장하는 방법이 되었다. 동성애가 불법이고, 다른 젠더의 옷을 입었다간 체포와 구금을 당할 수도 있었던 시절부터 그랬다. 드랙은 일종의 해방이었지만,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때도 많았다.

퀴어는 오랫동안 편견과 차별에 맞서 저항해 왔으나, 1969년 뉴욕의 스톤월 바에서 드랙 퀸과 부치 레즈비언들이 항거했던 순간이 결정적이었다. 스톤월은 게이 해방 운동의 시작이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LGBTQ 인권 운동이 뒤따랐다.

월터 콜은 1967년에 포틀랜드의 낡은 드마스 태번을 사서 레즈비언 바텐더를 고용했고, 동성애가 불법이고 정신병으로 여겨지던 시절, 레즈비언과 게이 남성들이 이 바를 안식처로 삼았다. 월터 콜은 다셀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고, 포틀랜드의 유명인사가 되었으며 LGBTQ 운동을 하며 모금 활동도 시작했다. 다셀과 그녀의 클럽은 포클랜드의 이성애자들에게도 손을 내밀어, 동맹을 만들고 LGBTQ 인권을 강화해갔다.

그 신부들이나 일행들이 이런 역사에 대해 알 것 같지 않다. 다셀은 브라이덜 샤워 명소가 된 것 같다. 퀴어 공간에서 LGBTQ의 투쟁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 이성애 특권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일이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내 파트너는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우리가 사귀는 것처럼 행동해도 괜찮을까?” 돈을 내고 드랙 퀸 공연을 보는 것과 브라이덜 샤워를 하는 코앞에서 실제 레즈비언들이 손을 잡고 있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나는 반항심이 들었다. “물론, 우리는 사귀는 것처럼 행동할 거야. 우리 공간에서 그들이 그걸 빼앗지는 못해.”

관객 중 신부 친구 몇 명은 굉장히 불편해 하는 것 같았다. 웃지도,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지도 않았다.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눈길을 돌렸다. 다셀조차 눈치챘다. 그녀는 그런 여성들 중 한 명 앞으로 나와 말했다. “엄청 겁먹은 모습이네.” 정말 그랬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쇼가 시작하자 25년 전에 마지막으로 쇼를 봤던 때와는 다른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젊은 여성들은 1달러 지폐를 한 움큼 쥐고 키득거리며 공연자들의 가슴골에 끼워넣었다. 나는 다셀이 그들에게 레즈비언이나 퀴어 정체성을 부담할 위험없이 동성애 판타지를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공연자들이 ‘진짜 남성’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동성 섹슈얼리티의 위험이나 낙인없이 공연자들의 브라에 지폐를 끼워넣는 판타지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었다. 가부장제의 이성애 남성이 누리는 자본주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공연하는 드랙 퀸들이 여성인 척 행동하고 있었지만, 레즈비언이라는 낙인이 붙을 필요도, 낯선 타인이 자기 가슴골에 지폐를 넣으려 하면 어떨까 상상할 필요도 없었다. 그 순간에는 그들은 스트립 바에서 이성애자 남성이 갖는 성적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 이성애자 여성들이 거리낌없이 서로를 만지고 껴안는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레즈비언의 가시성을 위한 우리의 힘든 싸움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우리는 동성 간의 사랑과 이끌림에 대한 오명을 조금은 희석시켰는데, 이제 이성애자들이 우리의 공간을 사용해 ‘레즈비언’이라는 낙인이 붙을 것을 걱정하지 않고 서로에게 육체적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무대 바로 옆의 두 여성은 신체 접촉이 아주 심했다. 나는 ‘아, 결혼하는 퀴어 커플이 왔나보네.’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2년 전 오늘 우리가 드디어 결혼이라는 권리를 얻었으니까.) 다셀이 신부들에게 전부 말을 걸 때까지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편안해 했다(14명이나 있었다). 다셀은 그 여성에게 어디서 결혼하는지 물었다. 그녀는 “가톨릭 성당에서” 할 거라고 대답했다. 다셀에서 열리는 레즈비언 브라이덜 샤워라는 나의 판타지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이 현상이 굉장히 인종적이라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실내에 공연자 한 명, 음향 담당 한 명을 빼고 유색인종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젊은 이성애자 여성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백인이었다. 그러니 퀴어 문화와 퀴어 공간을 잡아먹는 것은 그들의 이성애자 여성으로서의 권리일 뿐 아니라, 백인 여성으로서의 권리이기도 했다. 젊은 이성애자 백인 여성은 왠지는 모르겠지만 거리낌없이 퀴어 공간을 침입한다. 그리고 젊은 이성애자 백인이라는 그들의 특권 때문에, 그들은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그들의 압도적인 백인 이성애자 존재감 때문에 퀴어들, 특히 유색인종 퀴어들이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퀴어들의 공간에 자신이 있는 것이 퀴어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 의문을 품지않고 그냥 논다. 이것이 바로 특권의 정의다.

우리가 나왔을 때 다음 쇼를 보려는 관객들의 줄은 한 블록 길이였다. 이번에도 브라이덜 샤워였다. 젊은 이성애자 백인 여성들이 늘어서 있었다. 우리가 길을 건너 차로 가는데, 두 젊은 퀴어 여성 두 명이 우리를 불렀다. “오늘 밤 어때? 뭐했어?” 우리는 서로의 퀴어성을 알아차리며 눈을 마주쳤다. “좋았어. 생일이라 다셀에서 놀았어.” “좋았겠네. 좋은 밤 보내.” 그들은 계속 걸어갔다. 나는 다시 편안해졌다. 25년 전에 비해 조금 더 쉽게 당당히 거리를 걸어갈 수 있으니, 다셀과 같은 안전한 장소의 필요성도 줄어들었는지도 모른다. 다셀에 퀴어가 많지 않은 것도 그래서일지 모른다. 어쩌면 이성애자들이 점점 더 많이 찾아와서, 우리가 우리의 클럽에서 안전함을 느끼지 못해 잃어버린 댄스 클럽인지도 모른다. 퀴어는 무대 위의 구경거리로만 있을 뿐, 온전한 인간으로 관객 중에 서 있지 않아서 다셀이 더 이상 우리의 장소 같지 않은지도 모른다.

다셀이 이성애자들의 장소가 되는 게 진보일지도 모른다. 진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상실로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는 대법원의 결혼 평등 판결을 기리면서도, 아직 남은 일들을 깨닫는다. 우리는 아직 평등하지 않다. 백인과 이성애의 특권은 지금도, 심지어 우리의 공간에서도 우리를 소외시킨다. 하지만 다셀은 지금도 퀴어 농담을 던지고 퀴어스러운 옷을 입는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공간은 퀴어의 공간으로 통한다. 브라이덜 샤워를 하는 이성애자 백인 여성들이 침범할지언정 말이다. 그러니 싸움은 계속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도 여기 있고, 우리는 지금도 퀴어다.

허핑턴포스트US의 Bachelorette Parties, Drag, And The Appropriation Of Queer Spac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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