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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왜 남성의 누드를 혐오할까?

  • 강병진
  • 입력 2017.06.28 12:03
  • 수정 2017.06.28 12:18

미국의 스포츠 전문잡지 ESPN은 매년 ‘바디 이슈’를 만든다. 스포츠 선수들의 세미누드를 통해 그들의 신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특집호다.

6월 26일, ESPN은 2017년 바디 이슈의 표지를 공개했다. 표지 속 인물은 미국 NFL 댈러스 카우보이스 소속의 지크 엘리엇과 덴마크의 테니스 선수인 캐놀린 워즈니아키였다. 두 선수 모두 멋진 몸을 공개했지만, 반응은 상당히 달랐다.

엘리엇은 전신 누드의 상태로 한 손으로는 공을 잡고 있었다. 그의 몸에는 물이 떨어지는 중이다. 이 사진을 본 많은 남성 트위터 유저들은 이 사진에 불쾌감을 느낀 듯 보인다.

“지크는 멋진 선수이지만, 나는 ESPN을 언팔 할 거다.”

“이것을 내 타임라인에서 지워달라.”

“스포츠의 ’S’는 스포츠를 위한 것이다. ‘스트리퍼’(STRIPPERS)를 위한 것이 아니다.”

“아침식사 전에는 보고 싶지 않은 이미지다.”

“뭐야 이거?”

“ESPN은 더 이상 볼 가치가 없군.”

하지만 캐놀린 워즈니아키의 표지 이미지에는 분노와 혐오감이 드러나는 댓글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좋은 내용의 댓글이 달린 건 아니지만.

그녀가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기 전에 분명 섹스 영상이 유출될 것이다

윔블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할 준비가 된 것 같다...

스매시!

여성의 누드는 ‘괜찮은 것’이고, 남성의 누드는 ‘혐오스러운 것’일까?

예술을 목적으로 한 누드 이미지뿐만 아니라 스포츠 선수의 누드에도 이중 잣대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남성의 누드를 게재한 잡지의 표지는 놀라운 대상인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잡지들이 여성의 누드를 정기적으로 실어도 별 다른 항의를 받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어제 바디 이슈를 보며 역겨워하던 남성들이 오늘은 좋아하고 있다

반면 (성적 정체성과 관계 없이) 여성에게 여성의 누드는 매우 익숙하다. ESPN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등의 스포츠 잡지뿐만 아니라, 베니티 페어와 롤링 스톤스 같은 잡지까지 여성의 누드를 포함한 잡지는 매우 많다.

그래서 지크 엘리엇의 누드에 대한 남성들의 댓글을 아이러니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대상화는 여성을 상대로만 괜찮다. 우리도 안다. 잘 알겠다.

이 이미지에 대한 이성애자 남성의 반응은 정말 웃기다!

더 흥미로운 건, 지크 엘리엇의 사진에 댓글을 단 사람들의 상당수가 “난 게이가 아니다”라고 반응했다는 점이다. 이런 반응을 보인 남성들은 다른 남성의 신체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 누드인 남성을 보는 것만으로 자신이 게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다른 남자의 몸이 가진 아름다움을 말하면, 자신의 남자다움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제 그의 이력서에 '동성애'를 넣어도 되겠다...

 

허프포스트US의 'Fragile Men Of Twitter Cannot Handle ESPN Cover Star’s Nude Photo'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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