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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천천히, 좀 더 부드럽게 | 새 정부가 개혁에 성공하려면

최저임금이나 이동통신 요금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접근방식에서 너무 서두른다는 것 말고도 또 다른 문제점이 있습니다. 약간 강압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서두르다 보면 강압적이 될 수밖에 없어 이 두 문제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좀 더 속도를 늦추고 좀 더 부드러운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 이준구
  • 입력 2017.06.28 05:52
  • 수정 2017.06.28 06:39
ⓒ뉴스1

요즈음 새 정부가 연일 내놓는 수많은 개혁의 청사진들을 보면 솔직히 말해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제대로 정부의 진용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그 많은 개혁과제들을 한꺼번에 실천에 옮기겠다는 것인지요?

그리고 공약한 것을 지금 당장 실현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양 서두르는 모습이 걱정스럽기까지 합니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이 그 좋은 예입니다.

나는 이 목표 그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6,470원인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50%가 넘는 인상률인데, 너무 급하게 이를 추진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만원의 최저임금은 궁극적 목표로 놓아두되 어느 정도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여건에 비추어 볼 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상당한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미숙련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은 대부분이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입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두 측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되려면 적당한 속도조절을 통해 충분한 적응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심스럽게 모니터하면서 최저임금을 점진적으로 올려가는 쪽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쇠뿔을 단김에 빼버리려고 하다가 소를 죽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동통신요금 인하 요구에서도 새 정부가 너무 서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준다는 목표 그 자체에 시비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업계와 충분한 의견 교환을 통해 인하폭과 속도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닐까요?

정부안이 나오자 업계는 그렇게 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반론을 제시했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이에 대한 정부의 설득력 있는 반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시 말해 정부안이 관철되더라도 손실이 발생할 우려는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납득시키지 못한 상황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국민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몰아간다는 느낌을 받기 십상이고 따라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이나 이동통신 요금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접근방식에서 너무 서두른다는 것 말고도 또 다른 문제점이 있습니다.

약간 강압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서두르다 보면 강압적이 될 수밖에 없어 이 두 문제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좀 더 속도를 늦추고 좀 더 부드러운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강제로 물을 먹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정부의 정책도 시장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그칠 뿐입니다.

시장이 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도록 강제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심각한 부작용을 무릅써야만 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나는 시장근본주의자가 아닙니다.

그러나 시장의 힘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은 시장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이끌어나가는 성격을 갖고 있을 때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시장을 압박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새 정부가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닙니다.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힘이 있는 임기 초에 개혁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바쁘다 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서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여론에 귀 기울이며 개혁의 속도를 조절해야 성공의 길이 더욱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선택과 집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점입니다.

역량이 한정되어 있는데 전선을 너무 확대하면 승리를 거둘 수 없는 법입니다.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욕심을 부렸다가 아무 것도 제대로 바꾸지 못하고 퇴장한 MB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꼭 이루어야 할 개혁과제 몇 개만을 골라 역량을 집중하는 현명함을 발휘해야 합니다.

비록 적은 수의 개혁이라도 확실히 이루어내기만 한다면 온 국민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유의 소탈함과 소통하려는 자세 덕분에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론이라는 것은 매우 휘발성이 강한 것이어서 마음에 안 드는 일 몇 가지로 인해 하루아침에 표변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을 소중하게 관리해 개혁작업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들어올린 촛불이 헛되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도록 잘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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