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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 사이러스가 빈디를 한 것이 불쾌하지 않은 이유

ⓒMILEY CYRUS/INSTAGRAM

백인이 ‘빈디’를 할 때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분노가 인다. 그럴 때면 나는 왜 빈디를 남용했다는 사람에게 화가 치밀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최근에 여기에 말려든 셀러브리티는 마일리 사이러스였다. 워싱턴 D.C.에서 열린 프라이드 먼스 콘서트에서, 사이러스는 이마에 무지개를, 양 눈썹을 따라 작고 알록달록한 장식을 붙였다. 그 사진을 보자마자 내 어머니가 어처구니 없어 하는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키득키득 웃었다. 사이러스가 한 빈디는 벵갈에서 즐겨 사용하는 신부 화장을 따라한 것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전통식 벵갈 신부 화장에서는 백단향(sandalwood) 반죽으로 이마에 비슷한 패턴을 그린다. 보통 눈썹 사이에 눈에 잘 띄는 정교한 디자인을 그리고, 눈썹 위에도 그와 비슷한 그림을 그린다.

수십 년 전에는 이 그림을 뺨까지 내려오게 하여 정교한 페이즐리 무늬로 마무리 짓곤 했다. 지금도 그러는 신부들이 가끔 있다. 당시에는 남성들도 결혼식에서는 이마에 백단향 반죽으로 점을 찍었다. 내가 그 이유를 물을 때면 ‘아름다우니까’, ‘백단향은 신성하다고 여겨지니까’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에 결혼한 내 벵갈 친구들은 대부분 뺨에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고, 콧날 바로 위에 간단한 빈디만 한 친구들도 있었다.

사이러스를 보고 내 친구는 키득거렸다. “아, 진짜 멤 부가 여기 있네.” 멤 부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이 링크를 보라. ‘멤 부’라는 드라마에서 금발 가발을 쓴 벵갈리 여성이 벵갈리 가족과 함께 살려고 온 ‘백인 여성’을 연기하자 멤 부는 인터넷의 인기 밈이 되었다.

마일리의 ‘무지개 빈디’(이렇게 불러도 된다면)은 내 패션 취향과 는 다르지만, 다 각자의 취향이 있는 것 아닌가?

나와 빈디와의 관계는 어땠을까. 내가 어렸을 때 벵갈어로 ‘티프’라고 불렀던 이 빈디는 작고 빨간 점이었다. 내 주위에서 티프를 찍은 여성은 기혼 여성이었다. 나는 남성이 기혼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까 궁금했지만, 이런 의문은 호기심 많은 아이가 던져 대는 질문으로 치부되곤 했다.

친구들의 집에 가면 둥글고 납작한 머리가 달린 작은 은 핀을 물감통에 넣었다 꺼내 이마에 도장처럼 찍는 어머니들이 가끔 있었다. 나는 신기해하며 지켜보았다. 하지만 내 어머니는 티프를 하지 않았다. 가끔 빈디를 하긴 했지만, 주로 펠트로 된 붙이는 형태였으며, 크고 둥글고 시선을 끌었다. 나와 어머니에겐 보석 장신구와 다를 게 없었다. 90년대에 벵갈 중산층에게 있어 크고 둥근, 빨갛지 않은 ‘빈디’는 전통을 덜 따르고, 과감하고 화려함을 의미하곤 했다. 옛날 영화 배우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어머니가 큰 빈디를 할 때마다, 내 어린 시절의 상상에서 어머니만 튀어나온 것 같았다.

기원전 1500~1200년 정도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베다어 문헌에 보면 빈디는 눈썹 사이의 가운데를 표시한다고 한다. 세 번째 눈, 즉 아즈나 차크라를 표시한 것이다. 이는 숨겨진 지혜의 자리이며 영적 통찰의 통로였다. 다른 문헌들을 보면 붉은 신두르 빈디는 칼리 여신과 같은 신이 체화한 힘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긴 좀 그럴지 몰라도, 붉은 빈디의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실용적 사용법은 힌두교도 기혼 인도 여성의 표식이었다.

신두르 빈디가 암시하는 것 중 페미니스트인 나를 불편하게 하는 내용도 있다. 특히 남편의 명예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상적인 아내 ‘사티’의 표식이라는 주장이 그렇다. 하지만 다른 형태들은 나도 받아들인다. 주로 패셩 액세서리로 받아들였는데, 난 그걸 찍으면 예뻐 보인다고 생각했다. 줌카 귀걸이, 밝은 빛 립스틱, 콜(kohl: 인도, 아프리카, 중동 등의 전통 눈화장)이나 마찬가지다.

내 또래들 대부분, 내 전 세대 사람들 역시 빈디를 미적 매력 때문에 받아들였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크고 빨간 빈디를 하는 친구들이 있다. 얼굴에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도 있다. 붙이는 빈디는 가렵고 바르는 빈디는 잘 번진다며 싫어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빈디’가 특정 종료와 관련되었다는 점에서는 여성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종교 의식의 상징으로 ‘틸락’이라는 붉은/오렌지색 선을 이마에 긋는 남성들도 있다.

‘빈디’는 인도 드라마에 나오는 멍청한 여성 스트레오타입을 규정하는 액세서리가 되기도 했다. ‘착한 여성’은 신두르에 집착하고, ‘요부’는 정교하고 팬시한 빈디를 한다. 2000년대 초에 여러 신문에서 힌두 TV 드라마가 소개하는 빈디 스타일들을 자세히 다뤘을 정도였다.

옥스포드 사전은 ‘문화적 도용’을 ‘한 민족이나 사회의 관습, 관행, 사상 등을 다른 집단, 특히 더 우세한 민족이나 사회가 의식하지 못하고 또는 부적절하게 도입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는 빈디는 이제 더 이상 종에 뿌리를 둔 ‘관습’ 이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인도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인기 패션 액세서리로 변한지 오래다. 눈길을 끄는 액세서리이기 떄문에, 어떤 주장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콜카타에서 가수 우사 우터프는 'ক가 쓰여진 큰 펠트 빈디와 동일시된다. ‘콜카타’의 첫 글자를 벵갈어로 쓴 이 빈디로 우터프는 콜카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다. 눈썹 가운데에 무지개를 붙인 사이러스는 다른 문화를 모욕하려는 게 아니라, LGBT 커뮤니티를 기리려는 여성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직 내 피부가 갈색이기 때문에 내가 빈디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문제다. 파키스탄의 소설가 카밀라 샴지는 “미국 남성 작가는 파키스탄 여성에 대해 쓸 수 없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은 … ‘넌 파키스탄 여성을 이해하지 못해. 그녀는 신비롭고, 파악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존재야. 그녀는 타자야. 그녀와 그녀의 나라를 그 타자성 속에 놔둬.’라고 말하는 셈이다.”

백인 문화 내러티브에서 도용은 만연하다. 백인 미국인들이 미국 원주민 머리 장식을 쓴다거나 해서 욕을 먹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일부 인도인들이 보기에 빈디는 그것과는 좀 다르다.

나는 내가 인도인임을, 그리고 빈디가 내 문화와 뿌리깊은 연관이 있음을 증명하려고 빈디를 하는 게 아니다. 예전에 내가 빈디를 하니 예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인도에서도 같은 이유로 빈디를 하는 사람이 많다. 마일리 사이러스가 빈디를 한 것이 나로선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허핑턴포스트US의 Why I Don't Find Miley Cyrus Wearing A Bindi Offensiv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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