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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공개된 세월호 내부는 참혹하고 처참했다 (사진)

  • 허완
  • 입력 2017.06.21 17:31
  • 수정 2017.06.21 17:32
ⓒ한겨레

비운의 세월호는 목포신항에 무심하게 누워 있었다. 우현 상부에 뚫린 높다란 구멍들 사이로 하지의 따가운 햇볕이 선체 안으로 쏟아졌다. 어둑한 객실 사이사이로 찢기고 뭉개진 생채기가 드러났다. 구석구석 시큼한 진흙 냄새와 매캐한 용접 냄새가 엎드려 있었다. 상처 입은 선체는 구멍을 뚫고 절단을 해도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낮은 신음만 삼키는 듯했다.

21일 오후 2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승객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선체 내부는 1차 정리를 마쳤는데도 여전히 참혹하고 처참했다. 부두 바닥에선 아들과 남편을 기다리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하염없이 선체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이날 객실부 1차 수색을 마친 세월호 선체 내부를 국민에게 공개했다. 객실부 2차 수색과 화물칸 정리 수색을 앞두고 현장 상황을 알리겠다는 뜻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뒤 선체 내부를 일반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양과 거치 이후에도 여태껏 취재는 선체 100m 바깥에서 이뤄져 왔다.

20여명의 취재진을 현장수습본부 공무원과 코리아쌀베지 작업자가 안내했다. 이들은 먼저 객실부 가운데 미수습자의 유골이 발견된 공간 3곳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 향후 수색이 이뤄질 화물칸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1~2층으로 구멍이 뚫린 좌현 하부와 우현 상부로 안내했다.

지민철 현장수습본부 수습팀장은 “1차 수색을 마치기 전에는 진흙과 집기가 쌓여 악취가 심하고 곳곳에 위험요소가 숨어 있었다. 장애물을 다 들어내 지금은 개선됐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원고 학생들이 묵었던 4층 중앙의 객실은 바닥에 부직포가 길게 깔려 있었다. 3~4m 두께로 쌓여 있던 진흙을 밖으로 꺼냈지만 아직 미끄러운 탓이다. 진출입로 곳곳에는 ‘안전모 착용’ ‘낙하물 주의’ ‘미끄럼 주의’ 등 안전표지가 붙어 있다. 벽체에는 진흙이 쌓여있던 높이까지 흔적선이 뚜렷하게 남아 있고 철판이 시뻘겋게 녹슬어 볼썽사나웠다. 애초 천장이던 벽체에는 녹슨 전기배선이 구불구불 기어가고, 조명등이 붙어 있던 자리의 전등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침몰 때 충격으로 심하게 압착된 세월호 선미 부분

4층을 지나 3층 중앙의 공용공간과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 두 공간은 선체의 가장 깊숙한 공간이고 집기와 진흙이 뒤섞여 있어 작업에 애를 먹었다. 두 곳에서는 각각 1점의 유골을 수습해 1차 수색 후반에 이목이 쏠렸다. 공용공간에선 3층과 4층을 연결하는 계단 통로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다. 며칠 전까지 진흙에 덮여 있던 때문인지 시큼한 진흙 냄새가 강하게 풍겨왔다. 식당과 카페, 매점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느라 합판과 목재를 많이 사용한 곳이어서 뾰족하게 튀어나온 못 조각들이 많았다.

이어 선미 쪽에서 4층 단원고 여학생방과 3층 화물기사 숙소로 들어갔다. 선미로 들어가는 비계에서는 잘려나간 좌현 출입문(램프)과 붙어 있는 우현 출입문이 묘한 비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객실 부위는 침몰 때 충격으로 6㎜짜리 천장과 바닥 철판들이 종잇장처럼 멋대로 구부러진 상태였다. 평평했던 바닥은 충격을 받아 불룩 튀어나온 상태로 압착되어 있다. 선미가 압착되는 바람에 4층 객실에 있던 단원고 조은화양과 3층 객실에 있던 일반인 이영숙씨는 거의 온전한 형태로 유골을 수습할 수 있었다.

화물칸 좌현을 들여다볼 수 있는 리프팅빔 하부는 진흙과 빗물이 섞여 축축했다. 장화를 신고서야 겨우 접근했다. 리프팅빔 사이로 화물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터져나온 철판 구멍들이 보였다. 구멍 사이로 조수석 후사경을 잃은 승용차의 조수석과 앞유리가 사라진 승용차의 앞부분이 빼꼼히 들여다보였다. 승용차 창문 옆에는 화물칸 천장의 폐회로텔레비전 카메라(CCTV)가 둥근 보호덮개에 묻힌 채 매달려 있었다. 전날 비가 온 때문인지 차량에서 새 나온 것으로 보이는 엔진오일이 방울방울 부두 바닥으로 떨어졌다.

화물칸 2층 바닥에 대롱대롱 매달린 오토바이

화물칸 우현을 보기 위해 수직으로 설치된 작업계단을 타고 22m 높이 상부로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어질어질 현기증이 났다. 계단에서 선체로 연결한 수평 계단을 건너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이 됐다. 아찔한 상부에 올라서자 안내자들이 “추락할 수 있으니 절대로 뒷걸음질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우현 상부에선 선체가 5도 정도 객실 방향으로 기우뚱 기울어 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똑바로 선 작업계단 옆에 선체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붙어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부두 바닥에서 진흙을 거르는 작업자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였다. 인양 때 가장 먼저 올라왔던 안정기(스태빌라이저)는 따개비가 덕지덕지 앉은 채 허공을 향해 있었다. 작업자들이 타고 구멍을 오르내리는 두레박 형태의 구조물도 보였다. 우현 상부에는 화물칸 1층과 2층을 내려다볼 수 있게 가로 2m, 세로 2m 크기의 구멍 4개가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었다. 화물칸 1층은 뒤집힌 25t 화물차와 지붕이 찌그러진 승합차가 진흙에 묻힌 채 나뒹굴었다. 화물칸 2층에는 고박이 된 오토바이 한 대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뿐 다른 차들은 좌현 바닥으로 떨어져 멋대로 뒤엉켜 참혹했다.

장민호 코리아쌀베지 수습총괄팀장은 “객실부 수색보다 화물칸 수색이 더 어려울 수 있다. 3층 선미 바닥과 우현 상부 중앙에 구멍을 뚫어 양쪽에서 접근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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