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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언론의 정례 브리핑 촬영·녹음을 금지시켰다. 기자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 허완
  • 입력 2017.06.20 13:09

미국 주류 언론들을 ‘가짜 뉴스’라고 매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백악관 브리핑 때 촬영과 녹음을 못하게 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조만간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19일 백악관 정례 브리핑을 카메라와 녹음기 없이 진행했다. 매일 오후에 열리는 백악관 브리핑은 시엔엔(CNN) 방송과 폭스 뉴스 등이 생중계해왔다. 그러나 백악관은 지난 대선 때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내통 의혹을 둘러싼 보도가 잇따르자, 지난 주부터 브리핑 때 카메라를 쫓아냈다. 시엔엔은 화면 없이 스파이서의 음성을 생중계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녹음까지 차단한 것이다.

백악관 출입 기자들은 직설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시엔엔 기자인 짐 어코스타는 방송에서 “백악관 대변인 스파이서는 쓸모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그가 나와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또 카메라와 오디오가 꺼진 상태에서 하겠다고 하면 왜 우리가 브리핑에 참석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의 행태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꺼리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는 외국 정상들과 회담한 뒤 가끔 공동 기자회견을 했으나, 혼자서 단독 기자회견을 한 것은 지금까지 단 한번 뿐이다. 어코스타는 “미국의 대통령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는 ‘뉴 노멀’ 상태로, 점점 그러나 확실히 끌려들어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스파이서가 조만간 대변인을 그만둘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공보팀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스파이서가 자신의 후임자를 직접 찾고 있다고 전했다. 스파이서는 지난주에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폭스 뉴스에서 활약하는 여성 보수 논객 로라 잉그레이엄에게 대변인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 타진했다.

트럼프는 스파이서가 러시아 내통 의혹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으나, 스파이서는 백악관에서 대변인보다 높은 자리로 옮길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 백악관 관리는 “스파이서는 승진해야 한다. 승진하지 못하면, 그가 백악관을 떠나더라도 비난할 수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많은 빚을 졌다. 스파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고, 대통령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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