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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은 서울대공원 큰돌고래 태지가 '불법포획 논란' 인 제주 수족관으로 간다

  • 박수진
  • 입력 2017.06.20 13:11
  • 수정 2017.06.20 13:12

서울대공원 해양관에 있는 큰돌고래 ‘태지’(오른쪽). 함께 있던 남방큰돌고래 금등과 대포가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가면서 혼자 남아 정형행동을 보여왔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서울대공원에 마지막으로 남은 큰돌고래 '태지’가 결국 남방큰돌고래 불법포획으로 논란이 됐던 수족관인 제주 퍼시픽랜드로 가게 됐다.

이기섭 서울동물원장은 20일 “큰돌고래 태지를 제주 퍼시픽랜드로 위탁 관리하도록 했다”며 “돌고래쇼를 안 하는 조건으로 퍼시픽랜드가 5개월 동안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퍼시픽랜드는 태지의 ‘서울~제주 항공운송비’ 45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고, 5개월 뒤 서울대공원이 소유권을 포기하면 태지를 갖는 걸로 했다. 퍼시픽랜드는 1990년대부터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등을 불법 포획해 문제가 됐던 수족관이다.

왼쪽부터 남방큰돌고래 금등, 대포 그리고 큰돌고래 태지. 불법포획된 금등이와 대포는 제주 바다의 가두리로 갔고, 태지는 제주의 수족관으로 가게 됐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태지는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야생방사를 위해 고향인 제주 바다로 떠나면서, 지난 5월부터 서울대공원에 혼자 남게 되었다. 서식지가 ‘돌고래 학살지’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여서, 고향에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 남은 태지는 시멘트 바닥 위로 오르고 고개를 반복적으로 흔드는 등 정형행동이 심해졌다. 정형행동은 동물원에 갇힌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반복적인 동작을 하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돌고래는 혼자 있을 때 스트레스가 심하다.

관련 기사: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큰돌고래 '태지'의 이야기

수족관 내실에 혼자 떠 있는 큰돌고래 태지.

이에 서울대공원은 울산 남구가 운영하는 고래생태체험관으로 태지를 영구 위탁관리 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울산환경운동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돌고래가 잇달아 폐사한 ‘죽음의 수족관’으로 보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반대했고, 울산 남구는 애초 입장을 번복해 태지의 임시 보호를 거부했다. 반면 수족관 돌고래 문제를 계속 다뤄왔던 핫핑크돌핀스와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단체는 태지의 스트레스를 고려해 공공기관인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 임시 수용하는 게 어쩔 수 없다고 봤다.

돌고래가 있던 서울대공원 해양관은 최근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 연말까지 보수공사에 들어간다. 보수공사가 끝난 뒤 서울대공원은 태지를 다시 데려올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서울대공원이 소유권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돌고래 공연 풀장을) 돌고래와 고래를 보여주는 영상관으로 개조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이 다시 태지를 데려오려면, 퍼시픽랜드가 선납한 항공운송비 4500만원을 내야 한다.

큰돌고래 ‘태지’의 고향은 ‘돌고래 학살지’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다. 제돌이와 금등이, 대포 등 제주 바다로 돌아간 동료 돌고래와 달리 태지는 고향에 돌아갈 수가 없다.

퍼시픽랜드는 수조 깊이가 4m 이상이 되는 등 울산 등 다른 수족관에 비해 넓은 편이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불법포획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이렇게 불법포획된 제돌, 태산, 복순, 춘삼, 삼팔은 야생방사 되어 제주 바다에 살고 있고, 금등이와 대포는 제주 함덕 정주항에서 야생적응 훈련 중이다.

핫핑크돌핀스, 동물자유연대 등이 모인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위원회’는 이날 “태지를 이송하는 것은 영구 기부가 아니라 일시적인 위탁이어야만 한다”며 바다쉼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진위원회는 “돌고래 바다쉼터는 원서식처로 방류가 불가능한 돌고래들이 바다와 같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인도적인 방법”이라며 “서울대공원 자체적으로 추진하기에 무리가 따른다면 시민사회와 정부,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건설해나가는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 중문 바닷가에 있는 퍼시픽랜드는 올해 초 건설회사 호반건설이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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