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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밥이 건강에 좋다

같은 밥 한 공기를 먹더라도, 저항성 전분이 일반적인 전분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다면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혈당량을 조절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답니다. 밥솥에서 갓 나온 따뜻한 밥과 비교했을 때, 상온에서 식힌 밥은 약 2배 정도, 냉장고에서 식혔다 재가열한 밥은 약 3배 정도 저항성 전분의 양이 많았답니다. 조리된 밥을 저온에서 식히고 보관하게 되면, 전분의 화학적 구조에 변형이 생기면서 저항성 전분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변환된 저항성 전분은 보온 상태를 통해 재가열을 하더라도 상당 부분이 남아있답니다.

  • 비온뒤
  • 입력 2017.06.20 12:13
  • 수정 2017.06.20 12:14
ⓒAlex Ortega / EyeEm via Getty Images

금나나의 하버드레터 | 식은밥이 건강에 좋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라는 말처럼 아무리 한국인의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쌀 소비량이 감소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밥은 한국인의 주식입니다. 김치만 맛있어도 밥 한 그릇은 쉽게 비우게 되는데요. 특히 체중 감량을 원하거나 당뇨가 있는 사람들에게 밥은 참기 힘든 유혹입니다.

저는 유학 생활을 시작하고부터는 밥은 가끔씩 먹는 별미로 되었지만, 어릴 적 밥을 주식으로 한 식생활을 할 때는 뜨거운 밥보다는 찬 밥을 더 좋아하곤 했었답니다. 특히 할머니께서 해주신 칼칼한 된장과 함께 먹는 차가운 꽁보리밥은 저의 별미식이었는데요~

오늘은 같은 양의 밥을 먹더라도, 칼로리 흡수를 줄일 수 있고 혈당 조절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밥의 주된 영양소는 탄수화물인데요. 탄수화물 중에서도 바로 전분(starch)이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전분은 우리의 혈당량을 높이는 포도당 덩어리랍니다.

우리가 밥을 먹고 꼭꼭 씹으면 입에서 구수하고 단맛이 느껴지는데요. 큰 입자인 전분이 침에 있는 소화 효소에 의해 일차적으로 분해가 일어나 좀 더 작은 입자로 되어서 그렇답니다. 그 이후 소화 장기를 거치면서 계속해서 분해가 일어나 포도당 입자들로 쪼개어지면, 포도당은 소장에서 흡수가 된 뒤 혈액 내 혈당량을 높이게 됩니다.

단, 전분이라고 다 같은 전분은 아닌데요. 저항적 전분(resistance starch)이라 하여, 우리 몸의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즉, 소화 과정에 '저항') 전분이 있답니다. 즉, 커다란 입자 전분이 포도당으로 쪼개어지지 않기에, 저항성 전분은 우리가 섭취를 하더라도 우리 몸속으로 포도당 흡수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저항성 전분은 대장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어 짧은 사슬 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로 변환될 수 있기에, 저항성 전분은 1그램당 2칼로리를 제공합니다. 즉, 제로 칼로리는 아니더라도 1그램당 4칼로리를 제공하는 일반적 전분보다 절반가량에 불과한 칼로리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저항성 전분은 이름은 전분일지라도 그 기능은 수용성 식이섬유랑 더 비슷한데요.

같은 밥 한 공기를 먹더라도, 저항성 전분이 일반적인 전분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다면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혈당량을 조절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답니다.

쌀 소비량이 많은 인도네시아의 권위 있는 대학교에서 2015년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밥을 짓는 방법에 따라 밥에 포함된 저항성 전분의 양의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줬는데요.이 논문에서는 세 가지 방법을 비교했답니다.

첫 번째는, 컨트롤에 해당하는 가장 일반적인 조리법으로서, 밥솥으로 조리한 뒤 보온된 밥을 먹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밥솥으로 조리한 뒤 상온(약 27도)에서 약 10시간 동안 식힌 밥을 먹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밥솥으로 조리한 뒤 냉장고(약 4도)에서 24시간 동안 식힌 후, 식전에 차가워진 밥에 물을 조금 넣고 밥솥 보온 모드에서 약 15분 정도 데워서 먹는 것입니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조리한 밥에 저항성 전분의 양이 가장 많았을까요?

밥솥에서 갓 나온 따뜻한 밥과 비교했을 때, 상온에서 식힌 두 번째 밥은 약 2배 정도, 냉장고에서 식혔다 재가열한 세 번째 밥은 약 3배 정도 저항성 전분의 양이 많았답니다. 조리된 밥을 저온에서 식히고 보관하게 되면, 전분의 화학적 구조에 변형이 생기면서 저항성 전분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변환된 저항성 전분은 보온 상태를 통해 재가열을 하더라도 상당 부분이 남아있답니다.

밥 속에 있는 저항성 전분의 양은 식후 2시간 혈당량에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건강한 성인 남녀 15명을 대상으로 첫 번째 방식으로 지은 밥과 세 번째 방식으로 지은 밥을 비교해보니, 저항성 전분이 많은 세 번째 밥을 먹었을 때 식후 혈당량 증가량이 더 적었답니다.

비단 밥뿐만 아닌 감자나 고구마의 경우도 삶은 직후 먹는 것보다는,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식힌 뒤 다시 데워서 먹을 때 저항성 전분의 함량이 높아집니다. 저항성 전분은 칼로리 섭취 및 혈당 조절 외에도 대장 내 유익균 증식, 대장 내 염증 완화, 포만감 증가 등등 여러 가지 다른 이점들도 많이 있다고 다른 연구들에 의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칼럼을 읽고, '세 번째 방법으로 밥을 해서 먹으면 밥 양을 좀 늘려도 되겠네!'라고 생각하시는 독자분들도 계실 텐데요~ 그건 절대 아닙니다!! 밥 짓는 방법을 바꿔서 줄일 수 있는 칼로리 흡수량과 식후 혈당량은, 밥의 양을 줄였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비해서는 미비하다는 것이지요.

즉, 냉장고에 식혔다가 재가열해서 먹는 밥 한 공기보다는, 밥 반 공기 먹는 것이 체중 감량 및 혈당 조절에 더 좋답니다. 다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조리법만 살짝 바꿔서 밥도 먹고, 저항성 전분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도 함께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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