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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최악의 가뭄에 도의원들의 유럽 연수가 논란이 됐다

  • 박수진
  • 입력 2017.06.20 06:09
  • 수정 2017.06.20 06:12

충남도의회 농업경제환경위원회 의원들과 의회 사무처, 충남도 공무원 등이 19일 국외연수를 떠났다. 충남 서북부 지역이 최악의 가뭄으로 타들어 가는 마당에 관광성 일정이 포함된 연수를 떠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충남도의회는 지난 16일 296회 정례회에서 “가뭄 피해가 난 충남을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한 지 이틀 만에 출국해 농민을 기만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충남도의회는 농업경제환경위 소속 강용일·김명선·김문규·송덕빈·유병국·김복만·김응규 의원 등 7명이 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러시아 등 5개국에 8박 10일 일정으로 국외연수를 떠났다고 19일 밝혔다. 7명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이들과 함께 의회 사무처 직원 3명, 충남도 농정국·경제통상실·보건환경연구원 직원 3명도 동행했다. 이들의 연수 비용은 의원 3500만원(1인당 500만원), 직원 1400만원 등 4900여만원이다.

충남도의회 사무처 한 직원은 “연수 출발에 앞서 의원 등이 가뭄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미 예약이 돼 있는 데다 의원들이 있다고 비가 오는 것도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연수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애초 올해 3~4월께 예정됐지만 조류인플루엔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문에 한 차례 연기된 데다 위약금도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충남 서산 부석면에서 간척지를 임대해 벼농사를 짓는 한만록(47)씨가 19일 두번째 모내기를 앞두고 말라죽은 모들을 바라보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논의 염도가 급격히 오르면서 지난달 20일 한씨가 심은 모들은 모두 고사했다.

애초 국외연수를 함께 떠나려던 홍재표(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연수를 포기했다. 연수를 진행한 여행사는 홍 의원에게 위약금 149만6250원을 청구했다. 홍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애초 함께 연수를 가려 했지만 지역에서 가뭄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마당에 농민을 대변하는 농업경제환경위원회 의원으로서 도저히 양심상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국외 선진지에서 배우는 것보다 가뭄 현장에서 농민과 함께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홍 의원은 19일 오후 충남도 농정국 직원 등과 태안 등의 염해 피해 현장을 둘러 봤다. 한 농정국 직원은 “모내기 한 논이 갈라지고, 가뭄으로 염도가 높아지는 염해가 번지고 있다. 피해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농업경제환경위원회는 지난 4월7일 충남도 공무국외연수심의위원회에 연수 심의를 요청해 통과됐다. 연수 보고서에 참고 자료로 제출한 ‘방문국 개요’와 방문 기관 소개 등엔 인터넷 등에 소개된 나라별 소개를 짜깁기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충남도의회 농업경제환경위원회 등은 이번 연수 목적으로 “선진 외국의 농업·경제·환경 관련 시설·문화유산 등을 도 행정에 접목하고, 경쟁력을 높인다. 우수 사례를 반영해 도민의 삶의 질 향상·복지 증진 기여”라고 밝혔다.

이들은 연수일정에서 핀란드 노키아, 노르웨이 요툰헤임엔 국립공원, 네덜란드 그리너리 협동조합과 토마토 농장, 노르웨이 농업청 등 4곳을 공식 방문한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비공식 방문이며, 관광 일정이 수두룩하다. 오픈카·페리 탑승 등 고급 관광 일정도 끼어 있다.

이들 의원·공무원 등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내·담락거리·왕궁 (20일), 노르웨이 바이킹 박물관·조각공원·게이랑에르 피오르드 페리 탑승·브릭스들 푸른 빙하 오픈카 탑승·브뤼겐 거리(21~25일), 핀란드 노키아·시벨리우스 공원(2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박물관 (27일) 등 관광·견학 일정을 소화할 참이다.

이상선 충남참여자치지역연대 대표는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충남이 타들어 가고, 농민들이 피해로 아우성치는데, 관광성 일정이 수두룩한 국외로 연수를 떠난 이들이 도민을 대변하는 의원이 맞는지 모르겠다. 도민과 함께 연수 경위 등을 꼼꼼하게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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