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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직장인이 "임산부에게 자리 양보" 배지 달기 운동을 시작한 이유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정지은(32)씨는 지난해 여름께 한 임산부가 할머니 한 분과 전철을 타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 청년이 자리를 양보하자 임산부는 할머니를 자리에 앉게 했다. 정씨는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려고 그를 불렀지만 듣지 못한 임산부는 자리를 찾아 다른 차량으로 사라졌다. ‘만화처럼 내 머리 위에 ‘양보하겠다’는 말풍선이 떠있었다면 맘편히 내게 도움을 청했을텐데.’ 몇 개월이 지나도 그 일을 잊을 수 없었던 정씨는 지난 3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말을 걸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작은 배지를 만들기로 했다.

정씨가 기획하고 그래픽 디자이너 맹미호(34)씨가 디자인한 지름 5.8㎝의 파란색 배지 위엔 ‘나는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도움’을 뜻하는 ‘손’이 배지 양끝에 그려져있다. 임산부를 돕고 싶은 사람이 배지로 자신의 뜻을 먼저 알리자는 취지다. 15개월 아이를 둔 맹씨는 “2015년 여름 임신했을 때 지하철에서 임산부라는 사실을 티내려고 배를 부여잡고 노약자석에 앉기도 했다”며 “제가 임신했을 때 이런 배지를 단 사람을 발견했다면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월4일부터 5월23일까지 50일 동안 진행된 스토리펀딩에 549명이 참여해 440만5000원이 모였다. 현재 제작 중인 배지는 오는 25일께 후원에 참여한 이들에게 배송될 예정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정씨는 “그런 순진한 생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말도 들었다. 정씨는 “배지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고 있지 않다. 그저 힘든 사람이 있으면 한번씩 손을 내밀고 같이 고통을 분담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배지가 나오면 지하철에서 무료로 나눠주고 싶다. 서울교통공사 쪽과 논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후원에 참여한 대학생 김유진(23)씨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내가 임신했으니 자리 좀 비켜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해코지 당할까봐 말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임산부들이 ‘안전하게’ 배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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