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응급실 직원들에게 제발 좀 친절하게 대하라

Female nurse talking to colleague. Medical professional wearing surgical clothing discussing with nurses.
Female nurse talking to colleague. Medical professional wearing surgical clothing discussing with nurses. ⓒJohnnyGreig via Getty Images

응급실 간호사의 입장에서 쓰는 글이다.

나는 4년간 응급실 간호사로 일한 것이 고맙고 또한 자랑스럽다. 나는 당신들의 가족들이 세상을 뜨는 순간에 손을 잡아주었다. 당신들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을 때, 술을 마시다 다쳤을 때 당신과 함께 웃었다. 나는 내 피와 땀, 눈물을 쏟아부어 당신의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효율적으로 일했다. 누군가 생명을 잃으면 나는 그 옆에서 30초간 묵념한다. 몇 분 후에는 다른 환자의 병실에서 미소를 짓고, 지난 몇 분이 힘들었다는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기분이 좋아서, 몸 상태가 끝내줘서 응급실에 오는 사람은 없다. 통증이 있거나 큰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서 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 응급 사태는 산소 부족, 혈액 순환 문제, 장기 부상, 생명 내지 팔다리 소실의 위험이다. 우리가 당신의 통증을 믿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통증 때문에 당신이 죽지는 않을 것이다. 응급실에 있는 우리는 당신의 응급 사태가 옆 사람의 사태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는 걸 안다. 그러나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 응급실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는 건 당신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당신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건 병원에서 걸어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당신의 가족들이 당신을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내 주위를 둘러보면 내 동료들도 나처럼 잰걸음으로 뛰어다닌다. 그들 모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무얼 더 해줄지 쉬지 않고 물으며 돌아다닌다. 당신을 더 빨리 돌봐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나도 힘들다. 나는 달리는 속도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일하러 와서 당신의 병실에 들어갈 때마다 미소짓는 게 힘들고, 당신은 이미 나에게 화나 있다. 당신은 1시간을 기다렸다가 병실에 들어갔다고? 그래서 당신은 열심히 당신의 혈액을 채취하는 나에게 화를 내고, 내가 미소지으며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해주며 왜 당신 몸이 아픈지 설명해 주길 기대한다. 당신은 배가 고프다. 목이 마르다. CAT 스캔을 요청했고, 먹거나 마시면 안 된다고 말하는 나에게 더욱 화가 난다. 당신은 내게 화가 나 있는 상태고, 나는 계속 이 병실 저 병실로 뛰어다닌다. 당신은 혈액 검사를 기다려야 하는 게 화가 나고, CAT 스캔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게 화가 난다. 아직도 배가 고파서 화가 나고, 의사가 돌아오지 않아서 화가 난다. 요청하자마자 따뜻한 담요를 받지 못해 화가 난다. 응급실의 일처리가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처럼 빨리 진행되지 않아 화가 난다.

기다리는 동안 당신이 보지 못한 게 있다. 연달아 들어오는 앰뷸런스다. 당신 옆 방의 여성이 호흡 곤란이 와서 의료진 한 팀이 붙어서 안정시켜야 했다. 방사선 전문의는 당신보다 먼저 온 환자 27명을 분석해야 하고, 외상을 입은 환자가 들어오면 더 늦어진다. 호흡을 하지 않거나 심장이 뛰지 않는 환자조차 당신보다 상세 분석이나 혈액 검사를 더 빨리 받지 못한다. 그런 환자들은 안정시킨 다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검사 순서를 기다린다. 당신의 응급 혈액 검사가 입원 환자 혈액 검사보다 우선 순위로 잡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든 혈액 검사 결과는 외상 환자 결과 만큼 오래 걸린다.

그러나 우리의 혼돈은 멈추지 않는다. 당신이 응급실에서 보내는 5시간 내내 멈추지 않는다. 시간이 당신이 응급실에 오기 제일 좋은 때라고 생각한 새벽 3시이기 때문이 아니다. 밤에는 근무자 수가 절반으로 줄고, 가끔은 3분의 1이 될 때도 있다. 병원에서 부족한 인원을 배치했기 때문도 아니다. 밤에는 인원을 100% 배치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의료진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도움을 받아야 화장실에 갈 수 있는 할머니가 있다. 꼬마가 발작을 일으켰다. 당뇨병과 만성 폐색성 폐질환 등 10가지가 넘는 진단을 받은 아저씨가 신장, 간,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 임신한 여성의 질에서 계속 출혈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을 돌보는 간호사는 연구실에서 아직 혈액 검사를 마치지 못했다고 의사에게 추궁당한다. 발작을 일으킨 꼬마 옆에 앉아서 상태를 기록하면서 연구실에 전화를 거는 간호사들 옆을 지나며 환자의 가족들은 “저 사람들은 저기 그냥 앉아만 있잖아.”와 같은 매정한 말을 한다. 우리 직업의 딜레마는 컴퓨터 오작동과는 다르다. 사실 우리는 기록 시스템이 다운되어도 정말 잘 일할 수 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한 훈련을 한다. 하지만 환자인 당신은 컴퓨터가 아니다. 당신은 인간이고, 우리가 비판적 사고를 통해 빠르게 내린 결정이 한 사람에겐 생사의 문제일 수 있다. 때론 큰 부담이 된다. 당신의 몸 상태가 아주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순식간에 결정을 내리기 힘들 때도 있다. ‘그냥’ 약을 주지도, ‘그냥’ 안 주지도 않는다. 그리고 젠장, 당신이 검사 결과 없이 입원될 수 있는지 우린 정말 모른다.

우린 칭찬을 받으려고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칭찬은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휴가가 길거나 돈을 많이 받아서도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특수한 위치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학교를 졸업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당신이 별로 급하지 않은 일로 응급실에 와서 우리를 무례하게, 무지하게 대하는 건 당신을 돕고 싶다는 우리의 열정을 깎아먹는 일이다. 응급실에서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적다 해도, 당신을 돕기 위해 일하는 우리에게 화풀이를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니 당신이 응급실에 온다면, 아파서 내뱉는 욕들을 정당화할 만한 사연이나 유튜브 비디오가 없다면, 당신은 착하게 굴어야 한다.

지친 응급실 간호사.

허핑턴포스트US의 Dear America, You Need To Be Nice.

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 #응급실 #간호사 #병원 #친절 #예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