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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이슈로 조명된 국방 문민화의 필요성

1961년 이후로는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전무하다. 혹자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안보환경때문에 군 경험이 많은 장성들을 안보라인에 기용해야 안심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방장관 등 안보 인사들은 우리 안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는 일을 담당한다. 군사전략이나 전투에 관해서는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지도부에게 조언을 받으면 될 일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군대도 민간 지도부에 의해 통제된다. 문민통제가 군사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안보라인이 은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퇴역 장성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으니 군부가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 김라미
  • 입력 2017.06.16 09:42
  • 수정 2017.06.16 09:43
ⓒ뉴스1

최근 국방부가 사드 관련 보고서에서 발사체 4기를 추가 반입한 사실을 누락해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 북한의 무인기가 사드 기지를 촬영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청와대가 사드 보고서 누락으로 호들갑을 떠는 사이 북한은 우리 영공을 유유히 침범해 전략자산인 사드 촬영을 시도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보고서 누락이 아니라 대한민국 영공이 뚫린 사실에 충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치 사드 보고서 누락과 같은 별 것도 아닌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가 우리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투로 들린다. 물론 영공이 침범당했다는 점과, 또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은 우려할만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북한은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 뿐 아니라 생화학무기를 탑재한 무인기로도 우리에게 막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사드 보고서 누락이 사소한 일이라는 주장은 그르다. 이 사건은 군부독재가 종식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민간에 의한 군의 통제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것이다.

정치학자들은 바람직한 민간 정치 지도부와 군대와의 관계 (civil-military relations)에 대해 연구해 왔는데, 이는 물리적 힘을 지닌 군대가 민간 지도부를 전복해 정권을 장악할 수 있는 위협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듯, 군인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그들 스스로가 사회에 잠재적 위협이 된다. 따라서, 군의 권력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며,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문민통제(文民統制), 즉 정치 지도부가 군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한 규범으로 받아져 왔다. 정치지도부가 정책(목표)을 정하고, 군의 역할은 이 정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군사 전략(수단)을 수립하는 것에 국한된다. 대의민주주의체제에서 정책을 결정을 하는 주체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 지도자들이다. 선출직인 아닌 군인들은 정책 결정에 참여할 권한이 없으며,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결정된 정책을 따르고 수행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대개 군 장성 출신이 아닌 민간인들이 국방장관 등 안보라인의 요직을 맡는다. 예를 들어, 미국은 현역 군인들이 정부 관직을 맡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퇴역 장성들은 은퇴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만 (국방장관의 경우는 7년 이상) 가능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동 법에 예외를 적용해 은퇴한 지 4년밖에 지나지 않은 Jim Mattis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것이 논란이 되었는데, 이런 경우는 미국 역사상 두 번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의 경우에는 문민통제를 위한 장치가 부족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역대 44명의 국방장관 중 약 14%에 해당하는 6명만이 군 장성이 아닌 민간인 출신이다. 그것도 1961년 이후로는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전무하다. 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육군 출신으로 장관직을 맡기 2~3년전까지 합창의장직을 수행했다.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의 경우도 육군 출신으로 이명박 정권에서 국방부 장관을 역임하기 얼마 전까지 합창의장을 지낸 바 있다. 혹자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안보환경때문에 군 경험이 많은 장성들을 안보라인에 기용해야 안심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방장관 등 안보 인사들은 우리 안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는 일을 담당한다. 군사전략이나 전투에 관해서는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지도부에게 조언을 받으면 될 일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군대도 민간 지도부에 의해 통제된다. 문민통제가 군사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안보라인이 은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퇴역 장성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으니 군부가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최근 사드 배치 관련 동향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체제는 사드 반대입장을 견지해 온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기 전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자 원래 12월 예정이었던 사드 배치 시기를 서둘렀다. 김관진 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이 이 과정을 주도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인용으로 청와대가 마비되어 정치 지도부가 거의 부재한 상황에서 군을 등에 업은 퇴역 장성들이 국가 제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드 배치를 추진했다. 뿐만 아니라 사드 관련 중대한 사실을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사드 배치가 국익에 부합하느냐 여부를 떠나서, 사드 배치 절차상 일어난 문제들은 우리나라의 문민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형국에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국방 문민화'를 공약했고 또 이를 이행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어 다행스럽다.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는 군으로 하여금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건전한 정치 지도부와 군의 관계를 이룩하는 것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국민들도 이러한 인식을 같이하여 이를 위한 개혁에 힘을 실어 주기를 바란다.

* 이 글은 The Diplomat에 실린 글을 번역 및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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