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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큰돌고래 '태지'의 이야기

서울대공원에 혼자 남은 큰돌고래 ‘태지'의 이상 행동이 심해지고 있다.

서울대공원이 촬영한 동영상을 <한겨레>가 입수해 살펴보니, 태지의 정형행동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정형행동은 야생동물이 동물원 등에 갇혀 있을 때 나타나는 목적 없는 반복행동으로, 스트레스가 극심함을 보여준다.

서울대공원에는 큰돌고래 ‘태지'와 남방큰돌고래 ‘금등'과 '대포' 등 세 마리가 있었다. 이 가운데 금등과 대포는 지난달 고향인 제주 바다로 야생방사를 위해 서울대공원을 떠났고, 태지 혼자만 남게 됐다. 태지는 ‘돌고래 학살지'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에서 2008년 구입해 온 터라, 마땅히 돌아갈 곳이 없는 상태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15일 “금등과 대포가 떠난 이후 태지가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행동을 하고 있다. 사라진 동료를 계속해서 찾으면 불안해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대공원이 기록한 동영상을 보면, 대부분 돌고래에게 나타나는 정형행동이었다.

첫째, 태지는 수면 위로 부상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야생 돌고래에 비해 수족관 돌고래가 흔히 나타나는 행동이지만, 대포와 금등이가 떠난 뒤에는 부쩍 늘어났다는 게 사육사들의 설명이다. 태지는 공연용 풀장으로 나가는 수문 입구나 무대에 턱을 괴고 가만히 시간을 보낸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분수공(숨구멍)이 말라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수족관 내실에서 혼자 떠 있는 큰돌고래 태지.

숨을 쉬는 분수공이 말라 있다.

둘째, 공연용 풀장을 왔다갔다 하는 불안정한 행동이 잦아졌다. 풀장 바닥에 머리를 걸쳤다가 바로 튀어나가고 풀장을 이리저리 맴돈다.

셋째, 이상호흡도 관찰됐다. 평소와 달리 거칠게 숨을 쉰다. 또한 고개를 수면 위로 내밀었다가 다시 물 속에 처박는 반복행동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시멘트 바닥 위로 올라가는 행동도 관찰됐다. ‘슬라이드 아웃'(slideout)이라고 불리는 이 행동은 돌고래에게서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정형행동이다. 고래의 ‘자살'이라고도 불리는 ‘스트랜딩'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미국 시월드에서 ‘칼리아'라는 범고래 등 일부 고래들이 이 행동을 보이는 게 관찰되어, 동물단체 사이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태지가 불안해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무기력해져서 하염없이 내실과 공연용 풀장의 경계에서 멈춰있다”고 밝혔다.

큰돌고래는 역동적으로 집단을 이루는 대표적인 사회적 동물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모레이퍼스의 큰돌고래.

큰돌고래 ‘태지’의 고향은 ‘돌고래 학살지’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다. 제돌이와 금등이, 대포 등 제주 바다로 돌아간 동료 돌고래와 달리 태지는 고향에 돌아갈 수가 없다.

큰돌고래는 ‘사회적 동물'이다. 남극과 북극 등 고위도를 제외한 전 세계 바다에서 관찰되며, 무리를 이뤄 사냥, 짝짓기, 양육 등 고도의 사회생활을 한다. 보통 2~15마리가 무리로 함께 다니며 많게는 1000마리 이상이 한꺼번에 관찰된 적이 보고됐다. 무리의 구성도 굉장히 역동적이어서, 성과 나이, 사회적 연대 등에 따라 무리를 짓는다. 인간이나 영장류처럼 고도의 사회생활을 향유하기 때문에 혼자 다니는 개체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곤 관찰되지 않는다.

태지가 스트레스를 겪는 것도 이런 종적 특성과 더불어 금등이와 대포가 떠난 심리적 충격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태지는 일본 다이지에서 포획되어 2008년 서울대공원으로 수입되어오자마자 구석에 처박혀 움직이지 않는 등 스트레스를 겪은 바 있다. (관련 동영상: 상심한 돌고래 태지, 돌고래와의 교감)

서울대공원은 태지를 민간 수족관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애초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으로 이송을 추진했으나, 수족관을 운영하는 울산 남구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태지의 정형행동이 심해지는 데다 돌고래 수족관 안전진단 결과 위험하다는 판단이 나와 리모델링을 미룰 수도 없다고 서울대공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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