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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아파트 화재는 임대주택 제도의 문제

정부가 직접 감독을 하거나 세입자에게 아예 소유권을 이전했을 때보다 관리의 질이 떨어진 것이다.

  • 김현성
  • 입력 2017.06.16 07:01
  • 수정 2017.06.16 07:30
ⓒToby Melville / Reuters

런던 Grenfell Tower 참사는, 고층 건물의 화재 예방과 더불어,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사건이다. 영국의 90년대 이후 주요 공공임대주택 정책이었던 ALMO(Arm's Length Management Organisation) 방식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 Grenfell Tower의 모습 ⓒWITTuk Group 홈페이지

영국은 본디 국가 주도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추구해 왔으나, 70년대 이후 재정 부담으로 인해 마가렛 대처 정권의 주도로 주택부문에서 상당 부분 공공지출 삭감이 이루어진 바 있다. 이후 80년대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개인에게 넘기는 정책이 시행된 바 있으나 지지부진했다. 이는 단순히 세입자의 매입자금 조달 능력에 의존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남부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슬럼화도 슬슬 고개를 들고 있었다.

이 때문에 97년 집권한 토니 블레어 정권은 PFI(Private Finance Initiative) 방식, ALMO 방식, 민간주택조합이라는 3-Track 방식의 임대주택 정책 전환을 꾀했고, 이 시기 Grenfell Tower는 KCTMO(the Kensington and Chelsea Tenant Management Organisation)라는 ALMO에게 관리권이 넘어간다. 즉 주택의 소유는 켄싱턴&첼시 왕립전유지 관리국이, 실제 관리는 KCTMO가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임대주택에는 TMO(Tenant Management Organisation)라는 임차인관리조직이 별도로 조직되어 임차인 스스로가 관리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KCTMO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켄싱턴&첼시 왕립전유지 관리국의 홈페이지 일부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다. KCTMO가 TMO 겸 ALMO로 임대주택들을 운영 하다 보니, 정부가 직접 감독을 하거나 세입자에게 아예 소유권을 이전했을 때보다 관리의 질이 떨어진 것이다. 또한 일부 언론 보도를 따르면 Grenfell Tower 를 관리하는 KCTMO는 다른 주택 세입자들에서도 과거에 악평을 많이 들어 왔던 사실이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세입자들의 의견은 대부분 무시당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는 세입자 대표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같은 사람인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또한 ALMO제도의 문제는 이것 하나뿐만이 아니다, Grenfell Tower는 지난해까지 대수선 규모의 리노베이션을 행했는데, 소유주와 관리주체, 세입자공동체가 모두 다른 조직일 경우 이러한 대규모 리노베이션이나 수리작업 등의 책임주체가 불분명해지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아파트에 중요한 내장재 등에 값은 싸지만 가연성이 있는 등의 불량품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참사의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불량한 내장재였던 것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이는 결국 임차인관리조직인 TMO와 부동산관리회사인 ALMO가 모두 지방정부에 소속된 비영리조직이라는 본질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데에서 발생하는 문제였다. 'New Labour' 정권은 제3의 길을 꾀했지만 이 때문에 공공 부문에서는 이렇게 어정쩡한 결과물들을 양산했고, 이것이 이전 보수당 시절 주택부문에 대한 대규모 삭감과 맞물려 이번 참사를 일으킨 것이다. Grenfell Tower는 주택관련 재정 삭감이 한창이던 1974년 건축된 주택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공영주택 정책 실패의 산물, 나폴리 북부 스캄피아 아파트

따라서,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직접관리방식의 임대주택 공급책이 경험이 더 많은 영국의 방식에 대비해 특별히 열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돈이다. 영국도 겪었던 일이듯 결국 재정이 삭감되면 임대주택의 슬럼화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70년대 이를 방치했던 이탈리아의 현실은 범죄와 마약의 온상 '스캄피아 아파트' 로 대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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