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버니 샌더스 운동이 고생 끝에 빛을 보고 있다

작년 6월에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났을 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자들 3천명 정도가 시카고에 모여 기쁨과 패배의 감정을 나누기 위해 피플스 서밋을 열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다음 달에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될 예정이었다. 샌더스가 마지막 순간에 슈퍼대의원들을 설득하여 승리할 수 있으리라는 판타지에 빠진 지지자들이 많았다. 한편 클린턴의 승리를 받아들인 지지자들은 민주적 사회주의 공약을 내세운 후보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다양한 풀뿌리 운동이 앞으로 합쳐지며 더 강해질 거라는데는 모두 동의했지만, 클린턴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에 맞서야 하게 되리라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트럼프의 당선은 샌더스를 지지하던 진보적 민주당원들에게 특히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트럼프가 대변한다고 나섰던 ‘잊혀진 남녀들’의 진정한 목소리인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가 되었다면 트럼프 당선이라는 참사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민주당 전국 위원회가 클린턴 쪽에 무게를 실어주었다는 것이 특히 쓰라렸다.

분노는 곧 조직화로 바뀌었다. ‘버니가 이겼을 텐데’라고 주장하는 활동가들이 어느새 눈물을 닦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인터넷 밈이 되었고, 이들은 상향식의 민주적 사회주의로 미국 정치를 장악하려던 샌더스의 유세를 잇기로 다짐했다.

샌더스의 뒤를 따르는 진보주의자들이 주와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거나 선거구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샌더스를 지지했던 크리스틴 벨레크리노가 5월에 뉴욕 주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트럼프가 23% 앞섰던 지역이었다. 일주일 전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는 진보적 형법 개정 공약을 내세운 샌더스 지지자 래리 크래스너가 민주당 검사 후보로 뽑혔다. 민주당 지지가 강한 지역이라, 당선이 확실시된다. 미시시피 주 잭슨의 시장 선거, 미시시피 주 메리디안 인근과 조지아 주 사우스 풀턴의 시 의회 선거에서도 샌더스 지지자가 승리했다.

그 결과, 시카고에서 시작된 2017년 피플스 서밋은 작년보다 규모가 더 컸을 뿐 아니라 작년에는 없었던 정당성도 얻었다.

영국에서는 대놓고 사회주의자를 자청하는, 샌더스의 도플갱어 같은 제레미 코빈이 이끄는 노동당이 의석을 32석 더 차지해, 테레사 메이의 보수당은 과반수 의석을 잃게 되었다.

“트럼프가 러스트 벨트를 뒤집었을 때 한 일과 비슷하다.” 영국에 살며 코빈의 선거 운동에 잠깐 자원 봉사자로 활동했던 28세 미국인 조시 영거맨의 말이다. 그는 코빈이 브렉시트를 지지했던 유권자들 상당수의 지지 성향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이건 중도파로 출마해 이길 수는 없다는 걸 보여준다. [코빈은] 대놓고 좌파인 후보였다.”

MSNBC 호스트였으며 버지니아 의원 후보이기도 했던 정치 활동가 크리스탈 볼은 피플스 서밋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볼은 코빈의 승리는 진보 운동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샌더스 선거 운동에 참여했던 영 턱스 기자 노미키 콘스 역시 연단에서 영국 선거는 사기를 북돋아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내려고 애쓰는 우리들의 여러 노력들을 정당화시켜주는 일이다. 진보적 메시지, 강력한 지역 유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콘스트의 말이다.

코빈의 놀라운 성공은 미국 좌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었다. 샌더스가 지지하는 후보들의 전국적 득표는 지역 후보들이 낸 성과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보다 진보적으로 몰아가려고 시도하며 샌더스와 지지자들은 미네소타의 케스 엘리슨 하원의원을 민주당 전국 위원회장으로 앉히려 시도한 바 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당내 유력인사가 샌더스 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력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도움을 받은 톰 페레즈 전 노동부 장관이 2월에 아슬아슬한 차이로 엘리슨을 꺾었다.

“엘리슨의 패배는 정말 아쉬웠다. [민주]당이 의식적으로 모든 에너지가 나온 곳을 거부했다는 걸 보여주었다.”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 모임의 오리건 주 회원인 케네스 콜먼의 말이다.

샌더스는 보궐 선거에서도 썩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지난 달에 샌더스는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20% 더 많은 득표를 기록했던 몬태나 주에서 포크 뮤지션이자 단일 보험자 건강보험 지지자인 하원의원 후보 롭 퀴스트를 위해 유세했다. 퀴스트는 경선에서 샌더스를 지지했다. 5월 25일에 있었던 보궐 선거에서 퀴스트는 6% 표차로 공화당의 그렉 지안포르테에게 패배했다. 선거 전날 지안포르테가 기자를 폭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는 이렇게 나타났다.

물론 샌더스 지지자들은 장기간의 조직화가 있어야 전국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엘리슨이 민주당 전국 위원회장으로 당선될 뻔했던 것은 의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주 단위 민주당이 진보화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샌더스 지지자들은 발빠르게 움직였고, 캘리포니아 민주당 지도부에 샌더스 지지자가 당선될 뻔하기도 했다.

허프포스트가 입수한 연설 일부에 의하면 6월 10일 피플스 서밋 연설에서 샌더스는 정책을 논의할 때 진보가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민주당 국회의원의 다수가 최저임금 15달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샌더스가 진작부터 지지해 온 이슈이다.

“우리가 2016년 대선에서 패배했을지는 몰라도, 전국의 풀뿌리 운동가들의 노력 덕택에 우리는 진보적 어젠다에 있어 큰 진전을 이루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급진적이고 도달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생각들이 이제 주류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 전국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샌더스의 연설문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e Bernie Sanders Movement Sees Light At The End Of The Tunnel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국제 #버니 샌더스 #미국 #풀뿌리 #정치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