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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아파트 화재 피해자들이 전하는 현장은 "마치 공포영화 같았다"

Flames and smoke billow as firefighters deal with a serious fire in a tower block at Latimer Road in West London, Britain June 14, 2017. REUTERS/Toby Melville
Flames and smoke billow as firefighters deal with a serious fire in a tower block at Latimer Road in West London, Britain June 14, 2017. REUTERS/Toby Melville ⓒToby Melville / Reuters

사망자 12명으로 증가

영국 런던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망자가 14일(현지시간) 최소 12명으로 늘었다.

현지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현재까지 12명이 사망했다"며 "슬프게도 희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에서 생존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망자 이외에 78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18명은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24층 그렌펠타워에는 600~800여명이 거주했다. 거주자들은 화재 당시 고층에서 뛰어내렸으며 일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건물밖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화재 경보는 이날 오전 1시 직전에 울렸으며 1시간 이내에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졌다. 화재 진압을 위해 200여명의 소방대원들이 투입됐고 65명을 구출했다.

"마치 공포영화 속 같았다"

"마치 한 편의 공포영화 같았다. 연기가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왔다."는 게 당시 현장에서 탈출한 그레펠 타워 주민 아디브의 설명이다. 9층에 살고 있는 아디브는 불이 난 직후 부인, 3명의 자녀와 함께 계단을 통해 황급히 대피했다.

새벽 1시쯤 나기 시작한 불은 약 한시간만인 2시쯤 건물 전체로 확산됐다. 화재가 난 건물은 24층(개조 전 27층)짜리 건물로 소방대원 200여명이 투입됐다. 20층 진입에만 한 나절이 걸렸다.

경보기도, 스프링쿨러도, 탈출 지침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화재 직후 아파트 내부에 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디브는 딸이 자신을 깨울 때까지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있었다며 경보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9층에 사는 또다른 주민 헤이넌 와하비는 "열려있는 거실 창문을 통해 재가 들어오고 있었다"며 "밖을 내다보자 불이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당장 창문을 닫고 현관 밖으로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와하비는 가족과 함께 무사히 건물 밖으로 탈출했지만 같은 건물 21층에 사는 남동생 가족의 생사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와하비는 새벽 2시쯤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그때만 해도 불은 (동생이 살고 있는) 층까지 닿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와하비는 "동생은 '가족 모두 한 방 안에 모이고 문 아래를 수건으로 막으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했지만 나는 도망치라고 말했다"고 했지만 그가 동생과 연락한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동생 가족의 생사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제 아파트 측은 과거 입주민들에게 "화재의 경우 밖으로 나가지 말고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는 안전수칙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문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렌펠 타워 측은 2014년 "당신의 집 안, 또는 집 앞 복도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화재의 경우 '그자리에 그대로 있는다'(stay put)는 우리의 오랜 지침을 유지하겠다. 이는 그렌펠 타워가 엄격한 안전 기준에 따라 설계됐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소식지를 주민들에 배부했다.

이와 관련해 칸 시장은 "그렌펠 타워의 주민들이 형편없는 조언을 전달받았지만 감사하게도 주민들은 그 조언을 듣지 않고 도망쳤다"면서 "풀어야 할 의문점이 많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저가의 가연성 외장재로 화재 번졌을 가능성

이날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불은 건물 외벽을 타고 확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1974년 지어진 그렌펠 타워는 지난해 대대적인 외벽 수리를 하며 저렴하고 가연성이 높은 재질을 선택했으며, 이 때문에 화재가 더 빨리 번졌을 거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건물에서 잔해가 떨어지는 모습도 포착돼 구조대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4층 규모, 43년 된 건물이 거의 전소된 만큼 곧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는 주민, 어린 자녀들을 창문 밖으로 먼저 내보내기 위해 절박하게 구조를 요청하는 부모가 포착되는 등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칸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만 전했으며 런던 소방당국도 화재 초반 건물 내부에서 "많은 수"(large numbers)의 사람을 구조했다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이번 화재는 지난 1968년과 2009년 이후 런던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3번째 대형 화재다. 1968년 런던 동부 뉴엄의 고층아파트 로넌 포인트가 가스폭발로 인해 붕괴해 4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2009년 7월에는 런던 남동부의 캠버웰 소재 아파트에서 폭발이 일어나 6명이 목숨을 잃고 20여명이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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