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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오니스트인 동시에 페미니스트다

  • 김현유
  • 입력 2017.06.13 16:51
  • 수정 2017.07.10 11:00
ⓒFOX NEWS

미국의 팔레스타인계 정치 활동가 린다 사사워는 3월에 페미니스트들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돌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시오니즘과 페미니즘은 양립할 수 없다고 암시했다. 사사워는 더 네이션에 “누군가 ‘이스라엘 국가를 지지하고 비판하지 않는 사람이 이 운동에 있을 자리가 있나?’고 말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페미니즘 안에 그럴 자리는 없다. 팔레스타인 여성을 포함한 모든 여성들의 권리를 지지하거나, 아예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이걸 피해갈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빅 뱅 이론’에 출연한 정통파 유대교도 배우 마임 비아릭은 그로크 네이션에 사사워를 반박하는 글을 썼다. 사사워의 발언은 모욕적일 뿐 아니라 거짓이라는 내용이었다. 비아릭은 페이스북에 사사워가 시오니즘과 페미니즘은 양립할 수 없다고 직접적으로 말한 것처럼 쓴 것을 사과했다. “시오니즘을 둘러싼 대화가 너무 멀리까지 가서, 수다스러운 내가 입을 닫고 있을 수가 없었다.” 비아릭은 자신의 좌절을 표현했으며, 지금 나도 그러고 있다. 나는 우리들에 대한 차별에 지쳤고, 사사워처럼 나의 두 정체성, 즉 시오니스트와 페미니스트를 충돌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활동가들에게 지쳤다.

사사워와 비아릭의 논쟁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을 보며 나는 내 페미니즘과 이스라엘 지지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페미니즘이 평등할 권리를 위한 것이듯, 시오니즘은 유대인들이 국가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반유대적, 여성혐오적 수사가 두 정의 모두를 왜곡했다. 반 시오니즘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성차별과 아주 비슷하다는 걸 나는 이 지점에서 깨달았다.

이스라엘에 대한 내 입장은 간단하지는 않다. 사회정치적 현실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진보적 시오니스트인 나는 리쿠드나 네타냐후를 지지하지 않는다.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대인으로서, 나는 유대인의 고향을 사랑하라고 배우며 자랐고, 우리들의 유일한 진정한 안식처인 이스라엘을 감사히 여기라고 배웠다. 학자로서 나는 이스라엘을 중동 유일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칭찬하기 때문에 내 시각은 더 복잡해진다.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페미니스트로서 이스라엘이 여성과 LGBTQIA 인권에 대해 진보적인 자세를 취한 것을 높이 산다.

시오니스트이자 페미니스트인 나의 입장은 흑백적 이해로 격하되었고, 다름 사람들이 멋대로 나를 그려낼 수 있는 빈 캔버스가 생겼다. 내가 다니는 진보적 예술 학교 사라 로렌스 사람들이 내가 이스라엘을 경멸하지 않는다는 어두운 사실을 알게 되자, 내겐 시오니스트-극단주의자라는 낙인이 붙었다. 마찬가지로 여성인 내겐 잡년이나 내숭 떠는 사람, 멍청하거나 고압적이라는 낙인이 붙는다. 내가 뇌를 가지고 있다는 걸 남들이 깨달으면 나는 고압적인 사람이 되어 버린다. 시오니즘에 대한 낙인,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에 대한 낙인이 믿음의 아름다움을 추하고 허위인 것으로 바꿔버린다.

이 낙인들 뿐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사고방식 역시 불편하다. 마치 복잡한 도덕이 없는 진공에서 만들어진 사고방식 같다. 이중 잣대를 낳지만 그 어떤 통찰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여성이 자기 생각을 말하면 화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남성이 의견을 말하면 지적이고 솔직담백한 것이 된다. 이스라엘은 주위 국가들에게 끊임없이 파괴의 위협을 받지만, 이스라엘이 골리앗, 가해자로 간주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선과 악으로 단순화시킬수는 없다. 일어났던 인권 침해를 격하시키려는 말이 아니고, 맥락을 밝히려는 것이다. 우리는 우파 정부 리쿠드, UN이 인정한 테러리스트 정권 하마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대부분의 국가들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곧 이스라엘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트랜스의 입대를 허가하고, 정부에 아랍 여성을 채용하고, 교육 등 여성 인권을 법제화한 국가다.

이스라엘의 동서남북에 있는 국가들에서 인권 침해가 일어나는데, 페미니즘과 시오니즘이 양립할 수 없다고 누군가 내게 말한다는 건 어처구니가 없다. 우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지, 어느 한쪽을 악마화하는데 집중해서는 안 된다. 비교적 더 심한 인권 침해에 대해 중동 전체를 악마화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인종을 청소하는,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고 부르지만, 이스라엘은 인접국들에 비해 더 다양한 민족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와는 달리 헌법에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스라엘 안에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그건 세계 대부분이 그렇다. 그러나 유대인 국가만을 콕 찍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심하게 비판하는 것은 이중 잣대가 사람들에 대한 우려가 아닌, 반 유대주의임을 보여준다.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건 여성들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다. 비아릭은 페이스북에 “스스로가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라고 말하는 진보적인 유대인들을 그 정체성에서 천천히 - 아주 천천히도 아니다 - 몰아내는 것은 진보적 시오니스트인 나의 삶에서 가장 분열적이고, 미국적이지 못하고, 페미니스트답지 못하고, 불편한 사태이다.” 사사워는 자신의 페미니즘을 재평가해야 한다. 지금 사사워는 진보적 시오니스트 여성 상당수를 배제하고 따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사워가 유대인 여성들에 대한 렌즈를 넓힐 것을 요구한다. 지구에서 유대인 여성은 숫적으로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유대인들은 억압과 차별의 역사를 겪었지만, 사사워와 같은 사람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남았다. 내가 내 몸에 대한 선택을 할 권리가 있듯, 내 정신에 대한 선택을 할 권리 역시 내 것이다. 나는 유대인 국가와 동료 여성들을 선택한다. 이 두 가지가 양립 못할 것은 없다.

허프포스트US의 Yes, I Can Be A Zionist And A Feminis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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